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 - 라스트 장용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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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2   |  발행일 2017-01-02 제29면   |  수정 2017-01-02
[2017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 - 라스트 장용영(2)
서양화가 이장우 作

인터뷰어가 곧바로 두 번째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의 실력은 어떻게 보시나요? 그리고 낙엽을 베는 게 가능할까요? 최대호는 장용영이 실제로 숙련된 자세와 검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용영의 안법(眼法)과 보법(步法)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안법은 눈의 움직임을 말합니다. 실제로 적과 마주했을 때 적의 무기에 현혹되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장용영의 시선은 누가 앞에 있어도 움직임을 놓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보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대호는 손으로 장용영의 한 동작을 가리켰다. 이 동작은 체보입니다. 오른발을 끌어 걸으며 무게중심이 앞발에 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동 시에는 중심의 높낮이가 없어야 합니다. 이렇게 장용영처럼 허리를 밀어 움직여야죠. 최대호가 다시 화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검법 역시 상당 부분 조예가 깊습니다. 흔히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완벽할 때 ‘한 칼을 만들었다.’ 하고 말을 하고는 합니다. 장용영을 보고 있으면 한 칼, 한 칼을 잘 만들어낸 무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최대호는 누구든 빗자루로 낙엽을 베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대호는 그 뒤에도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장용영이 하는 검법은 무예도보통지 제2권에 나오는 예도 편이며, 예도는 우리나라의 검인데, 칼날의 길이가 3척 3촌이며 자루의 길이가 1척이라 했다. 재밌는 점은 ‘장용영’의 빗자루 길이도 그와 흡사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어는 그 뒤에도 최대호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문제는 인터뷰어의 질문이 하나같이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최대호는 몇 개의 낱말만 바꾼 채 천천히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그 때문에 인터뷰 영상에도 똑같은 댓글이 올라왔다. ‘한 줄 요약, 빗자루로 낙엽 베기 불가능.’

닉네임 ‘해피 바이러스’는 꾸준히 그 댓글을 옮겼다. 새로 올라오는 모든 글에 빗자루로 낙엽 베기 불가능, 하고 적었다. 다수파 중 몇몇이 해피 바이러스를 쫓아했다. 댓글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옮겨 적는 사람의 수 또한 점점 늘어났다. 그들은 굳이 장용영 관련 글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무작위로 댓글을 남겼다. 댓글의 길이도 점점 짧아졌다. 결국, 댓글은 ‘빗자루로 낙엽 베기 불가능’의 앞자리만 딴 형태가 되었다. 빗낙베불.

소수파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장용영이 빗자루로 낙엽을 베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올렸다. 그러나 영상을 올리는 일은 시간이 걸렸다. 어렵게 영상을 올려도 금세 다수파의 댓글만 가득 찼다. 소수파는 방법을 바꿨다. 장용영이 낙엽을 베는 장면을 사진으로 편집해 나르기 시작했다. 영상보다는 빠르게 글을 업로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수파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싸움이었다. 애초에 다수파의 수가 훨씬 많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싸움은 비슷해졌다. 다수파가 댓글을 무작위로 남긴 게 문제였다. 장용영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다수파의 댓글을 보고 불쾌해했다. 특히 닉네임 ‘곰개발’은 매우 화를 내며 싸움에 가담했다. 그는 자신의 고민에 관한 글에 온통 빗낙베불, 이라는 댓글이 달렸다고 했다. 곰개발 같은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났다. 25h는 1초에도 여러 개의 글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그리고 그 글에는 곧바로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훗날 한 25h 유저는 그 모습을 보고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따라하듯 말했다. 25h는 전쟁터였고, 나는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싸움은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기로 유명한 25h가 글쓰기 버튼을 없애면서 싸움은 끝났다. 25h의 충견들은 매우 실망했다. 기껏 준비한 영화감독과 여배우의 스캔들은 써먹지도 못했다. 한참 뒤에 글쓰기 버튼이 다시 생기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올린다고 해도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25h 내 유저들은 모두 장용영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마치 큰 전투에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마냥 흥분해 있었다.

