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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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03   |  발행일 2016-10-03 제30면   |  수정 2016-10-03
한국 상위 10%-하위 10%
2014년 소득차 무려 12배
기회의 평등뿐만 아니라
결과의 평등을 실현하려면
소득재분배 정책 추진해야
[아침을 열며]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
김형곤 법무법인 중원 구성원변호사

리우패럴림픽의 막바지 무렵이었다. 저녁을 먹고 9시뉴스를 보는데 스포츠뉴스에서 국내 프로야구 경기결과가 보도된 후 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정호원 선수가 보치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남자 탁구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 소식을 보고 매우 기뻤는데 나중에는 왠지 마음이 언짢아졌다. 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땀을 흘렸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는데 패럴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이 국내 프로야구 및 프로축구 경기결과나 강정호의 홈런 소식보다 늦게, 뉴스 끝자락에서 보도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8년이 지난 오늘에도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실제 모습은 별반 달라진 것 없이 광고수익의 효율성만을 고려한 것 같아서 말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본의 도요타보다 임금은 더 높으나 생산성은 오히려 훨씬 낮다는 보도와 함께.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시간당 임금총액 기준 대기업 정규직 임금과 비교할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35%, 정규직의 임금도 49.7%에 불과하며 대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65% 상당이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 정규직 직원은 혹여나 그 하도급업체의 직원이나 비정규직 직원에게 배분돼야 할 몫을 조금이라도 가로챈 것은 아닌가.

근대 시민혁명을 통해 자연법 사상에 근거한 평등이념이 확립됐고 현대에는 단순히 법 앞의 평등, 정치적 평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분적 정의 이념에 기초한 ‘실질적 평등’이 주창되고 있다. 근대적 평등사상은 중세 신분제로부터 인간해방을 통한 추상적, 선언적 이념성이 중시된 반면, 현대적 평등이념은 사회현실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불평등의 양상, 특히 경제생활에서의 여러 불평등에 주목하고 이에 따르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방지해 보다 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을 비교해 보면 12배의 차이가 나는데 1990년의 9배 차이 보다 더 격차가 벌어진 결과다. 상위 10%가 전체 부의 66%를 차지하고, 최상위 1%가 차지하는 부는 전체 부의 26%에 이른다. 미국 듀크대 댄 애리얼리 교수는 ‘당신이 부를 직접 분배할 수 있다면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는 최하위 20%에게 부의 10%를, 하위 20%에게 14%를, 중위 20%에게 21%를, 상위 20%에게 22%를, 최상위 20%에게 32%의 부를 분배하는 것으로 나와 우리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물론 미국도 실제로 상위 20%가 전체 부의 85% 상당을 차지해 부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다행히도 설문조사에서는 58.5%만 소유할 것이라고 나왔다고 한다.

평등과 효율은 상충적이므로 평등을 확대하면 효율을 떨어뜨리고 효율을 높이면 평등이 감소한다는 이론이 종래 강력히 주장됐다. 그러나 배분적 정의에 입각한 평등한 소득분배는 계층 간 갈등을 줄이고 근로와 생산 활동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노력을 증진시켜 결국 효율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부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과 결과의 불평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회 불평등이 심화돼 가난과 부가 대물림되면 사회 다수 구성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해 그 경제체제는 오히려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불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기회가 균등하더라도, 즉 경기규칙이 공정하더라도 승자와 패자에 대한 대우가 너무 불합리하다면, 즉 승자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가져가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면 그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결과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우리 사회는 절대적 빈곤을 극복했고 삶의 질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의료 및 교육분야에서도 상당한 복지수준을 이뤘음에도 상대적 빈곤과 차별에 대한 불만이 사회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소득재분배 정책 등을 통해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도 실현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와 동등하고 모든 사람이 서로를 똑같이 소중하다고 믿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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