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식탁위의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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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01 07:52  |  수정 2016-11-01 07:52  |  발행일 2016-11-01 제19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식탁위의 지방
최영식 <뇌질환연구부장>

사람은 뇌 속 신경회로에 정보를 저장한다. 아이가 태어난 후 5~7년의 긴 시간 동안 인간의 뇌는 성장하고 환경과 조율하면서 느리지만 정확하게 발달한다.

역할 놀이, 묻고 답하기와 같은 학습 과정을 통해 뇌에 저장되는 정보와 그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점진적으로 발달한다.

이처럼 인간이 오랜 시간의 학습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뇌 발달 시간 동안 정보처리 유닛으로 기능을 획득하는 과정이 미세하고 복잡하게 구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뇌를 구성하는 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만드는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신경연접(시냅스)은 학습과 기억에 필수적이다.

청소년기 뇌발달 과정에서 신경연접의 개수가 재조정되고, 성인이 되면 신경연접 개수는 현저히 줄어든다.

이런 신경연접이 재조정되는 과정을 신경연접의 가지치기라 한다. 가지치기가 일어나면서 ‘마이엘린(myelin)’이라는 지질체가 신경세포의 정보 이동 통로를 에워싸 정보의 흐름을 훨씬 원활하게 돕는다. 이 정보이동 과정에서 마이엘린 지질체와 신경전달물질 이동에 필수적인 다른 여러 지질체들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마이엘린은 신경세포의 축색돌기를 싸고 있는 부분으로, 뇌 속 마이엘린 함량이 높다는 것은 이 부분의 전기신호가 빨리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가지치기나 마이엘린 막이 잘못되면 신경정보가 원활하고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므로, 뇌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학습능력 저하, 정서 불안, 판단장애 등과 같은 뇌질환이 올 수 있게 된다.

마이엘린 지질체를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한 예로 마이엘린 손상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직접 특효약을 개발한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실화)가 있다.

이 부부는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고치기 위해 순수한 올리브유와 평지씨 기름을 섞어 일명 로렌조 오일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 오일로 아들의 마이엘린 손상 진행을 멈추었으며, 그것은 마이엘린 손상병 치료제 개발의 촉진제가 되었다. 우리 뇌의 3분의 1이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이엘린 지질체는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이처럼 마이엘린 지질체의 원활한 뇌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방산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지방 성분의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오늘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기름기 많은 생선을 나눠 먹으며 아이들의 뇌 발달과 부모님의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훌륭한 식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인지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기 바란다. 뇌 관련 질환은 골든타입이라는 것이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진단하고, 이에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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