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공대 OT 버스 사고… ‘학생들 자발적 안전띠’ 더 큰 참사 막았다

  • 조규덕
  • |
  • 입력 2017-02-24   |  발행일 2017-02-24 제8면   |  수정 2017-02-24
블랙박스 영상 녹화 안돼
경찰, 사고조사에 어려움
20170224
23일 오후 학교로 복귀한 금오공대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린 뒤 귀가하고 있다.

[구미] 금오공대 학생들이 탄 버스가 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안타깝게도 버스 운전기사가 숨졌지만 학생들은 안전띠를 맨 덕분에 모두 목숨을 건졌다. 사고 당시 버스 안에는 운전기사 A씨(62)와 금오공대 학생 44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입학식을 마치고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로 오리엔테이션을 가던 중이었다. 학생들 가운데 3명이 골절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나머지 학생들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신모씨(22·응용수학과)는 사고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는 친구들과 버스 가장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버스에는 응용수학과 20명, 응용화학과 24명의 학생이 짝을 지어 좌석에 앉아 있었다. 신씨는 “출발 후 2시간 정도 가다가 갑자기 버스가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면서 한쪽으로 휘청거렸다. 바로 중심을 잡는가 싶었는데 곧바로 ‘쾅’하는 소리와 함께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언덕 밑으로 떨어졌다”고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신씨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고,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옆으로 쓰러진 버스 안에 있던 학생들이 깨진 창문을 통해 기어서 탈출했고 피 흘리거나 부상 당한 학생에게 응급처치를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안전띠가 학생들의 목숨을 살렸다고 했다. 그는 “버스에 탄 학생들 모두 안전띠를 하고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누군가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학생들 모두 띠를 매고 있었다. 만약 띠를 매지 않았더라면 차량 밖으로 튕겨나가 더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학생들은 다행히 버스에서 빠져 나왔지만 버스 안에서 몸이 끼여 나오지 못한 운전기사가 너무 안타깝다. 사고 당시 생각만하면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신입생 OT를 떠났던 금오공대 학생 1천800여명은 이날 오후 4시쯤 학교에 돌아왔다. 사고 버스에 탄 학생 44명 중 42명은 복귀했으나, 충북 제천의 병원에서 치료 중인 2명은 검사 결과를 보느라 복귀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버스의 블랙박스에 영상이 녹화되지 않아 사고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