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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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2   |  발행일 2017-01-02 제29면   |  수정 2017-01-02
“가상공간과 실제세계 풍자적으로 잘 표현”
[2017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심사평

본심에서 읽은 소설은 모두 아홉 편이었다. 그중엔 좋은 소설이 많아 심사가 매우 길어졌다. 문예지를 비롯해 문학상까지 많은 심사를 했지만 유독 좋은 소설이 모여서 각축을 벌이는 통에 힘든 심사가 되었다. 하지만 좋은 소설이 많아 심사위원 모두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론 영남일보 문학상의 권위와 인기가 느껴졌다.

좋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한 편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가 꾸민 이야기를 읽는 것인데, 이때 우리들이 읽는다 하는 것은 작가가 쓴 문자와 언어다. 아무리 기발한 이야기라 해도 소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문장뿐이다.

좋은 소설이 많았다는 말은 결국 언어를 적합하게 사용하고 서사 전달의 활용된 도구로 이용한 소설이 많았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 손에서 떠나지 않은 소설은 모두 네 편이다. ‘내일은 해피엔딩’은 자살동호회 멤버들이 한적한 펜션으로 가서 자살한다는 사회적 이슈를 다룬 소설이었다. 우울한 내용이지만 펜션 주인의 유머러스한 인물을 통해 단순한 비극으로만 전달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펜션에 들어서는 소설 초반부터 자살동호회 모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생각대로 전개가 되는 게 아쉬웠다. 특별한 소재에 기대면 뭔가 새로워 보일 것 같지만 그건 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다. 좋은 소설은 언어를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별한 소재에 기대지 않고도 완성도를 높인 소설이다. ‘태풍’과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문장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묘사가 주는 힘이 서사를 압도할 만큼 탄탄했다. 당선작과 함께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게 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현대 소설에서 묘사의 비중은 많이 줄어들었다. 필요한 부분에 적절하게 사용되었더라면 보다 더 세련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당선작은 진통 끝에 ‘라스트 장용영’으로 결정했다. 전통 무예의 고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인터넷 공간에서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가상공간과 실제의 세계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광고와 ‘진짜’처럼 재현되는 가상의 세계에 이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접속되는지를 야무지게 보여준다.

비록 올해 응모에선 아쉽게 탈락한 수많은 분은 낙담하지 말고 내년에 더욱 공들여 도전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응모자 모두에게 새해에는 복된 일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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