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좋아지자 1년 새 음식점 등 70%, 인구 두배 이상 급증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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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3 07:15  |  수정 2017-02-13 08:38  |  발행일 2017-02-13 제3면
대구 혁신도시 3년만에 빠르게 정착
밤만 되면 불 꺼진 도시 옛말
상권형성으로 사람들로 북적
20170213
대구 혁신도시가 이전 공공기관 입주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신도시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홀세일 대구점이 신축공사에 들어가면서 공공기관 직원과 상인들의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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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구 동구 신서동 1187일대 코스트코홀세일 대구점 신축공사 현장. 하늘로 치솟은 타워크레인과 포클레인 등 중장비와 근로자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2만1천여㎡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층, 연면적 6만4천여㎡ 규모의 창고형 대형마트를 짓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첫삽을 뜬 현장은 오는 11월 코스트코홀세일을 준공하고 12월엔 고객을 맞을 예정이다. 현장 관계자는 “현재 터파기 공사의 공정률이 50% 정도다. 토목공사가 마무리되면 건물은 순식간에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신서동 1188-1 일원은 지난달 11일 오피스텔 및 문화·집회시설 건축허가가 났다. 사업 주체는 이곳에 지하 3층~지상 15층, 연면적 9만9천여㎡ 크기의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오피스텔 1천60실, 영화관 6개관(905석), 상업용 점포 등이 들어선다. 영화관은 CGV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에 착공해 2018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밤만 되면 불 꺼진 도시 옛말
상권형성으로 사람들로 북적

올 연말되면 ‘코스트코’ 완공
내년 2월엔 영화관도 개관 예정
공공기관 직원·상인들 큰 기대


 가족동반이주 31% 소폭 늘어
‘자녀 교육’ 이주 걸림돌 여전

◆상전벽해로 변한 혁신도시

대구혁신도시에 입주한 이전 공공기관 직원과 상인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혁신도시 1호 입주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2013년 8월 처음 이곳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지금은 상전벽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트코홀세일까지 문을 열면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주변 김밥집 주인은 “대형마트에다 영화관까지 들어서면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장사도 더 잘 될 게 아니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혁신도시 중심에 위치한 한국감정원 건너편엔 4~6층 규모의 상가건물이 빼곡히 들어섰다. 아직 빈 점포들이 적지 않았지만 식당, 술집, 당구장, 편의점, 커피숍, 스크린골프장, 패밀리레스토랑 등 혁신도시 내 최대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고깃집 주인은 “이젠 저녁시간에도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자리가 꽉 찬다. 밤이면 불 꺼진 도시라는 소리는 옛말이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혁신도시엔 공공기관만큼 많은 것이 은행이다. 대구은행을 비롯해 국내 시중은행 점포들을 몇 발짝 움직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 이들 은행도 혁신도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한 은행 지점장은 “대구혁신도시는 전국의 혁신도시 중 가장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앞으로 대곡이나 칠곡3지구에 버금가는 신도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혁신도시 내 편의시설은 지난해 말 현재 313곳에 이른다. 2015년 12월 184곳에 견줘 불과 1년 새 70%(129곳)나 늘었다. 음식점이 253곳으로 가장 많고, 편의점과 마트 18곳, 학원 17곳, 은행 14곳, 병의원 7곳, 약국 4곳 등이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도 2015년 말 27.8%에서 지난해 말엔 30.8%로 3%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주민등록 인구 수는 같은 기간 5천922명에서 1만2천151명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사통팔달의 교통망

혁신도시가 이처럼 탄력을 받고 있는데는 대구 도심과의 우수한 접근성이 한몫을 하고 있다. 혁신도시 대동맥인 혁신대로와 연결되는 고가도로를 타고 범안대교를 지나 수성구 연호동 달구벌대로를 거쳐 두리봉터널로 빠져나와 황금네거리까지 자동차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이면 충분하다.

동대구역에서 혁신도시로 가는 시내버스는 11분 간격, 대구도시철도 1호선 각산·반야월·안심역을 경유하는 순환버스는 15분 간격으로 각각 운행되고 있다.

이에 더해 대구시는 도시철도 3호선을 수성구 범물동에서 혁신도시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2021년엔 1호선 노선이 안심에서 하양까지 연장된다. 이렇게 되면 혁신도시는 그야말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게 된다.

혁신도시의 장밋빛 청사진은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현황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은 21.3%로 나타났다. 전체 채용인원 527명 중 112명을 지역출신으로 뽑았다. 5명 중 1명꼴로, 전국적으론 부산(2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혁신도시 상주 인구와 비례할 개연성이 높다. 지역출신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구도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서울 등 타 지역 출신은 대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홀로 근무한다. 자녀교육 및 배우자의 직장 등에 따라 가족과 정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출신은 이런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 결혼 후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 부모도 함께 부양할 수 있다.

이전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서울 출신들은 지방 근무를 꺼리고 신입 사원들은 지방 출신을 늘리면서 장기적으로 이전 공공기관 근무자는 모두 해당지역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라며 “결국 혁신도시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주말엔 여전히 ‘썰렁’

하지만 혁신도시는 여전히 주말만 되면 썰렁해진다. 금요일 저녁 퇴근 무렵이면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혁신도시에 근무하고 있는 공공기관 임직원은 3천200여명. 이중 4분의 1가량이 금요일마다 상경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혁신도시를 떠난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토·일요일을 서울 등지에서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야 출근한다.

아직도 여전히 서울 등지에 주소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에서 볼 수 있듯이 전체 70%에 이르는 직원들은 나 홀로 근무 중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배우자의 직장에 자녀 교육문제까지 겹쳐 쉽사리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의 학교 문제다. 혁신도시 안엔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 고교 1곳이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새론중을 비롯해 새론초등, 숙천초등, 대구일과학고 등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을 둔 공공기관 직원은 이곳으로 자녀를 전학시키기가 쉽지 않다. 특수목적고인 대구일과학고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는데, 공공기관 직원 자녀에 대한 특례 입학 등 배려는 없다.

서울에 중학생 딸을 둔 이전 공공기관 한 직원은 “교우 관계와 상급학교 진학 목표를 고려하면 딸 아이를 전학시켜 대구로 데려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구일과학고의 정원 중 일부를 떼어내 혁신도시 내 거주하는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이마저도 학생 배정 및 형평성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

글·사진=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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