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모피와 인간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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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5   |  발행일 2016-11-25 제23면   |  수정 2016-11-25

모피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야생동물에게는 매우 잔인한 시기다. 세계적으로 모피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모피 생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밍크, 여우, 토끼, 라쿤 등 모피 생산에 필요한 동물의 85%는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된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모피 생산을 위해 가장 많이 사육되는 동물은 밍크와 여우다. 그 다음으로 토끼, 라쿤, 검은 담비와 비슷한 세이블(sable) 순이다.

1990년 4천500만 마리에 그쳤던 세계 밍크 판매량은 지난해 8천400만 마리로 두 배가량 늘었다는 국제모피연합의 주장도 있다. 이 단체는 비좁은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또한 잔인한 도살 방법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피 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최소 40마리에서 200마리 이상의 동물을 죽여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연간 1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인간의 모피 탐욕 때문에 희생되는 셈이다.

지난해 홍콩은 세계 모피 무역량의 25%인 20억달러어치를 수입해 세계 1위에 올랐고, 중국은 15억달러를 수입해 2위에 올랐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는 2억8천만달러의 모피 수입으로 세계 8위를 차지해 새로운 국제 모피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겨울 평균 기온이 0~15℃로 비교적 춥지 않은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모피 옷은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다.

젊은 여성들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 고가의 모피 코트는 혼수 품목에 포함될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금도 인간의 잘못된 소유욕과 허영심 때문에 수많은 동물이 산 채로 털이 뽑히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동물의 털은 동물이 입고 있을 때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동물 보호론자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털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어가는 동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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