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카페 6·순종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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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8   |  발행일 2016-11-18 제42면   |  수정 2016-11-18

카페 6
서툴러서 더 설레고 아픈 첫사랑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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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숙맥인 민록(동자건)은 얼굴도 예쁜데 공부까지 잘하는 완벽함으로 가까이 하기엔 어려운 퀸카 심예(안탁령)를 2년째 짝사랑하고 있다. 같은 반 킹카 친구에게 그녀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던 그는 용기를 내 사랑 고백을 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첫사랑을 시작한다. 도도하고 성숙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수줍음 많은 소녀로, 순수하고 여린 감성을 지닌 심예가 하굣길마다 뒤를 쫓아오고 몰래 자신의 얼굴을 스케치한 그림을 선물하는 민록의 마음을 결국 받아준 것이다. 민록은 같은 대학에 가겠다는 심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질없는 공부에 매진하는 것은 물론 오직 그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도 불사하는 순애보를 보여준다.


2007년 대만 휩쓴 同名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
오자운 감독, 자신의 원작을 각색해 장편영화 데뷔
‘말할 수 없는 비밀’ 제작진 의기투합…BIFF 초청작


민록에게는 공부와는 담쌓은 사고뭉치 죽마고우 백지(임백굉)가 있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뻔뻔함과 허당 매력으로 교내를 시끄럽게 만드는 주범이지만 민록과는 끈끈한 의리를 자랑한다. 백지는 소극적인 민록의 첫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나서다 심예의 단짝 채심(구양니니)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수상한 연애작전을 펼치는 백지로부터 제일 친한 친구인 심예를 보호하느라 늘 정신이 없는 채심은 장난인 듯 아닌 듯 마음을 표현하는 백지의 사랑 고백을 가차없이 거절한다. 그러자 주도면밀한 의리파 백지는 친구의 사랑을 지원해주는 동시에 자신의 짝사랑까지 성공시키기 위한 완벽한 작전(?)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2007년 대만을 휩쓴 동명의 인기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카페 6’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열아홉 살 청춘들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그린다.

1996년을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풋풋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과 교환일기를 함께 쓰고 카세트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해 마음을 전하는 등 그때 그 시절의 아기자기했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한다. 또 사소한 모든 것을 함께 나누던 분신 같던 단짝 친구와의 우정과 한 번쯤 경험해본 잊지 못할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카페 6’는 인터넷 소설가로 활약하던 오자운 감독이 자신의 최고 인기 소설을 직접 각색해 연출한 작품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단편 영화 ‘여름의 시’를 연출하기도 했던 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카페 6’는 지난 10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올 상반기 극장가에 대만 청춘 로맨스 흥행 열풍을 일으킨 ‘나의 소녀시대’가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같은 섹션을 통해 국내 관객을 처음 만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던 만큼, ‘카페 6’ 역시 그와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는 극중 두 쌍의 남녀 커플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사랑을 비교하게 만드는 재미를 안긴다. ‘민록-심예’ 커플이 풋풋하고 귀여운 첫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들의 절친이자 톡톡 튀는 개성으로 중무장한 ‘백지-채심’ 커플은 주거니 받거니 핑퐁 같은 호흡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오자운 감독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배신하지 않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배우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대만 내에서 적합한 배우를 찾지 못한 감독은 결국 오디션을 중국과 홍콩까지 확장해 영화 ‘청춘파’ ‘산하고인’ 등으로 좋은 평판을 얻으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던 동자건을 남자 주인공으로 최종 낙점했다. 중국 출신 배우가 대만 사람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발음이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동자건은 그와 같은 우려를 오히려 기대감으로 반전시켰고, 오자운 감독은 주연배우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며 그의 연기에 크게 만족했다고 한다.

유독 국내 정서와 가까운 감성 코드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대만 청춘 로맨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등에 참여한 제작진과 중국, 대만, 홍콩 각지에서 활약 중인 중화권 스태프들이 ‘카페 6’를 위해 뭉쳤다.

쌀쌀한 가을에 관객들의 감성을 파고들 최적인 로맨스 영화로 작지만 강한 흥행몰이를 기대해볼 만하다. (장르:드라마·로맨스,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03분)


순종
‘내전’ 레바논·우간다의 두 韓人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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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안에서 그들이 회복돼 가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다면 기쁨으로 순종하겠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순종’은 우간다와 레바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은혜 선교사는 남편과 어린 자녀들과 함께 우간다 딩기디 마을에 정착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故) 김성종 목사의 뒤를 따라 내전의 상처로 피 흘리는 이 마을에 오게 됐다. 김 선교사는 이곳에서 우물을 파고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살아 생전에 가족을 가난의 굴레에 던져놓고 오직 오지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만 자신의 일생을 바치고 일해왔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떨쳐내지 못했다. 아버지의 선택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고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아프리카의 낯선 땅, 낯선 이들의 눈물과 증언, 자신의 아버지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소녀 플로렌스를 통해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진정한 순종의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배경을 레바논으로 옮겨 김영화 선교사가 전하는 행복의 삶을 소개한다.

김영화 선교사는 한국에서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이 모여 사는 레바논 자흘레 난민촌에서 상처 입은 영혼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동생과 연로한 부모를 한국에 남겨두고 와 마음에 짐을 짊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난민촌의 아이들을 위해 컨테이너 학교를 세우고 어머니와 헤어진 뒤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소년 알리의 집을 매일같이 방문하며 문을 두드리는 것을 그는 멈추지 못한다.


기독교방송 CBS가 처음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40℃ 폭염에 하루 15시간·총 1년6개월 제작 기간
최강희·최수종 내레이션으로 잔잔한 울림과 감동


내전의 한복판에 놓인 우간다와 레바논,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비추면서도 영화는 시종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 중심에는 두 선교사와 그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낮은 땅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을 위해 세상 그 어느 곳 못지 않은 척박한 곳으로 향한 두 선교사가 보여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이타적 사랑이다.

‘순종’은 우간다와 레바논을 오가며 40℃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하루 15시간 촬영, 총 1년6개월이라는 제작기간을 통해 완성됐다.

안전이 담보되지 못한 지역에서 두려움을 안고 고군분투했던 시간 등을 포함해 기획, 촬영, 편집 등 영화의 전 과정에 걸쳐 흘린 땀방울과 치열했던 순간들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기독교방송 CBS가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로, 배우 최강희와 최수종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혼란의 시대에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주는 영화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르:감동 휴먼 드라마, 등급:전체관람가, 러닝타임:88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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