25h의 충견들은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25h의 충견들 중 가장 유명한 ‘허스키’도 마찬가지였다. 허스키의 닉네임은 ‘25h 허스키’였다. 스스로 자신을 25h의 충견임을 밝히는 닉네임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안 좋게 보지 않았다. 개밥을 원한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허스키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 허스키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그의 글 때문이었다. 허스키는 연예인 가십거리를 위주로 글을 썼는데, 매우 높은 신빙성을 자랑했다. 실제로 유명 아이돌 가수와 배우가 사귀고 있는 것을 맞추거나, 불법도박을 하는 유명 스포츠선수를 잡아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전적이 화려했다. 연예계 기자들이 허스키의 글을 읽고 기사를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허스키도 베스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기껏 준비한 스캔들은 쓸모가 없어졌다.

허스키는 다시 자신이 25h를 주도하고 싶었다. 여러 번 글쓰기 버튼을 눌렀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허스키가 선택한 방법은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이었다. 그는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빠르게 한 문장을 작성했다. 곧이어 게시 버튼을 눌렀다.

내가 장용영을 찾아줄까?

허스키의 글은 반응이 좋았다. 다수파는 자신들이 이겼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소수파는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허스키가 장용영을 찾아오기를 바랐다. 허스키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허스키가 사라지자, 25h 충견들은 또다시 분주해졌다. 매번 개밥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게 허스키였다. 그런 허스키가 없으니, 그 자리를 차지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베스트에 갈 방법을 찾았다. 여전히 25h 내에서는 장용영이 가장 큰 이슈였다. 그들은 장용영을 소재로 여러 가지의 글을 썼다.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서 싸움을 붙이기도 했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의외의 글이 베스트에 갔다.

‘낙엽엔딩’이라는 사람이 쓴 글이었다. 낙엽엔딩은 무예 24기가 해체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영상을 하나 실었다. 최대호를 인터뷰한 영상을 편집해 한 부분만 가져온 것이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인터뷰어의 질문이 나왔다. 과연 25h 유저들이 장용영을 찾을 수 있을까요? 최대호는 그 질문에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잠시 뒤에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장용영이 빗자루로 낙엽을 벨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저와 함께 활동했던 무예 24기 멤버들조차 찾기가 어려워요.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먹고 살기 위해 흩어졌어요. 그런데 빗자루로 낙엽을 벨 수 있는 고수를 찾는다고요?

낙엽엔딩은 최대호가 무예 24기에 애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가 무예 24기의 마지막 단원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여러 개의 기사를 보여주었다. 2015년, 2016년에 쓰였던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무예 24기의 비리에 대해 말을 하고 있었다. 짧게 설명하자면, 당시 무예 24기는 관광객에게 최고의 공연이었다. 마상무예와 야간에 횃불을 들고 공성전 훈련을 재연하는 모습은 대단했다. 그러나 인사문제가 불거졌고, 횡령까지 터졌다. 문제는 수습도 제대로 안 된 점이었다. 책임자를 바꾸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사람들은 점차 무예 24기를 좋게 보지 않았다. 수원시도 무예 24기 단원들의 지원금을 줄였다. 시간이 지나자 무예 24기는 몇 명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무예 24기의 단장이 최대호였고, 그는 끝까지 무예 24기를 지키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미 무너진 무예 24기를 최대호가 지킬 방법은 많지 않았다. 얼마 못 가서 무예 24기는 해체되었다.

낙엽엔딩은 그 뒤에 최대호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최대호는 허름한 건물 사층에서 다시 시작했다. 조선무예전수관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직접 도배를 했고, 한쪽 벽면에는 직접 거울을 붙이기도 했다. 제법 모습이 갖추어졌지만, 겨우 임대료를 내는 수준이라 했다. 낙엽엔딩은 글 끝에 장용영도 최대호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조선의 무예를 지켜내고 있을 거라고 했다.

25h는 다시 일주일이 지났고, 조용해졌다. 한동안 시끄러웠던 장용영 이야기는 점차 사라졌다. 대신 의미 없는 사진을 올리거나, 시간을 때우자며 말장난을 하는 글이 주를 이루었다. 더운 여름 날씨에 관해 이야기했고,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 사진을 게재하면서 키득거렸다. 25h의 충견들은 이번에도 베스트에 갈 만한 소재를 찾아 올렸다. 몇몇이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예전만 못했다. 그러던 도중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5h 허스키였다. 제목은 장용영을 찾아냈다, 였다.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그 글을 클릭했다.

