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금융’ 무한경쟁시대…인터넷은행 ‘ON LINE’ 초읽기

  • 노인호
  • |
  • 입력 2017-01-14   |  발행일 2017-01-14 제11면   |  수정 2017-01-14
■ K뱅크 이르면 이달말 출범…카카오뱅크는 5월쯤 영업
20170114

이르면 이달 말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것으로 보여, 국내 금융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1990년대부터, 일본은 2000년대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금융실명제법과 자금 확보 문제, 금산분리 규제 등에 의해 무산됐다. 그러다 국내에서도 올해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은행처럼 오프라인에 영업점을 두지 않은 대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계좌를 만들고 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건비와 시설비를 아낄 수 있어 기존 은행보다 더 높은 예금이자를 주고,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점포·직원 없는 인터넷은행
스마트폰으로 계좌 만들고 대출신청
인건비 등 아낄 수 있어 이자↑금리↓
중금리 대출·간편결제가 핵심 사업
법적규제·낯선 플랫폼 극복이 관건

▶발빠른 대응 나선 시중은행
신한, 고객맞춤 앱으로 서비스 확대
우리, 다양한 업종의 할인쿠폰 제공
KEB하나, 인증서 없이 20초내 송금
농협, 일대일 카톡상담‘금융봇’강화



하지만 산업 자본의 은행 투자를 막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규제)라는 법적 문제는 물론, 낯선 플랫폼에 소비자가 어느 정도 빨리 적응할지 등 변수가 적지 않아 성공 여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이달 말 출범

말 그대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은행이다. 그런 만큼 점포가 없어 고객을 직접 마주 볼 공간도, 직원도 필요 없다. 그럼 금융거래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본인 인증을 어떻게 할까.

실명 확인은 공인인증서나 화상통신, ARS전화, 생체인식(지문, 홍채) 등으로 대체해 고객이 금융사 직원을 만나지 않고 은행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영업망을 구축해 오프라인 점포 운영비, 인건비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비용을 줄여 기존 일반 은행보다 예금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맡겨둔 은행의 돈은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자동화기기로 처리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편의점 등에 설치된 ATM을 통해 현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오전 9시~오후 4시로 굳어진 은행 영업시간이 24시간, 365일로 늘어나게 된다. 입출금만 가능한 게 아니라 계좌 개설이나 대출 등 은행업무도 가능해진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KT가 주도하는 K뱅크가 이르면 이달 말쯤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한국카카오가 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 카카오뱅크에 대한 본인가를 신청, 금융위 승인을 받으면 오는 5월쯤 영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주주사들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자동화기기(ATM)망 등 사업 플랫폼을 바탕으로 중금리 대출이나 간편 결제 등 핵심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자체 신용평가기술을 반영한 중금리 대출을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K뱅크는 사회초년생이나 경력 단절자 등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예금이나 대출금 상환 이력이 남아있지 않아 현재 신용평가시스템상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4~6등급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대상이다. 소득은 있지만 금융 거래 이력이 없어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에 나서겠다는 것.

K뱅크의 오프라인 지점 역할은 GS25 편의점(지점 수 1만500개)에 설치된 현금지급기(CD)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대신하게 된다. 여기서 계좌를 개설하고, 즉석에서 체크카드도 발급받을 수 있는 ‘스마트 ATM’을 개발해 주요 거점 편의점에 설치해 운영한다는 게 K뱅크의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SGI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 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주주사들이 제공하는 상거래 관련 데이터 등이 축적되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자본금 3천억원의 카카오뱅크에는 카카오를 포함해 △한국투자금융지주 △국민은행 △넷마블 △SGI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이베이 △YES24 △Skyblue(텐센트) 등 모두 9개사가 주주사로 참여한다. 이후 하반기부터는 간편 지급결제 서비스를 시도할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금까지 기존 금융기관이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간편 송금과 간편 결제시스템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활용 중인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지급결제서비스를, K뱅크는 전화번호를 활용한 간편 송금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빠진 기존 은행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에 따라 시중은행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기존 같은 포맷의 은행과 경쟁하던 것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은행과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롭게 진출하는 인터넷 은행이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게 되면, 기존 은행 서비스에서 유통, 통신사와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만큼 경쟁 형식도 다양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조직개편을 통해 모바일 은행인 써니뱅크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써니뱅크 기획부와 써니뱅크 운영부를 설치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등장할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존에 있던 모바일 뱅킹 앱을 강화, 시니어 고객 전용을 외국인 고객 전용, 기업 고객 전용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고객층에 맞춤형 앱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은행, 카드, 생명, 캐피탈 등 신한금융그룹의 전 계열사가 함께 통합 포인트를 쌓고 포인트로 결제 또는 현금화도 가능한 판(FAN)클럽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사업에 힘을 싣기로 했다. 모바일 은행인 위비뱅크를 중심으로 이 사업을 총괄하는 스마트금융사업본부를 만들고, 그 아래 모바일 플랫폼 구축과 운영을 맡는 플랫폼 사업부를 만들었다. 여기에 플랫폼제휴팀을 구성해 금융업 외에 다양한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특화된 금융패키지 제공을 전담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제휴를 맺은 업체의 할인쿠폰을 주는 등 금리나 포인트 외의 혜택을 주는 각종 하이브리드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업의 일종이다.

KEB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대화형 플랫폼인 ‘텍스트뱅킹 서비스’를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단한 문자 입력과 음성인식만으로 20초 안에 송금이 가능하다. 또 최근에는 증강현실에 기반을 둔 ‘하나머니GO’도 출시했다. 최근 유행한 ‘포켓몬GO’와 같은 방식인 ‘하나머니GO’는 하나멤버스 회원이 은행, 카드 등 관계사 영업점이나 쿠폰 제휴사 매장 근처에서 이 서비스를 실행하면 회원의 스마트폰 화면에 다양한 쿠폰 아이콘이 자동으로 나타나고 이를 터치하면 하나머니나 제휴 쿠폰이 자동 발급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동통신사나 유통업체는 물론 금융권 최초로 헤어숍 브랜드와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농협은행도 모바일플랫폼인 ‘올원뱅크’를 전면 리뉴얼할 예정이고, 1대 1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금융업무 상담을 해 주는 ‘금융봇(bot)’ 서비스를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확대 적용해 모바일 전문은행으로의 변신을 꾀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권의 기존 영업 시간 등 운영 관행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도 올해부터 유연근무제 시행에 들어갔다. ‘2교대 운영지점’은 직원이 2교대로 근무하면서 실질 영업시간을 오후 4시에서 오후 7시로 확대하는 형태의 영업점을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법적 인프라가 미비한 점이 적지 않아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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