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귀사는 무슨 회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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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9   |  발행일 2016-07-29 제22면   |  수정 2016-07-29
20160729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지만
본인 정체성 규정엔 어려움
기업 등 조직들도 마찬가지
누군가 위해 가치창조해야
사사로운 이익에 안매달려


새, 나무, 달 등 우리 전통 정서를 담은 주제를 현대적 화풍으로 표현했던 천재 화가 장욱진이 또 다른 뛰어난 화가인 중광을 처음 만났을 때 일이다. 중광이 장욱진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장욱진은 짧게 “나는 까치를 잘 그리는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그러고 보면 장욱진의 그림에는 항상 까치가 등장하고 현대화풍으로 단순화되었지만 까치의 정수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세계적 사진작가 배병우는 자신을 “나무 장사하는 배 선생”이라고 소개한다. 세계 미술계에서 별명이 ‘미스터 소나무’일 정도로 일생 소나무 사진을 찍어온 배병우는 비록 나무를 베지는 않지만 자신은 나무를 파는 일을 한다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욱진이나 배병우가 자기정체성을 규정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대부분 “당신은 누구냐”는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회사원, 주부, 언론인, 기업가, 의사, 교수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직업 유형으로 대답한다. 일반인에게 물었다면 장욱진 같은 사람은 스스로를 화가라는 직업 유형으로 대답했을 것이다. 직업 유형은 사람들을 서로 구분되는 하위 집단으로 나누는 역할을 할 뿐 각자의 삶이 실제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는 실제 삶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뜻이다.

하버드대학 철학과 건물에는 위대한 철인들인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경구가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성서의 시편 구절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사람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신이 사람을 기억하시느냐”는 구절인데 한 저명 종교학자는 세계적 철학과 건물에 특정 종교의 경전을 새긴 것은 인간의 자기정체성에 관한 가장 위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조물인 우리는 과연 창조주인 신이 기억할 정도의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공공기관, 대학, 병원과 같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우리는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하는 자기정체성을 수시로 물어봐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조직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섬유회사 혹은 기계회사와 같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산업분류상의 유형을 말한다. 이에 비해 세상을 바꾼 위대한 기업들은 항상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인 소명, 즉 미션에 초점을 맞춰 자신을 규정한다. 즉 우리 조직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존재하는가를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다. 조직이 자신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잊어버리면 단순히 그 조직의 권력을 장악한 집단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최근 세상을 바꾼 세계적 기업의 자기정체성 규정은 본받을 만하다. 구글은 스스로를 “온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드는 회사”로 규정하며, 아마존은 “고객들이 사고 싶어 할 모든 것들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고 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고객중심적 회사”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이들 위대한 기업의 자기정체성 규정에는 이익극대화나 수익창출 같은 일반적 구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평생 수익창출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자신의 관심과 시간, 노력, 자원,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하며 살아가느냐를 결정하며 궁극적으로는 그 삶의 가치를 결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인과 기업은 이런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그냥 직업이나 산업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유형에 대한 고정관념을 자기정체성으로 당연시하며 살아간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 조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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