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교시·방과후수업 대신 독서·명상…마음의 창을 밝혀주는 학교

  • 글·사진=김호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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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30   |  발행일 2016-11-30 제12면   |  수정 2016-11-30
김천여고 감성소통프로그램
학생들 학업 스트레스 해소
0교시·방과후수업 대신 독서·명상…마음의 창을 밝혀주는 학교
지난 25일 오후 김천녹색미래과학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김천여고 자살예방 시범학교 운영보고회’에서 김천여고 학생들이 창작극 ‘피터’를 선보이고 있다.

자살예방 시범학교인 김천여고(교장 박경철)의 ‘감성 소통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김천여고는 지난 25일 오후 김천녹색미래과학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자살예방 시범학교 운영보고회’에서 성과 보고와 함께 관련 자료 및 학생들의 출품작 전시회를 가졌다.

이날 박경철 교장은 “학업 스트레스를 비롯해 진학고민·교우관계·가족문제 등으로 지쳐있는 학생들이 많은 요즘, 청소년 자살률 등은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돌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천여고는 우선 학부모를 대상으로 사춘기 정서행동적 특성에 대한 이해 및 소통방법 등 교육연수뿐만 아니라 학생-학부모 간 집단상담 자아성장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교사들도 인성을 키우는 MBTI 수업지도안 작성법, 미술치료를 활용한 효과적인 창의 인성지도 방법 연구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했다.

0교시 및 방과 후 수업도 폐지됐다. 교실에서는 책을 통해 마음에 말을 건네 볼 수 있는 ‘마음건강 독서시간’이 생겨났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진행하는 ‘마음건강 명상시간’을 통해 내면적 사고를 깊게 하는 기초를 이뤘다. 미니 강연 프로그램인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시청도 학생들이 넓은 안목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엄마와 하는 진실게임’은 엄마와 딸의 깊은 대화와 공감의 시간을 선물했다.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인 ‘참 나를 찾아서 떠난 여행’은 학생들이 경외감마저 느끼게 했다. 하루 종일 공부에 몰두하느라 신체 접촉이 별로 없는 학교생활 속에서, 따뜻한 포옹을 통해 마음을 교류하고 행복을 되찾게 한 ‘허그 데이(Hug-day)’도 생겼다. 모든 프로그램이 생활 속 소소하고도 진솔한 얘기를 통해 삶의 내밀한 무늬들을 느껴보는 힐링의 시간이 됐다.

‘감성소통 대회’는 학생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꽃피우는 통로가 됐다. 시·소설·창작극·UCC 등 예술 활동을 통해 생명존중, 좌절과 고난 극복, 자살예방 등에 대한 감성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 창작시 부문 수상작 ‘가시밭, 긴 겨울 그리고 봄’, 문학 속 생명 구하기 부문 수상작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창작극 부문 수상작 ‘피터’는 청중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또 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관심군 학생들을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으로 요리 심리 프로그램, 미술치유 프로그램, 모래상자 놀이치료 등을 실시해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앞으로 연구하고 개선돼야 할 점도 많다. 학교가 학생들의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수립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은 바로 ‘수업을 통한 소통’이므로, 수업에서 감성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교사의 마인드 변화 및 수업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보고회 도우미로 참여한 김예은양(18·김천여고 2)은 “학생이 주인이 되고 중심이 돼 직접 느끼고 만들어가는 학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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