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불안한 사회…나를 지키는 방법은 감정조절

  • 최미애
  • |
  • 입력 2016-07-30   |  발행일 2016-07-30 제16면   |  수정 2016-07-30
감정 조절
겨우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 영향
쉽게 분노하고 우울·무력감 느껴
감정조절 실패에 사회불안 악순환
몸과 마음 바꾸는 6가지 방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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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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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은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다.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소손된 전동차 1079호가 전시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중앙로역 복원현장에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국화꽃이 놓인 모습(위)과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후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노란 종이배가 바다를 향해 매달려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연합뉴스>


재난, 안전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전 세계에 있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됐다. 예를 들면 유대인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유대인 학살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연구한 논문 또는 소설, 영화, 다큐멘터리, 세계 곳곳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통해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왔다.

그들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전 세계는 유대인을 피해자로 증언하고, 인정했으며, 가해자들도 사과하는 결과를 낳았다. 덕분에 피해자들의 상처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트라우마는 무엇일까. 2년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인 트라우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는 트라우마,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는 참사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 참사 희생자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거의 국민 전체가 느끼는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자신과 가족, 사회에 대해 느껴왔던 당연한 안전감이 위협을 받았고, 이 때문에 국민들은 사소한 일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쉽게 분노하고, 우울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등 자신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경험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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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지음/ 을유문화사/ 296쪽/ 1만5천원

특히 SNS의 발전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보가 매우 빠르게 사람들에게 전파되면서 세월호 참사가 갖고 있는 비극적인 면모는 더욱 부각됐다. 이전에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가 있었음에도 국민들이 체감한 정도는 더욱 강했다.

세계적인 심리치료 정신분석 연구소의 훈련을 수료하고, 트라우마 및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권혜경 박사는 이 책에서 건강한 개인, 사회를 이루는 해법으로 ‘감정 조절’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를 개인에 국한하지 않고, 안전에 취약하고, 역사적·집단적으로 트라우마를 대물림해온 한국 사회라는 맥락에서 다룬다. 권 박사는 우울하거나 짜증이 꽉 차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우리 국민의 국민성인 ‘냄비 근성’,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 사회적 불안 문제, 우발적 살인 등을 ‘감정 조절’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본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으로 개개인의 감정조절을 이야기한다. 감정조절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생존을 위협받지 않도록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입, 일제 강점, 6·25전쟁, 군부 독재를 거치며 안전이 늘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왔다. 이로 인해 개인은 감정조절에 늘 취약했고, 각종 안전사고, 인권 문제, 계급 갈등 등이 나타나면서 더욱 살기 힘든 곳이 되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개개인이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에서 제시하는 감정조절방법은 6가지다. 내 몸속 행복 호르몬을 이용하고, 상상으로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고, 몸의 상태를 바꾸어 감정 조절을 돕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 ‘잘 놀기’ ‘잘 자기’ ‘잘 싸우기’도 해법에 포함된다.

감정조절이 되는 상태에선 창조적·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자신을 방어하는 데 지나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고, 긴장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도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감정조절이 가능해진 각각의 개인이 더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그 인간적인 개인이 모여 인간 중심의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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