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 문제,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12-29   |  발행일 2016-12-29 제30면   |  수정 2016-12-29
20161229
김관용 (경북도지사)

쌀은 안보라는 점 명심하고
적정규모 농토 반드시 유지
쌀=밥 고정관념도 벗어나야
국민 생명줄 지키는 농업인
국가차원 보살핌 장치 필요


요즘처럼 쌀 문제가 어려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30년 전만 해도 쌀은 다른 식료품으로 바꿔 먹을 수 있을 만큼 현금가치가 높았다. 그런 쌀이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가축먹이로 처분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지켜낸 쌀인가. UR, WTO를 거치며 시장개방의 거센 압력 속에서도 온 국민이 지켜온 쌀이다. 풍년 농사 지었으니 돈도 좀 만지고 동지섣달 뜨뜻한 아랫목에서 허리도 지지면서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실정이 이러하니 농사지을 맛이 날 리 없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쏟아낸 수많은 대책과 조치들도 큰 효과는 없었다. 생산과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한데 온통 공급 축소 일변도였기 때문이다. 수요를 어떻게 늘릴지 고민해야 되는, 발등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해 왔다.

다시 눈을 돌려 현장으로 가보자. 생산은 많고, 소비는 줄고, 가격은 떨어졌다.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하는 쌀은 30년 전의 절반 이하인 62.9㎏이다. 한 달 내내 먹는 쌀값이 1만원 안팎이다. 커피 서너 잔 값이다. 쌀 문제 해결의 정답이자 해법의 열쇠는 나와 있다. 적정한 생산, 안정적인 소비확대다. 우리 경북도는 이러한 차원에서 지난 23일 ‘쌀 수급안정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쌀은 안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쟁이 없다고 무기를 버리지 않듯이 당장 재고가 넘치고 쌀값이 떨어진다고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쌀은 논이라는 고유한 환경이 필요하고 적절한 생산을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의 농토유지가 필수다. 자급률과 식량안보를 유지하면서 과잉공급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생산기반을 탄력 있게 유지하도록 유연하게 고삐를 잡아주는 게 생산정책의 핵심이다. 한시적 생산조정을 위해 대체작물 재배를 확대하고, 고품질 품종보급 확대라든지 수생 동·식물에 대한 쌀직불금 지급확대 등이 그러한 대책들이다. 일본 니가타현의 ‘고시히카리’, 중국 오상의 ‘오상쌀’. 세계적으로 맛 좋기로 유명한 쌀 브랜드다. 두 배 이상 비싸도 잘 팔린다. 고시히카리로 만든 김밥과 가공품은 선호도가 높다. 이런 것만으로 그 나라의 쌀 산업이 잘 돌아간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 기호와 눈높이에 맞는 제품이 만들어진다면 소비자는 언제든지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제는 ‘쌀=밥’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식생활 패턴이 간편 다양화되고 소비량이 급감하는 추세에서 밥쌀로는 지속적인 소비유지가 힘들 뿐만 아니라 확대는 더욱 어렵다. ‘쌀=쌀식품’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12% 정도의 가공용 쌀 소비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기만 해도 대량수요가 확보된다. 생산이 지금보다 늘어나도 시장의 숨쉬기는 한결 나을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경북본부가 내후년이면 구미에 들어선다. 쌀식품으로 가는 데 큰 후원군이 생긴 셈이다. 쌀의 고유물성과 가공적성의 한계를 극복해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활과 밀접하고도 트렌드에 맞는 가공식품 개발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공략이 가능하리라 본다. 매년 의무적으로 도입되는 41만t의 수입쌀도 가공을 통해 역수출이 가능하다.

이제는 숲 전체를 보고 출구를 찾아놓고 나가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어 나가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거시적인 시각과 전략적인 접근은 부분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쌀산업 활로를 모색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쌀 수급안정 특별대책협의회라든지 쌀 사랑 포럼으로 다양한 농가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 관계자 간에 소통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일 것이다.

이 모든 것에 앞서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힘들어도 농촌을 떠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준 농업인의 노고와 그들의 삶이다. 최고의 품질, 풍요로운 수확에도 시름이 더 깊어지는 현실이 농업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의 생명줄인 쌀을 지켜낸다는 자존감에 대해 국가 차원의 보살핌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의 관심과 사랑하는 마음이 모아질 때 쌀산업은 안정되고 농사만 지어도 사람대접 받고 살맛 나는 농촌의 풍요로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