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 개인전 ‘함께 떠나는’…24일부터 봄갤러리서 열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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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2   |  발행일 2016-11-22 제24면   |  수정 2016-11-22
3년만에 새로워져 돌아온 ‘누드여인과 백조’
김남희 개인전 ‘함께 떠나는’…24일부터 봄갤러리서 열려
김남희 작 ‘날아오르다’

세상떠난 엄마 대신 그린 백조
母女 이어주는‘영혼의 메신저’
검붉은 누드의 딸과 묘한 대조
수많은 흰 붓터치는 희망 암시


김남희 작가는 여인의 누드와 탑 등 불교적 소재를 결합한 작업을 해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를 한 화면 안에 배치시킨 그의 작품은 사람들의 뇌리에 묘한 기억을 남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이 화폭 가득히 자리 잡고 있지만 전혀 야하다거나 성과 관련된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붉은 빛이 감도는 여인의 몸에서 오히려 성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 몇 년 전부터 백조가 등장했다. 백조와 누드를 한 화면에 담아낸 것이다. 여기서 누드는 김 작가 자신이고 백조는 작가의 어머니이다.

“몇년 전 하늘나라로 엄마를 떠나보내고 엄마를 대신해서 백조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예로부터 ‘새는 영혼과 영혼을 이어준다’고 했지요. 백조는 영원히 엄마와 나를 이어주는 간절한 교감의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조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다른 모습인 동시에 작가와 어머니를 이어주는 ‘영혼의 메신저’이다. 김 작가는 어머니가 살아있을 때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없는 현재는 백조를 벗 삼아 나들이를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백조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날아서 데려다 준다”며 자신의 가슴속에 아직도 어머니가 살아있음을 밝힌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는 여인이 백조에 기대어 있거나 백조와 함께 편안하게 앉아있는 모습 등이 많다. 이는 은연 중에 백조에 의지하는 작가의 내면을 보여준다.

김 작가의 작품에서 백조와 누드는 묘한 대조를 보인다. 하얀색의 백조와 검붉은 여인의 몸이 대비를 이뤄 시선을 끈다. 이만이 아니다. 김 작가 특유의 어눌한 스타일의 누드에 비해 백조는 아주 아름답고 완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 역시 자신과 어머니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녹아든 것이다.

김 작가는 “백조는 엄마이자 이상세계를 상징한다. 엄마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가장 평화로운 곳, 행복한 곳, 꼭 가보고 싶은 이상향”이라며 “이 세상에 엄마는 없지만, 내 가슴속에 살아있기에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고 미래를 설계하는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김 작가가 더욱 새로워진 백조와 누드그림을 들고 나온다. 24일부터 12월2일까지 봄갤러리(대구 중구)에서 17번째 개인전 ‘함께 떠나는’을 연다.

이번 전시작들은 예전에 비해 붉은 색상의 사용이 많아졌으며 배경에 흰 붓터치를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붉은색에는 작가의 삶과 창작활동에 대한 열정이 스며있다. 붉지만 검은빛이 살짝 도는 색상은 뜨겁지만 결코 무분별하게 타오르지 않고, 절제를 바탕에 두고 열정이 타오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배경을 이루는 하얀색 붓터치는 김 작가의 삶의 편린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이 쉰을 넘어서면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김 작가는 그가 겪어온 삶의 과정들을 흰 붓터치로 화면에 하나하나 옮겼다.

김 작가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화면에 가득한 흰 붓터치는 백조의 깃털이다. 깃털의 흰색은 삶을 바라보는 나의 긍정성과 희망을 암시한다”며 “그림 그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작가로서의 기쁨이 잘 녹아있다”고 밝혔다. (053)622-8456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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