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비극 다시는 없도록…가해 학생 엄벌해주세요”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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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7 07:31  |  수정 2016-09-27 07:31  |  발행일 2016-09-27 제8면
피해자 어머니 ‘눈물의 호소’
“폭행·협박 견디다못해 투신…아들 생각하면 가슴 미어져”
“학폭 비극 다시는 없도록…가해 학생 엄벌해주세요”
지난 23일 오전 대구 동구 모 고교 정문 앞에서 이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군의 어머니 정모씨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처벌해 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우리 아이가 지금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올 것만 같은데….”

이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동구 모 고교 2년생(영남일보 9월10일자 6면 보도) 최모군(18)의 어머니 정모씨(50)는 26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정씨는 아들의 죽음이 ‘학교폭력’ 때문이라고 힘주어 주장했다. 정씨는 앞서 지난 23일 오전 아들이 생전에 다니던 학교의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지목한 A군(18)의 처벌을 강력하게 원한다고 했다.

그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렇다. 숨진 최군은 지난 여름방학 때 정씨에게 “고교 입학 초기부터 A군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정씨는 A군에게 전화를 걸어 “왜 괴롭히냐. 더 이상 우리 아이를 만나지도 말고 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고, A군으로부터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A군이 최군을 계속 괴롭혔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는 A군이 매일 아침마다 아들 최군에게 ‘알람’ 역할을 시켰다고 했다. 매일 아침 최군이 전화로 A군을 깨웠다는 것. 어떤 날은 A군이 자신의 교복 바지가 찢어지자 최군의 바지를 빼앗아 입고 등교해 최군이 어쩔 수 없이 체육복 바지를 입고 학교에 간 적도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수시로 최군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렸다고 했다.

“아들과 한 방에서 자곤 했는데, 아침마다 아들이 A군을 전화로 깨웠어요. 그런데도 A군이 전화 소리를 듣지 못해 제때 일어나지 못하면, 오히려 아들에게 전화로 욕을 했어요. 그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우리 아이는 자기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A군에게 ‘미안하다’고 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정씨는 학교 측의 미숙하고 안일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지난 7월말~8월 초 담임교사에게 전화로 “아들이 A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최군에게 전화로 물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정식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개학일이던 지난 8월16일 아침 최군은 교문 앞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 가기 무섭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 5일 최군은 몸이 아프다며 1교시 이후 조퇴했다. 이날도 최군은 정씨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고, 정씨가 “그래도 졸업은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집을 나섰다. 그 뒤 최군은 6일 새벽 수성구의 한 다리 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정씨는 “지금껏 수많은 아이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이 같은 비극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며 “가해학생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학교폭력 의혹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오는 29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A군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글·사진=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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