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서 엄마는 주방, 아빠는 TV” 양성 평등의 길 여전히 멀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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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7 08:08  |  수정 2016-07-07 09:09  |  발행일 2016-07-07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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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지난 2일 엑스코에서 열린 '아빠요리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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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이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된 주간이다. 여성가족부는 20~30대 성인 1천명과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성인여성 2명 중 1명이 ‘가정 내 양성이 불평등하다’고 인식했다. 반면 남성은 4명 중 1명만이 이같이 응답했다. 가정 내 성역할 인식에서 한국의 남녀는 여전히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여성부 1500명 性인식 설문
결혼문화 성인 60% 청소년 40% 불평등
‘집은 남자·혼수 예단은 여자’ 개선해야
일하는 여성 바라보는 시각 긍정적 변화
가정·직장·학교내 성별 고정관념 여전
“기업경영 가족친화적으로 변해야 발전”


◆엄마는 요리, 아빠는 TV

가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일반적인 활동을 묻는 문항에 이번 설문의 응답자들은 ‘아내(어머니)는 요리, 남편(아버지)는 TV시청’이라고 응답했다. 가정 내에서 가사와 가족을 돌보는 노동은 여전히 여성이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 내에서 남녀의 역할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어머니)의 활동과 관련해 성인응답자들은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40.2%) △자녀를 교육하거나 돌본다(20.2%) △주방에서 설거지를 한다(12.8%)의 순으로 꼽았다. 남성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TV를 본다(34.6%) △거실 소파 위에 눕거나 앉아있다(20.4%) △컴퓨터 혹은 휴대폰을 사용한다(12%) 순으로 응답했다.

또 결혼식 문화 및 결혼생활에 대한 설문에서 성인 10명 중 6명(58.7%), 청소년 10명 중 4명(39.8%)이 ‘불평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바람직한 결혼식 문화를 지향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점으로 응답자들은 ‘집은 남자가, 혼수와 예단은 여자가 마련하는 문화’를 우선으로 꼽았다.

‘취업 및 직장 문화가 남녀에게 평등한가’라는 질문에서 여성 4명 중 3명(75.5%), 남성 절반(48.6%)이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직장 내 주요 불평등 요소로 여성은 ‘출산 및 결혼을 이유로 퇴직을 권유하는 것’을 지적했고, 남성은 ‘남자는 당연한 야근문화’를 꼽았다.

◆서서히 변화하는 성(性) 인식

비록 한국사회에서 상당수 남녀가 서로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동일한 질문을 던졌을 때 2005년과 2016년의 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즉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외부활동이 당연시되면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이 있다고 했을 때 2005년에는 성인의 38.4%가 ‘저 여자 남편은 뭐하는 사람이지?’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반면 2016년에는 절반 이상인 52.9%가 ‘저 여자 참 멋지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것이다.

또 명절 때 친가와 외가를 합리적으로 방문하는 방법을 물었을 때 2005년 성인의 경우 △시집(본가) 먼저, 친정(처가) 나중(69.8%)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2016년 조사 결과에서는 △시집 먼저, 친정 나중(37.6%) △설날 친정 또는 시집, 추석 시집 또는 친정(38.8%)이 비슷한 비율로 조사됐다. 즉 과거에는 시집을 우선 방문하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갈수록 시집과 친정을 비슷한 비중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 엄기복 총괄팀장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가정, 직장, 학교에서 아직도 성별고정관념이 남아있다. 가정과 직장에서 일과 생활이 조화로운 문화가 정착되고, 교육현장에서도 양성평등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의 가족친화인증기업?

한국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이다. 올해 2월 출생아수는 3만4천900명 정도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대비 2.2% 감소한 수치다. 2050년이 되면 인구절벽으로 인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아교육이나 양육비 같은 직접적인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문화의 선진화를 통하여 양육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남녀가 함께하는 일·가정 양립은 양성평등의 전제조건인 것이다.

대구기업은 얼마나 가족친화적인 경영을 하고 있을까. 정부는 가족친화경영을 모범적으로 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하여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기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가족친화적인 경영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나아가 가족친화적인 사회환경을 조성하여 저출산과 고령화 해소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2015년 기준 대구의 가족친화인증기업은 총 35개이며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11위로 비교적 저조한 수준이다. 국내 가족친화인증기업은 총 1천363개로 서울 427개, 경기 227개, 경남 107개, 부산 98개, 대전 95개, 충북 80개 등이다.

엄 총괄팀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사회 변화에 맞추어 기업의 경영방식도 가족친화경영으로 변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는 중소기업이 많은 대구지역에서 기업이 가족친화경영으로 성장하고 대구시가 일·가정양립이 가능한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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