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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영남대 경산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서 이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교내행진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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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지난달 31일 최염(사단법인 고운 최치원선생 국제교류사업회 명예 이사장) 대구대 설립자의 유족을 불러 참고인 진술을 받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영남대 이사로 재직 때 빚어진 최태민 일가의 학교농단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1980~88년 학교 운영과 관련한 자료 및 물증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염 이사장에게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를 통해 최태민 일가의 재산축적 과정 및 박근혜 대통령과의 소위 공유재산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이 수사선상에 올려 놓은 1980~88년 영남대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 최태민 일가는 어떻게 영남대를 농단했는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본다. 당시 교수협의회 활동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최태민 손자 등 29명 부정입학
학교법인 부동산 무더기 처분
부정지출·부당채용·인사압력…
朴대통령 이사시절 의혹덩어리
대구대 설립자 유족 참고인 진술
특검, 崔·朴 공유재산 여부 주목
◆박근혜 대통령과 영남대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고 5개월 뒤인 1980년 3월 박근혜씨가 영남학원 재단이사로 취임한 지 한 달 만(4월)에 29세의 나이로 제5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이사장 취임을 반대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시위로 7개월 뒤 사임하고 이사로 남는다. 문제는 박근혜씨가 이사로 있던 8년 동안 재단 운영이 파행적이었다는 것이다. 부정입학과 학교자산 매각 등 각종 비리가 터져 사립대학 최초로 1988년 국정감사까지 받게 된다. 이후 박근혜씨는 영남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88년 11월 사퇴하면서 영남대를 떠난다. 이후 임시이사체제가 20년간 이어지다 2009년 박근혜씨는 이사 7인 중 4인 추천권을 행사하며 다시 영남대로 복귀하게 된다. 당시 박근혜 이사는 재단 운영에 실질적 책임이 없다고 밝혔으나 최염 이사장은 이번 특검 조사 때 ‘박근혜 이사가 사실상 이사장직을 수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학교 고위관계자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세 4인방과 대표적 비리
당시 영남대를 좌지우지한 재단 측 4인방은 김정욱, 조순제, 손윤호, 곽완석씨다. 최태민씨가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박근혜 이사가 이 네 사람은 자신의 팔다리와 같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김정욱은 박근혜의 측근으로 당시 영남투자금융 회장 겸 재단이사였으며, 조순제는 최태민 목사 전처(임선이씨)의 전 남편 아들로 비금융인임에도 영남투자금융에 특채됐다. 조씨는 영남학원 실세로 알려졌다. 손윤호씨는 조순제의 외삼촌으로 영남의료원의 관리 부원장인데 고졸 학력이다. 곽완석씨는 사무부총장으로 부정입학 비리 등 학사행정 농단의 실무자였다. 이들의 비리는 학교를 그야말로 거덜 낼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김정욱(상임이사)= 신임교수 채용에 부당 간섭, 보직 교수 임용 관여, 직원 인사압력 행사 등 각종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 학교법인 부동산의 불법매매를 주도하고 장학복지기금 주식의 불법 매매를 강요했으며, 학교실상을 박근혜 이사에게 왜곡보고 하도록 하기도 했다.
◇곽완석(전 사무부처장)= 무자격자(부산 ㄷ대 도서관 직원으로 퇴사)임에도 불구하고 재단 압력에 의해 특정보직으로 새로 만들어진 부처장 자리에 특채됐다. 학사행정 및 보직인사 등에서 월권과 직권을 남용했다.
◇손윤호(병원 사무부장, 기획실장 직무대리)= 병원관리능력이 전무한 무자격자(고졸)로 재단에 의해 특채됐다. 병원의 재정 및 운영을 독단적으로 하고, 병원 연구동 신축 과정에서 물의를 빚었다. 의료원 재정수입의 큰 부분인 매점, 식당, 영안실을 독단적으로 관리 운영했다.
◇조순제(영남투자전무)= 비금융인임에도 상무직에 특채됐고, 얼마 안돼 전무로 승진했다. 영남대 부정입학에 관련됐고 각종 토목, 건설공사에 부당하게 관계했다. 영남투자의 고액 예금주 및 그와 관련된 사람에게 학교의 각종 보직 및 신규 인사를 주선하는 월권을 저질렀다.
◆부정입학
교수회의 위임을 받은 부정입학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1988년 10월28일부터 11월8일까지 실시한 조사 결과를 11일 교수회에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입학 허가행위는 재단 관계자들에 의해 구성, 계획되어 총장이 적극 호응함으로써 1987~88년 2개 학년에 걸쳐 자행됐다. 부정입학자는 87학년도에 8명, 88학년도에 21명, 모두 29명이다. 87년 부정입학자 가운데 최태민씨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의 아들은 기부금 없이 입학했고, 나머지 7명은 각각 2천만원을 냈다. 88학년에도 3명은 기부금 없이 입학했고 나머지 18명은 500만~2천만원 등 모두 3억1천500만원을 냈다. 일부 자금을 곽완석 사무부총장 등이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단 부동산 처분
8년간 영남학원은 무려 34건의 부동산을 처분했다. 대표적인 의혹을 몇 가지만 살펴보면 대구대 설립자인 최준씨가 재단에 기부한 경남 울주군의 임야 약 33만579㎡(10만평)를 평당 760원에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팔았다. 또 최준씨가 기부한 경주 불국사 부근 경주시 구정동 일대 약 45만950㎡(1만3천900평)를 매각하면서 감정가액이 3억5천만~3억9천만원인 것이 4억원에 낙찰됐으나 실제 토지판매액은 15억원으로, 4억원은 토지매각 대금으로 신고됐으나 나머지 11억원은 매입자의 기부금으로 처리돼 의혹을 낳았다.
◆기타 비리 및 박근혜 퇴진
이외에도 최태민 일가는 법인과 대학 간의 가공거래, 용처를 벗어난 특별판공비 사용, 영남투자금융의 아동잡지 광고 게재, 육영재단 기부, 영남대 회계장부 부실 및 부당 지출, 비정상적인 장학금 지급, 규정을 어긴 수의계약 공사, 설계변경을 통한 건설비 부풀리기 등 온갖 부정한 방법을 다 동원했다. 또 영남의료원은 곳곳에서 부정지출 및 부실회계가 적발됐다. 이외에도 교직원 복지기금 사취, 보직인사 선별 주선, 교수·직원의 부당채용, 각종 업무상 월권 횡포 등 사학비리의 백화점이 됐다.
이런 비리가 누적되면서 1988년 10월18일 사립대로서는 최초로 국정감사를 받게 됐다. 이에 11월3일 박근혜 이사는 “일련의 학내 문제로 말썽을 빚게 돼 이 기회에 학교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11월5일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는 “부정입학 사실은 재단 몰래 학교 측이 한 일이니 재단이사로서는 책임도 없고, 그 때문에 물러날 이유도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또 △측근 재단 간부 4인방의 전횡 △재단이 학교 부지를 매각한 것도 근거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인터뷰 후 학내 분위기가 더욱 강경해지고 교수, 강사, 학생, 그리고 일부 직원 등이 강력히 재단 퇴진에 나서자 박근혜 이사와 조일문 이사장 등 이사진이 사퇴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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