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2017년 새해는 협동의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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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0   |  발행일 2017-01-10 제31면   |  수정 2017-01-10
[CEO 칼럼] 2017년 새해는 협동의 시작으로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고 하면 어린아이의 유치(乳齒)를 기다리듯, 기쁜 설렘과 기다림이 자리해야 되는데 새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반세기 만에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하고 일상의 민주화가 이뤄지기는 했는데, 누군가 세상을 리셋하고 싶다고 했듯, 삶터와 일터는 점점 더 삭막해지고 있다.

도시에는 수백 가구가 아파트라는 한 단지에 모여 살면서도 커뮤니티 형성도 잘 못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간관계가 고도로 분절돼 부유할 수밖에 없으며, 모두가 외롭고 불안한 시대상황이 현재이다. 직장에서는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하고 동시에 조기은퇴의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국민들은 모두 사회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하고 산다.

그래도 새해 아침에 되새겨본다. 보낼 건 보내자. 그래도 새해다. 속이는 사람들과는 결별하자. 그래도 아이들은 자란다. 세상은 나아질 거다. 돌아보니 그래도 좋은 사람들, 의로운 사람들은 많았다.

대구에 ‘우렁이밥상’이라는 마을기업이 있다. 마을기업은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지역자원을 활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공동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기업이다. 우렁이밥상은 IMF외환위기 이후 성서지역에서 맞벌이 가정, 한부모가정, 1인가정의 아이 등 자칫 거리에 방치될 수도 있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을에서 학부모들이 모여 2004년 ‘와룡배움터’라는 방과후공부방을 시작한 것이 첫출발이다. 같이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엄마들의 모임이었다. 이 와룡배움터 활동을 하던 부모들은 아이들을 밥해 먹이던 노하우를 모아 2013년 친환경 반찬가게를 열었고, 대구 인근의 농가들과 농산물 직거래를 하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도농 간 상생공동체를 만들어갔다. 우렁이밥상의 엄마 아빠들은 방과후공부방을 운영하면서 동네일을 10여 년간 해온 경험을 토대로 지속적인 주민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고, 조합원 간의 유대감도 높아져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매일 네이버밴드에 당일의 메뉴와 반찬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려 댓글로 주문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우렁이밥상은 처음 조합원 10명으로 시작해 2015년에 회원 수 900명이 넘었다. 이들은 SNS를 이용, 회원들 간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참여를 유도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를 통해 도농공동체와 지역상생경제를 꿈꾼다. 외상거래를 하지 않으며, 당일소진을 원칙으로 하고, 수익이 남으면 조합원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전액 사회로 환원한다. 지역의 복지시설 및 크고 작은 단체 후원으로 지역활성화 및 공동체성을 더 키우기 위한 작은 기부들을 꾸준히 한다. 이런 단비 같은 움직임이 우렁이밥상 이외에도 지역 곳곳에 있다.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 지배하는 일상 속에서 서로를 돌보며 활기찬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새해에도 쉽지는 않을 듯하다. 무심하게 하던 모든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묻고, 잘하는지 묻고, 길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같이 사는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작은 존재를 존중하며 그들의 행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곁에 있어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우렁이밥상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윤만을 생각하는 시장중심적 사고에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데 있다. “빈부차별 없는 따듯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는 우렁이밥상은 좋은 식재료로 방과후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에게 식사와 함께 정서적 안정감을 주면서 사회적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의 아이들을 생각하는 엄마 아빠들이 연결되면서 동네의 돌봄아지트를 만들고, ‘좋은 사회’를 지역공간 안에 소생시켰다. 새로운 ‘공공스러운’ 조직을 ‘스스로’ 필요를 느낀 사람들이 ‘협동하면서’ ‘자립적으로’ 만든 것이다.

2017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돌봄’과 ‘사랑’이 호혜경제로 이어지는 새로운 실험들을 현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시도할 거라 믿는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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