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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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2   |  발행일 2017-01-02 제30면   |  수정 2017-01-02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벗들에게 안부 전한다
[2017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소감
김한규

마치 나라를 잃어버린 것 같은 참담함에 젖어 있었다. 차라리 떠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도 없었다. 피하는 것이 능사는 될 수 없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저들과 맞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먼 곳으로 가신 어머니가 꿈에 오시곤 했다. 깨고 나면 “제가 잘 살고 있지 못한 거 같아요. 죄송해요”라고 말씀드렸다.

지난 여름, 무지무지한 햇볕과 끝까지 대결했던 노동으로 몸이 자꾸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무엇보다 시를 쓰지 못한 날이어서 더 혹독하게 여겨졌다. 추스르면서 열기가 옅어진 햇살 속에 앉아 있곤 했다. 살고 있는 동네의 천변에는 코스모스가 오랫동안 흔들렸고,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힘을 내야 한다는 듯 열심히 걷곤 했다.

역시 참담했던 1980년대의 여러 해를 감옥과 거리를 오가며 살았던 벗들, 그 후에도 어떤 영예나 보상 같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벗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나도 더 힘을 내겠다는 말과 함께. 또 ‘오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 전에 부끄러워졌다. 단단해지고 싶다면 더 깨져야 할 것이다.

나보다 더 좌절하면서 견뎌온 아내, 그리고 채영, 승훈에게 다시 쓰겠다고 약속한다. 손을 잡아 일으켜주신 김소연 선생님, 뵈러 가겠습니다. 이기영 시인님, 이제야 갚아드리게 되었네요. ‘진주작가’의 벗들, 계속 버티며 살아남자고요. 이성모 교수님,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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