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韓 연예계 직격탄… “한류 식을라” “과도한 우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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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2   |  발행일 2016-08-22 제26면   |  수정 2016-08-22

촬영 막바지에 드라마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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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인나가 주인공을 맡은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달빛 아래의 교환’ 포스터. <후난위성TV 제공>



방송 출연장면 통편집·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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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황치열(오른쪽)이 모자이크 처리된 것으로 확인돼 사드 보복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 <출처: 웨이보>



中 팬미팅 3일 전에 취소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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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미팅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사드의 영향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CF 내용이 中 무시했다며 생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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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보검이 한 스포츠 브랜드 CF에서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바둑을 두는 장면. 중국 관영매체가 나서 이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는 등 비판 여론을 유도했다. 연합뉴스



연예계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한류 콘텐츠를 규제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연예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아직 중국 측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심상치 않은 기류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진행이 예정돼 있던 한류 스타들의 방송 출연과 행사들이 현지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고, K-pop 상품 판매가 금지된다는 괴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실체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류는 중국인에게 더 이상 외국문화가 아니며 정부가 금지한다고 해서 이들이 등을 돌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현지 언론의 분석까지 나왔다.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본다.

하차·통편집 등 심상찮은 기류
케이팝 상품 판매 금지 소문도
영화 쪽은 직접적 영향 적은 편
中언론 “금지한들 인기 식겠나”


#금한령(禁韓令) 괴소문에 출연 제한 명단까지

중국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사드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면서 중국에선 한국 연예인 출연 제한과 함께 인터넷상에서 한류 스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는 한중합작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녹화가 취소되거나 편집되고, 드라마를 촬영 중이던 한 배우는 하차 통보를 받았다. 중국에 진출한 영화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은 한류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나쁜 사례가 돌면 그 파급 효과 역시 크다”며 “중국 정부는 이를 이용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후난위성TV 28부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달빛 아래의 교환’을 촬영 중인 유인나는 마무리 촬영을 앞두고 드라마에서 하차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소속사는 “중국 측으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100% 사전제작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두 주연배우 김우빈, 수지의 중국 팬미팅 역시 행사 3일 전에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수지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제작사 측으로부터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팬미팅을 연기하게 됐다는 소식만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황치열은 중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장면 대부분이 편집되고, 노출된 장면마저 모자이크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는 중국 현지 팬들이 문제가 된 장면들을 캡처해 웨이보에 올리면서 그 심각성이 알려졌다. 박보검은 모 스포츠 브랜드가 제작한 광고 출연으로 곤욕을 치른 경우다. 박보검이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와 바둑을 두는 과정에서 중국을 모욕했다며, 이에 중국 관영 매체까지 나서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유도한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룹 스누퍼는 지난 21일 예정된 동방위성TV 음악 프로그램 AIBB 출연과 이달 말 베이징에서 열리는 패션 브랜드 행사 등이 취소됐다. 소속사 위드메이 관계자 역시 “취소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걸그룹 와썹 또한 지난 5일 예정됐던 쑤첸시 20주년 빅스타 콘서트와 다음달 4일 예정된 행사 프로모션 일정이 취소된 상태다. 한술 더 떠 중국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텐센트는 ‘금한령’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는 출처미상의 한국인 배우의 명단까지 보도했다.

#사드 우려사항 아니다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으로 중국 행보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괴소문 속에서도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은 대체적으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일부 중국 언론이 이준기가 주연한 중국 영화 ‘시칠리아 햇빛 아래’의 홍보활동이 전면 취소됐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예정대로 출국해 지난 7일 열린 베이징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중국 후베이 위성TV의 예능 프로그램 ‘루궈아이3’ 출연분이 삭제됐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우려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송중기의 중국 드라마 출연이 무산됐다는 일부 보도 내용 역시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송중기의 소속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러브콜이 오는 건 사실이지만, 영화 ‘군함도’ 이외의 작품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정지훈이 주연한 ‘팔월미앙’과 지창욱의 ‘선풍소녀2’ 등도 촬영과 방송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싸이, 아이콘, 몬스터X, 빅스 등이 출연한 장쑤위성의 ‘The REMIX’와 빅뱅의 승리가 출연한 둥팡위성의 ‘가유미소녀’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우려할 사항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 특히 영화 분야는 이런 수상한 흐름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편인데, 대부분 합작 형태로 작업이 진행되는 관계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하다.

CJ E&M의 경우 김진아 감독이 연출하고 양자경이 주연을 맡은 ‘파이널 레시피’가 이달 말 개봉을 앞두고 있고, ‘베테랑’과 ‘장수상회’ 등 국내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도 중국 측과 공동제작 방식으로 차질없이 진행중이다.

쇼박스는 중국 화이브라더스와 작년에 체결한 독점 파트너십의 첫 결과물인 한중 합작영화 ‘뷰티풀 엑시던트’를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이 영화는 감독과 배우, 제작 모두 100% 중국인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사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화책미디어와 손잡고 합자회사 ‘화책합신’을 설립한 NEW 역시 첫 프로젝트인 강풀의 동명 웹툰인 ‘마녀’를 영화화한다.

문체부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한국의 창의성과 기술력, 중국의 자본과 시장이란 각각의 장점을 살려 한·중이 협력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으로의 한류 진출 및 성공 여부는 문화 외적인 요소가 아닌 좋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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