허스키는 달랑 사진 한 장만 올려놓았다. 그 사진은 영상 속 장용영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몇몇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지 툴을 다룰 줄 안다는 몇몇 사람이 장용영이 맞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말을 했다. 기존 영상의 화질을 고려한다고 해도 합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교하다.

25h는 다시 반응이 뜨거워졌다. 생각보다 빨리 장용영을 찾아내서였다. 허스키가 이미 장용영을 찾아 놓고, 글을 올릴 타이밍을 보지 않았겠느냐, 라는 말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처음부터 허스키의 자작극일 수도 있다고 했다. 몇몇은 허스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장용영을 찾아 나섰던 유고와 소수파를 비웃었다. 어쨌든 사진 속 장용영은 의자에 앉아서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는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햇살이 나뭇잎 틈 사이로 장용영을 비췄다. 화질이 좋은 카메라로 찍었는지, 얼굴이 똑바로 나왔다. 눈썹이 짙고 이목구비가 뚜렷해 인상이 강해 보였다. 담담한 표정과 먼 곳을 쳐다보는 눈은 신비감을 주기도 했다. 허스키는 사진 밑에 짧은 글을 남겼다.

이 사진은 맛보기야. 지금 장용영 인터뷰를 편집하고 있어. 인터뷰는 편집이 끝나면 바로 올리도록 할게. 참고로 이 글이 베스트에 가지 못하면, 인터뷰는 올라가지 못할 거야. 나는 개밥으로 움직이는 거 알지?

25h 유저들은 허스키의 글을 베스트에 보내주었다. 허스키의 글에는 여러 개의 광고가 달렸다. 매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인터뷰는 다음 날이 되도록 올라오지 않았다. 허스키는 사람들이 모두 지쳤을 즈음에 인터뷰를 공개했다. 무예 24기의 최대호를 인터뷰한 영상보다는 제법 분위기가 잡혀 있었다. 화질도 깨끗했고, 장용영의 목소리도 잡음 없이 잘 들렸다.

인터뷰는 허스키가 반갑다며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장용영은 멋쩍게 웃으며 라스트 장용영입니다, 하고 말했다. 간단한 소개였다. 허스키는 곧바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장용영이라 하면 조선시대 정조 때 만들어진 군영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장용영은 아마도 그렇겠죠, 하고 웃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때 장용영의 병사가 살아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젊어 보이고, 마지막 계승자,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장용영은 그렇게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장용영은 그 뒤에도 계속 애매하게 말을 했다. 대부분의 대답에 아마도, 그럴지도, 어쩌면 등의 부사를 갖다 붙였다. 허스키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매끄럽게 인터뷰를 이끌어갔다.

허스키는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것을 하나둘 물었고, 장용영은 짧지만 빼놓지 않고 대답했다. 질문 중에는 빗자루로 낙엽을 벤 영상의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 질문을 할 때는 25h 내의 많은 사람이 각자의 컴퓨터와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장용영의 입을 주목했다. 장용영은 다른 때와는 달리 힘을 주어 말했다. 낙엽을 베는 그 순간은 빗자루가 아니었습니다. 그 빗자루는 도(刀)였습니다. 허스키는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고, 장용영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허스키는 인터뷰 영상 뒤에 글을 덧붙였다.

사실 장용영에게 인터뷰하자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 그는 정말로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하더군. 자신의 무예가 부족하다는 식이었어. 어쨌든 어렵게 인터뷰 허락을 받았고, 최대한 25h 유저들이 궁금해하는 내용 위주로 인터뷰했어. 가장 말이 많았던 빗자루로 낙엽 베기는 보다시피 가능하다고 말하네. 나는 그 말은 믿지는 않아. 그렇다고 장용영이 가짜, 라고 보이지도 않아. 조선무예를 얘기할 때 장용영의 표정은 정말 진지했거든. 그럼 나머지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길게.

