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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문라이트’ 마허셜라 알리, 여우주연상 ‘라라랜드’ 엠마 스톤 , 여우조연상 ‘펜스’ 비올라 데이비스, 남우주연상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이시 애플렉이 수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연합뉴스 |
영화 ‘문라이트’가 26일(현지시각) 오후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흑인인 배리 젱킨스 감독이 연출한 ‘문라이트’는 미국 마이애미의 빈민가에 사는 흑인 소년 샤이론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흑인이 감독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2014)에 이어 둘째다.
배리 젱킨스 감독은 ‘문라이트’가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지만 인물들의 감정을 시종일관 밀도 있게 끌고 가는 비범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문라이트’는 제74회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등 각종 영화제와 협회가 주는 상을 165개나 수상했다. 하지만 문라이트는 지난 22일 한국에서 개봉돼 닷새 동안 관객 수는 4만명을 겨우 넘었다. 또 이날 데이미언 셔젤 감독(32)이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 감독상을 받았다. ‘라라랜드’는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배우 지망생(에마 스톤)과 재즈 피아니스트(라이언 고즐링)의 꿈과 사랑을 그렸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하버드대(시각환경학) 재학 시절 연출한 단편영화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츠’(2009)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라라랜드는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개봉돼 33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 밖에 케이시 애플렉(42)이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케이시 애플렉은 자신의 잘못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삭이며 살아가는 리 역을 맡아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74회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과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여우주연상은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29)이 수상했다. 엠마 스톤은 이 역할을 위해 오랫동안 철저히 준비해 노래와 탭댄스, 왈츠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녀는 올해 1월 미국 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영예를 안았고, 영국 영화TV예술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가져가는 등 각종 트로피를 휩쓸었다.
한편 올해 남녀 조연상은 모두 흑인 배우에게 돌아갔다. 흑인 무슬림 배우 마허셜라 알리(43)가 ‘문라이트’로 남우조연상을, ‘펜스’에 출연한 비올라 데이비스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흑인들의 수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무슬림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미국 아카데미상이 올해는 배우상 트로피 4개를 흑인·백인 후보에게 절반씩 건넸기 때문. 최근 2년 연속 배우 상 수상자는 물론 후보 20명에 흑인을 단 한 명도 올리지 않아 ‘#OscarSoWhite(오스카는 너무 하얗다)’라는 비아냥을 들은 아카데미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연합뉴스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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