[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우리 몸 안 두 개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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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8 07:17  |  수정 2016-06-28 07:17  |  발행일 2016-06-28 제19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우리 몸 안 두 개의 뇌
오원종 <책임연구원>

요즘 우리는 넘쳐나는 요리 프로그램, 건강한 먹거리 찾기 프로그램 등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방송들을 접하며 살고 있다.

심지어 요리 잘하는 남자들이 환영 받고, 그들의 선택과 요리법을 직접 따라해 보기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먹거리와 뇌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프랑스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뇌과학적 입장에서 이 문장은 이렇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의 뇌가 어떤 상태인지 말해주겠다.”

인간의 뇌는 우리 몸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소비하는데, 이는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 10배 이상의 엄청난 양이다. 이는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에 비해 생각하고, 기억하고, 판단하는 고위 인지능력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적응된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섭취된 다양한 음식은 체내에서 분해되고 그중 가장 효율이 높은 포도당은 혈류를 통해 항상 일정량이 에너지원으로 약 1.4㎏의 두뇌에 공급되게 된다.

이렇게 섭취된 음식물은 비단 우리 몸과 두뇌뿐 아니라 우리 몸속에 공생하고 있는 약 100조마리의 장내 세균총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장내 세균은 비타민도 만들고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의 분해를 도와 새로운 에너지원을 생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최근 장내 세균의 역할이 이들이 살고 있는 곳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머릿속 뇌의 기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실험적으로 장내세균을 제거한 상태로 태어난 쥐에서 자폐증상이 나타났으며, 모체의 장내 세균이 적은 경우에 있어서도 역시 태어난 새끼 쥐에서 발달장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기도 하였다.

사람의 경우에서도 장내 세균이 많은 발효유를 섭취한 경우 인지력과 관련된 뇌의 활성이 증가된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이 같은 연구들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유익한 장내 세균총 형성이 유도되고, 이를 통해 정상적인 뇌의 발달뿐만 아니라 건강한 뇌 활동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흥미롭게도 우리 몸 안의 장내 세균의 총 무게는 뇌의 무게와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는 또 다른 뇌를 우리의 장 속에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두 개의 뇌가 서로 조화롭게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균형 있는 식단을 통해 건강한 장내 세균과의 공생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장내 유해균이 비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으니, 날씬한 몸과 젊은 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위해 우리 먹거리부터 챙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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