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쿠보와 전설의 악기·혼숨

  • 김명은
  • |
  • 입력 2016-10-28   |  발행일 2016-10-28 제42면   |  수정 2016-10-28

쿠보와 전설의 악기
마법의 힘 가진 소년 쿠보의 환상 모험담


20161028

소년 쿠보(아트 파킨슨)는 기억을 잃은 어머니와 함께 절벽 끝 동굴에서 단둘이 생활한다. 악기로 사물을 움직이는 재주와 현란한 말솜씨로 마을 사람들에게 전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쿠보는 “해가 지기 전에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고, 어둠을 지배하는 악당 달왕(랄프 파인즈)이 보낸 쌍둥이 자매(루니 마라)의 공격을 받게 된다.

머나먼 나라에 홀로 떨어지게 된 쿠보는 그곳에서 달왕의 저주에 걸린 원숭이(샤를리즈 테론)와 딱정벌레(매튜 맥커너히)를 만난다. 쿠보는 투덜대면서도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며 길잡이 역할을 하는 원숭이와, 덩치에 비해 때로는 겁 많고 자신보다 더 아이같은 딱정벌레와 함께 모든 위험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아버지의 갑옷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스톱모션 애니 名家 라이카 스튜디오 10돌 기념작
CEO 트래비스 나이트 연출…BIAF2016 개막작
제작기간 5년에 할리우드 톱배우들 名品더빙 화제


쿠보는 신비로운 마법의 능력과 함께 뛰어난 칼솜씨까지 갖췄다. 그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투덜이 길잡이 원숭이와 기억을 잃은 전사 딱정벌레는 겉보기와 다르게 애정충만한 잔소리 기술과 발랄함을 겸비한 캐릭터다. 친숙하면서도 귀여운 비주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소년 쿠보가 가족을 둘러싼 비밀을 찾아나서면서 겪게 되는 환상적인 모험담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다. ‘어톤먼트’로 아카데미 음악상과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동시에 수상한 음악감독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현악기를 활용한 동양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마법의 힘으로 파도가 갈라지는 환상적인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악기를 연주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쿠보의 마법 같은 능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명가 라이카 스튜디오의 10주년 기념작인 이 영화는 지난 21일 열린 제18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라이카 스튜디오 대표인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이 연출했고, 샤를리즈 테론, 매튜 맥커너히, 랄프 파인즈, 루니 마라 등 할리우드 최정상급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5년간의 제작 과정 끝에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동양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쿠보의 가족에 얽힌 비밀이 영화 속에서 펼쳐질 모험의 핵심 요소이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어 가족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음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손길로 탄생한 사운드트랙 역시 놓칠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500일의 썸머’ ‘마이 시스터즈 키퍼’ 등 다수의 영화 OST에 참여했던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지나 스펙터가 영화의 주제곡인 비틀스의 ‘와일 마이 기타 젠틀리 윕스’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소화했다.

많은 해외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영화는 16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서양인들도 좋아할 만한 재료를 사용해 일본적 색채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장르:판타지 어드벤처 등급:전체관람가 러닝타임:102분)


혼숨
괴담과 함께 사라진 여고생을 추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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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공포 전문 방송 ‘야광월드’의 BJ(브로드캐스팅 자키) 야광(류덕환)과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박PD(조복래). 거침없는 입담과 화끈한 성격의 야광과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과묵하지만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변하는 박PD는 레전드 방송을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위험한 공포 소재를 찾아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에게 의문의 시청자로부터 ‘혼숨(혼자 하는 숨바꼭질)’이라는 동영상 파일 제보가 들어온다.

영상에는 저주의 놀이로 불리는 ‘혼숨’을 시작한 여고생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해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이 담겨있다. 직감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느낀 이들은 역술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방송 랭킹을 한방에 올려줄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사라진 여고생을 추적하는 위험천만한 생방송을 시작한다.

‘혼숨’이란 인형을 매개체로 귀신을 불러내 함께 숨바꼭질을 한다는 의미로, 분신사바와 같은 일종의 강령술이다.


혼자하는 숨바꼭질 소재로 한 리얼 미스터리 공포물
류덕환의 입대前 마지막 작품…원맨쇼 가까운 활약
실제 아프리카TV BJ의 생방송 보는 듯한 착각까지



일본의 한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세한 실행 방법과 이상 현상을 겪는 과정이 담긴 글이 올라와 이슈가 된 적 있다. 또 장난으로 놀이를 시작했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학업까지 중단한 채 치료를 받는 여중생의 실제 사연이 방송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영화는 이러한 ‘혼숨’ 괴담을 담아내면서 놀이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특히 어두운 독서실 화장실에서 쌀과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넣은 후 붉은 실로 봉합한 봉제인형을 거침없이 칼로 찌르며 숨바꼭질을 시작하는 여고생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공포감과 함께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혼숨’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 대중화된 1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와 다른 차원의 긴장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사실성을 강조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BJ 야광이 생중계를 진행하는 동안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는 채팅창이 열리고,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인 별풍선이 터진다.

‘혼숨’은 또 관객들이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현장감과 생동감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대부분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됐다.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움직이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은 극장의 스크린에서 보기에 어지러움증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혼숨’을 선택한 류덕환의 연기는 이번에도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실제 아프리카TV BJ의 생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차진 말솜씨와 반전의 춤실력으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선보인다. 조복래는 귀신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처음과 달리 목숨이 위험한 상황까지 내몰리지만 시청률을 위해 더욱 자극적인 영상을 갈구하는 광기 어린 인물을 생생하게 빚어낸다.

영화는 흉측한 몰골의 귀신을 등장시키거나 잔혹하거나 혐오스러운 장면, 귀를 찢는 효과음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 긴장감은 높지만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강력한 반전이 있다. (장르:공포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89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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