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관광객을 경북으로 .5] 규슈 구마모토 지진에서 배운다<상>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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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08   |  발행일 2016-11-08 제12면   |  수정 2016-11-09
“돌 하나까지 데이터화…무너진 구마모토성 복구는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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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구마모토성의 천수각의 돌담이 흘러내려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일본 3대 성(城) 가운데 하나인 구마모토성에는 지진 이후에도 외국인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앙인 마시키마치의 한 주택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이 조심스럽게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위쪽부터)

지난 4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남긴 피해는 엄청났지만 구마모토 지역민은 피해 복구와 관광 부흥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영남일보는 복원작업이 한창인 일본 3대 성(城) 가운데 하나인 구마모토성과 지진의 진앙인 마시키마치 현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피해 복구와 관광 부흥을 위해 규슈 지역 7개 현(광역지자체)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정책의 성공사례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400년 역사 구마모토성 첫 피해

규슈의 대표적 도시 구마모토시의 거리는 구마모토성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다. 시내 중심에는 노면 전차가 오가며 고즈넉한 일본 소도시의 분위기를 제대로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진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탓인지 시간이 흘렀음에도 곳곳에 잔해가 남아 있었다.

도시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구마모토성은 지진으로 인해 외벽 대부분이 무너져 있었다. 복원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단계였다.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 몰라 일본 사람들에게는 마음 아픈 공간이 되고 있다.


훼손된 성에도 관광객 차츰 늘어
복구 현장선 예비부부 웨딩촬영
“지금 모습도 색다른 추억 될 것”

마시키마치 100년만의 큰 지진
자원봉사 주민 복구작업에 열의



구마모토성은 내부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 주변은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성을 둘러싼 강은 무너져 내린 돌멩이로 가득 채워져 있다.

구마모토성에 있는 돌담의 전체 면적은 7만9천여㎡로 서울광장 잔디 면적의 12배를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30% 정도가 지진의 진동으로 뒤틀리거나 부풀어 올랐고 10%가 무너졌다.

◆만약의 상황 대비한 국민성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취재진과 만나기로 약속한 구마모토관광컨벤션뷰로 구로키 미나코 과장이 왔다. 구로키 과장은 취재진을 안내하다 갑자기 발길을 멈춘 뒤 손으로 피해현장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천수각을 떠받치는 돌담이었다. 무너져 내려 위태로워 보였다.

구로키 과장은 이처럼 피해를 본 곳이 많지만 걱정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진 전에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대부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당국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이 성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었다고 한다.

구로키 과장은 “돌에는 숫자가 적혀있고 수년 전 사진도 찍어뒀기 때문에 다소 복원에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무너져 내린 돌멩이와 목재 등 기존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복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복원작업을 위해 무너진 바위를 분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존의 목재들을 옮겨 보관하는 작업도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구마모토성 완전 복원에는 대략 634억엔, 우리 돈으로 약 6천88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재난지역 관광 가고 웨딩촬영

구마모토성 자원봉사자인 혼다 히데요시씨(70)는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후에 와서 보니 지금의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면서 “지진으로 곳곳이 훼손되긴 했지만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천수각을 보려는 방문객이 차츰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여름방학 기간인 지난 8월 한 달간 7천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방문객 대부분은 구마모토성의 재건을 응원했다.

성 앞에서 방문객을 만났다. 고향이 구마모토인 가마티니씨(여·63·나고야시)는 “방송으로만 봤다. 예전엔 아름답고, 위풍당당한 모습의 성이었는데 실제 와서 보니 슬프다”면서 “원상복구가 언제 될지 알 수 없다고 하니 살아 있는 동안 볼 수 있을까 싶어 왔다. 아마 나이 드신 분들은 다 똑같은 생각으로 다녀갈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무너져 내린 천수각을 뒤로하고 구마모토성의 잔디광장을 찾았다. 한 방송사가 주관하는 농산물 판매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중앙 무대 주변으로 200여개에 달하는 부스가 행사 규모를 가늠케 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가 야외촬영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 외에도 촬영지가 많은데 굳이 피해 현장에서 촬영하는 이유가 있냐”고 예비신랑에게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오이시씨(27·아소시)는 “이곳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의 웨딩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던 곳이다. 지진 피해를 입긴 했지만 웨딩사진 촬영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면서 “지금의 모습도 웨딩사진으로 남기면 색다른 추억이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마시키마치 복구 손길 이어져

구마모토현(縣) 청사에서 지진 진앙인 마시키마치까지는 차량으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구마모토현과 자매결연을 한 충남도 황래묵 사무소장과 동행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집들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무너진 지붕더미에 매몰된 차량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수십여 채의 목조주택들은 폭삭 주저앉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100년 가까이 큰 지진이 없어 주택에 대한 내진 기준이 약했던 탓인지 몰라도 16만여 가구가 지진 피해를 입었다.

잠시 차에서 내려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마을 곳곳에서 포클레인과 트럭이 바쁘게 움직이며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자신도 지진의 피해를 입었지만 자원봉사를 자처해 나와 일하는 주민도 있었다. 피해 현장은 복구를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중장비의 요란한 소음 속에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으려는 주민의 열의로 가득차 있었다.

황 소장은 자신이 현지에서 겪은 지진 경험담을 이동하는 동안 들려줬다. 그러면서 지진에 대처하는 일본인의 모습도 귀띔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시민의식은 남달랐다. 크게 분노하지도 낙담하지도 않고 그저 체념한 듯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주민들은 긴급 대피소에서 주먹밥을 받기 위해 질서정연하게 줄 서 있었고 이들 가운데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책임자가 누구냐며 호통치는 사람도, 새치기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인의 침착한 대응은 자신보다 사회전체를 중시하는 집단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황 소장은 덧붙였다. 이웃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문화가 전통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마시키마치의 한 주민은 “구마모토지진은 극히 예상 밖의 사고였다. 누구도 절망하기보다 이번 지진에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재해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규슈 구마모토에서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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