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비싸 脫동성로…젊은상인 ‘도심 뒷길’ 모여든다

  • 김미지,손동욱
  • |
  • 입력 2016-09-27 07:22  |  수정 2016-09-27 07:46  |  발행일 2016-09-27 제2면

대구 교동·대봉동 상권 다시 활기
SNS로 입소문 난 가게들도 합류


대구 도심의 뒷길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젊은 창업자를 중심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메뉴와 SNS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은 이른바 ‘핫한’ 상가들이 비싼 임대료를 피해 도심 뒷길로 모여들면서 죽어가던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노보텔 뒷길. 중고 컴퓨터, 오디오 상가 등이 밀집한 지역이다. 온라인 가격비교사이트와 중고거래사이트가 대세를 이루면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활기를 잃은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곳을 찾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동성로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이곳으로 온 젊은 상인들이 음식점과 카페 등을 열면서 ‘핫한 뒷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SNS에 ‘교동’ 관련 게시물이 2만3천개가 넘었고, ‘교동카페’ 관련 게시물도 1천600개에 이른다. 이곳 가게들은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기보다는 몇 개의 주력 상품으로 승부를 건다. 또 새로 건물을 짓기보다는 기존에 교동이 갖고 있는 빈티지함을 살리되 내부를 깔끔하고 세련되게 꾸며놓았다.

대학생 최성민씨(26)는 “교동 하면 오래된 느낌이 먼저 떠올랐는데 세련된 가게들이 생겨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송수진씨(34)는 “빈티지함, 새로움을 좋아하는 20대들이 많이 찾아 온다. 개점한 지 1년도 채 안된 가게들이 많은데 앞으로 이런 가게가 더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도심 뒷길에 들어선 새로운 가게를 찾는 발길이 늘면서 기존 상가도 상권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가게를 찾는 고객도 늘어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동시장 상인회장을 지낸 손경석씨는 “이들 업소가 저녁에 많이 영업하는 탓에 기존 상가들이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새롭게 들어온 상인과 기존 상가가 마음을 모으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입소문 봉리단길 월세 4배 껑충…신생 상가는 골목으로, 골목으로
脫 동성로…‘도심 뒷길’ 모여드는 젊은 상인


20160927
대구 봉리단길(대봉동+이천동+경리단길). 젊은층이 선호하는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대구지역에서 가장 핫한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160927
대구시 중구 대봉동 일대의 이른바 ‘대로수길’(대백프라자+가로수길). 한때 쇠락했던 상권에 인테리어 소품과 편집숍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김광석 길 조성 이후 대봉동 활기
선술집·카페·옷가게 속속 들어서

월세 급등에 억대 권리금도 등장
상권 살아나자 쫓겨나는 상인도


대구시 중구 대봉동 일대의 ‘대로수길(대백프라자+가로수길)’, 봉리단길(대봉동+이천동+경리단길)’은 이미 지역민에게 유명한 거리다.

이 거리는 대봉동이란 위치 탓에 거리명이 혼재돼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백프라자 뒤편으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까지 이어지는 지역과 대봉성당부터 공무원연금공단 대구지부까지 이어지는 일대를 지칭한다. 대백프라자 뒷길은 지난 2010년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조성된 이후 주변까지 인테리어 소품숍, 카페, 음식점, 의류매장 등이 속속 들어섰다.

이날 김광석길을 찾은 김현주씨(38)는 “예전에는 대봉동에 올 일이 거의 없었는데 김광석거리가 생기면서 이 거리도 구경하고 대로수길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봉리단길은 대봉성당 뒤편에서 공무원연금공단 대구지부까지 이어진다. 노보텔 뒷길에 음식점과 카페가 산재해 있다면 봉리단길은 선술집, 일식집, 맥줏집 등이 거리에 줄지어 있다. 고객은 크게 이동할 필요 없이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거리의 장점이다.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봉리단길의 상권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 거리의 일부 업주는 봉리단길, 대로수길, 김광석거리, 방천시장이 인접해 있어 거대상권을 이루거나 삼덕네거리를 넘어 동성로와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들 거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해당 거리가 인기를 모으면서 임대료가 상승, 기존 소상공인과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과도한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권리금 장사’ 업체도 적지 않다.

실제 대봉동의 경우 2012년 이후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봉리단길의 월세는 99㎡(30평)기준으로 40만~50만원이었던 것이 최근 3~4배 정도 올랐다. 이 때문에 신생 상가들은 주요 거리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골목 깊숙하게 들어가고 있다. 서울 가로수길에 대기업 매장이 들어서면서 기존 상인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 ‘새로수길’을 만든 것과 같은 상황이다.

대구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2∼3년 전만 해도 권리금이란 게 없었던 동네인데 이제는 주요 거리에 위치한 가게는 권리금이 1억원이 넘는다”며 “특히 외지인이 투자를 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손동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