인터뷰가 끝났을 때는 많은 댓글과 글들이 커뮤니티 내에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솔로몬’의 글도 그중 하나였다. 인터뷰는 꽤 오래 이어졌는데, 장용영이 말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어. 거의 짧고 모호한 대답만 반복했지. 그래도 허스키가 장용영의 말을 잘 정리했어. 덕분에 궁금한 것은 거의 다 풀린 거 같아. 장용영은 무예도보통지를 배우고 익힌 사람이고, 실제로 그 근처에 살고 있어. 유고를 비롯한 소수파 의견이 상당히 맞는 부분이야.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가 나뭇잎을 빗자루로 베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 지금은 허스키의 매끄러운 인터뷰 진행과 장용영의 애매한 대답이 주는 신비주의 컨셉이 잘 맞아 떨어졌을 뿐이지. 이제 장용영은 자신이 정말 라스트 장용영임을 밝혀야 해.

솔로몬의 글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부분 빗자루가 도(刀)였는지 칼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장용영이 다시 한 번 빗자루로 낙엽을 베는 것, 이라 했다. 그러자 허스키가 그 글에 짧게 대답했다.

직접 확인해. 나는 이제 여름휴가를 가야 해.

이번에는 다른 의견이 올라왔다. 허스키가 가짜 장용영을 데리고 연기를 시켰다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장용영을 직접 만나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들은 허스키가 데리고 온 사람이 장용영과 닮았고 말투도 비슷하지만, 진짜는 아니라 했다. 이런 글은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닉네임 ‘레드포인트’가 남긴 글은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충분했다. 레드포인트는 기존 영상 속 장용영의 얼굴을 확대했다. 그리고 눈, 코, 입, 귀, 턱, 이마, 광대뼈 등 각각의 위치에 빨간 점으로 표시해놓았다. 다음은 인터뷰에 참여한 장용영 차례였다. 두 사진의 빨간 점은 흡사했지만, 같지는 않았다. 특히 눈의 간격과 코의 위치는 많이 달랐다.

점점 허스키가 자작극을 벌였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닉네임 ‘도리도리’는 허스키가 장용영을 통해서 벌어들인 광고비를 계산해 올리기도 했다. 도리도리는 자신이 25h의 충견 중 한 명이며, 어떻게 사이버머니가 들어오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영상광고의 단가와 조회 수를 곱해보면 답이 간단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도리도리는 진실을 알고 싶다면 돈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스키는 이번에도 간단하게 코멘트를 달았다.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반면 허스키를 두둔하는 사람도 많았다. 닉네임, ‘블루 포인트’는 허스키가 의심을 받고 있다며 사진을 한 장 올렸다. 블루 포인트는 레드 포인트가 했던 것처럼 영상 속 장용영과 인터뷰에 응한 장용영의 눈, 코, 입 등에 파란 점을 찍어 사진을 올렸다. 다만 레드 포인트와 다른 점은 파란색으로 점을 찍었다는 것과 두 장용영의 점이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레드 포인트를 욕하기 시작했다. 또 어떤 이는 블루 포인트가 조작했을지도 모를 일이라 말했다.

이제 25h 내에서도 장용영과 관련된 글은 믿을 게 없다는 분위기였다. 장용영과 관련된 글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올라오는 글도 대부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뭐냐는 식이었다. 특수효과를 통한 영상일 뿐인데 모두 어리석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5h의 충견들도 장용영 관련 글에는 손을 땐지가 오래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장용영 관련 글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참 뒤에 장용영에 관련된 마지막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끝으로 장용영 관련 글은 아직 누구도 올리지 않았다. 글을 올린 사람의 닉네임은 유고였고, 제목은 라스트 장용영을 만나다, 였다. 그 글을 읽은 사람 중 유고가 처음 장용영에 관해 말을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글이 매우 길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글을 클릭한 사람 중 몇은 글이 길어서 읽지도 않고 스크롤을 내리기도 했다. 어쨌든 유고의 글은 아주 진지했다. 글에 하나의 오타도 없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유고의 글에는 아무런 댓글도 달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여러 개의 글이 남겨졌다. 유고의 글은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며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25h 베스트에 자리매김한 글은 아이돌 가수의 노출 사진과 유명 배우의 불법도박 글이었다. 그리고 베스트에 있는 글은 여러 개의 광고가 달려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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