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백투더퓨처, 백투더펀더멘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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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7   |  발행일 2017-02-17 제22면   |  수정 2017-02-17
20170217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4차산업혁명의 물결 쇄도
21세기형 사회 전환 위해
한국에 가장 절실한 구호
미래지향적 ‘백투더퓨처’
그리고 ‘백투더펀더멘털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다가 다시 미래로 돌아온다는 의미에서 ‘미래로의 귀환’, 즉 ‘백투더퓨처(Back To the Future)’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가 있다. 필자는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절실한 구호가 바로 ‘백투더퓨처’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잘못된 과거청산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어서 새로운 미래의 토대를 놓는 작업은 너무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부터 ‘과거사 청산’, 최근의 ‘적폐 해소’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으려는 세력과 이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 간의 투쟁이 지난 30여 년간 우리 정치의 핵심 관심사였다. 과거의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그 결과 왜곡된 현재의 구조와 문제들을 바로잡는 작업이 너무나 중요한 역사적 과제라는 데는 논란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벌어진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부터 전승된 후진적 정치문화의 적폐로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만 집착하면 닥쳐올 미래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고 역사의 수레바퀴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행운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는 그리스신화의 교훈처럼 반드시 오고야 말 미래를 미리 대비하지 않는 자는 결코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과거 청산이 자동적으로 미래를 향한 발전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며 반드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적폐 청산과 새로운 미래 창조는 전혀 별개의 과정이다. 둘 다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미래 창조 쪽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과거 적폐 청산은 다들 외치고 있지만 그중 새로운 미래 창조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후보들 중 누구도 ‘21세기’라는 미래지향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몇몇 후보들은 구체적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미래를 향한 새로운 토대를 놓겠다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면에서 ‘백투더펀더멘털(Back to the Fundamental)’이라는 구호도 21세기형 사회로의 대전환기를 맞은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현재 모델의 근본 틀, 즉 펀더멘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의 해결을 통해 개선과 향상에 집중하는 것과 미래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펀더멘털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시대환경이 결정하므로 전환기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는 역사의식이다. 만일 미래에도 여전히 현재 모델이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개선과 향상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나 만일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현재 모델을 유지하면서 근시안적으로 개선에만 몰두하는 경우 치명적 생존 위기를 맞게 된다.

현대 산업사회가 동트기 시작하던 19세기 후반 동북아에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의 세 나라가 있었다. 이 중 일본은 200여 년이나 무인들이 지배하던 전근대적인 사회였다. 그런데 새로운 시대로의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 일본의 리더들은 현대 산업사회라는 새로운 미래로의 대전환을 위해 사회의 펀더멘털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와 중국 리더들은 과거로부터의 오랜 전통을 지키기 위해 기존 봉건체제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개혁을 도입하는 개선을 택했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사의 변방에서 단숨에 열강의 반열에 올랐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나라를 잃었다.

또다시 그런 역사적 대전환기가 지금 도래했다.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21세기형 사회로의 전환은 100년 전보다 훨씬 더 급격한 변화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과거의 청산보다는 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새로운 토대를 놓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리더가 나타나야 할 때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백투더퓨처’와 ‘백투더펀더멘털’이 필요한 결정적 순간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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