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대 대목 중 하나로 꼽히는 설 연휴를 겨냥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올 설 극장가에서는 국내 대형 배급사의 한국 영화 두 편이 맞붙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흥행 경쟁이 뜨겁지만 뒤이어 이뤄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박스오피스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큰 틀에서는 충무로 기대작과 할리우드 대작 영화가 격돌하는 셈이다. 이 밖에도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을 노린 애니메이션과 다양성을 무기로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틈새시장을 노리며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대작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각자 취향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는 설 연휴 영화 ‘라인업’을 살펴봤다.
● 충무로 기대작 권력비리 드러낸 ‘더 킹’ 코미디 액션 ‘공조’ 박스오피스 1·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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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한국 영화가 쌍끌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톱스타 현빈과 조인성이 모처럼 출연한 영화 ‘공조’와 ‘더 킹’이 지난 18일 같은 날 개봉하며 설 연휴 극장가 대목을 노린다. 두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와 NEW가 각각 투자·배급을 맡았다. 두 작품 간 맞대결에서는 ‘더 킹’이 역대 1월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하며 ‘공조’보다 한발 앞서 나갔지만 ‘공조’ 역시 ‘더 킹’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공조’가 코미디 액션이고, ‘더 킹’이 이보다 진지한 범죄 드라마로, 장르가 달라 두 영화가 관객을 나눠 갖기보다 상당수 중복 흡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이 최초로 비공식 공조수사를 벌이는 이야기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하려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 역의 현빈과 남한의 생계형 형사 강진태 역의 유해진의 콤비 플레이가 진지한 가운데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남북관계를 소재로 했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거의 담지 않은, 단순한 오락 영화에 가깝다. 반면 ‘더 킹’은 풍자와 해학을 통해 사회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화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박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실세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벌이는 생존과 대결을 그린다. 권력을 좇는 정치 검사의 흥망성쇠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영화 내용이 현 시국과 맞닿아 있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할리우드 대작 화려한 액션 ‘레지던트 이블’… 재난 실화 ‘딥워터 호라이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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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설 극장가를 공략한다. 밀라 요보비치와 폴 앤더슨 감독의 한국 방문으로 관심을 모은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이 설 연휴를 앞둔 25일 개봉되면서 명절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상을 구할 백신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입수한 인류의 유일한 희망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파멸의 근원지이자 바이러스 개발 그룹 엄브렐라의 본거지인 라쿤 시티로 돌아와 벌이는 마지막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시리즈의 최종편으로 거대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도 설 연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10년 4월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해양 석유 유출 사고를 그렸다.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재난 장면으로 기대를 높인 ‘딥워터 호라이즌’은 재난 블록버스터의 장르적 쾌감은 물론 ‘론 서바이버’로 완벽한 시너지를 보여줬던 피터 버그 감독과 배우 마크 월버그의 조우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존 말코비치, 지나 로드리게즈, 케이트 허드슨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 첫 극장판… 60개국 어린이 사로잡은 ‘키코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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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애니메이션도 설 연휴 어린이·가족 단위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8일 극장에 간판을 내건 한국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 작품은 2015년 TV를 통해 첫선을 보인 후 어린이들에게 독보적인 인기를 얻은 ‘터닝메카드’의 첫 극장판이다. 주인공들이 미니카형 변신 생명체 메카니멀을 만나 지구와 또 다른 차원의 세계 트라이포스를 넘나들며 환상적인 모험과 대결을 하는 스토리다.
전 세계 60개국, 20여 개 언어로 방송되며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키코리키’의 극장판 ‘키코리키: 황금모자의 비밀’도 기대를 모은다. ‘키코리키: 황금모자의 비밀’은 무엇으로든 무한변신이 가능한 신비의 ‘황금모자’를 둘러싼 키코리키 섬 친구들의 판타지 어드벤처를 그린 작품으로, 설 연휴 가족 무비로 손색이 없다.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동물 캐릭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가 눈길을 끈다.
● 로맨스 에단 호크 복귀작 ‘매기스 플랜’… 재클린 케네디 이야기 담은 ‘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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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관객들을 찾을 로맨스 영화로는 배우 에단 호크, 줄리안 무어, 그레타 거윅 등이 출연하는 ‘매기스 플랜’이 있다. ‘매기스 플랜’은 뉴욕을 배경으로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어 하는 매기(그레타 거윅)가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교수 존(에단 호크)을 만나 결혼을 한 뒤 점점 식어가는 사랑을 느끼며 남편을 전처 조젯(줄리안 무어)에게 돌려보내려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에단 호크가 ‘비포’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로 관객들을 찾는다. 특유의 로맨틱한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삶을 그린 ‘재키’도 설 연휴 극장에 내걸린다.
‘재키’는 남편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자동차 퍼레이드 도중 암살당한 1963년 11월22일 이후 아내 재클린 케네디가 겪었던 심적 고통을 내밀하게 다뤘다. ‘블랙스완’에서 연출과 주연으로 만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과 나탈리 포트만이 제작자와 주연으로 다시 만나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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