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수면과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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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7 07:39  |  수정 2017-03-07 07:39  |  발행일 2017-03-07 제19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수면과 유전자
최준호 <선임연구원>

인간은 24시간 주기에 맞춰져 생활을 한다.

이것은 해가 약 24시간 단위로 뜨고 지기 때문에 생긴 강제적인 주기로 대부분의 생물이 이렇게 행동한다. 하지만 변화가 전혀 없는 공간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이런 환경에서도 사람이나 동물들은 24시간에 가까운 주기로 생활을 하고 체온 등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심지어는 장기를 따로 떼어내 살려둬도 24시간의 주기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기성의 비밀은 세포 하나하나가 24시간의 주기를 가진 유전자 발현(CLK, PER, CYC 등)이 있기 때문이다. 시계처럼 작동해서 개개의 세포를 떼어내도 24시간의 주기성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확인된다.

인간의 몸에는 약 37조 개의 세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이 많은 세포 시계는 모두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을까. 대답은 당연하고 놀랍게도 그렇다이다. 이 놀라운 현상의 비밀은 뇌 안의 시교차상핵이 송과선을 자극해 코티솔과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을 제어해 신체의 시간을 맞추는 일을 하는 것이다.

코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대사에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멜라토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잠이 들고 깨는 것을 관장하는 것이고, 이 역할 덕분에 밤에 잠이 쉽게 들지 못하거나 비행 시차로 인해 문제가 있는 경우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시차 등으로 시간이 안 맞아 잠이 들기 어려운 문제가 확실하다면 시계를 맞추듯이 조절하는 쉬운 방법이 있다.

그것은 낮에 햇볕을 쬐는 것이다. 햇볕을 쬐면 수면시계의 중추인 시교차상핵이 자극을 받아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 생체시간을 맞추기 때문이다.

잠이 드는 시간이 해결된다고 해도 잠을 충분히 잘 자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잠을 잘 못자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 많은 사람들이 수면제를 복용한다. 대부분의 수면제는 벤조디아제핀이나 졸피뎀 계열의 약으로 GABA 수용체에 작용해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강제로 재우는 것이지 치료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 든다. “일주기를 관장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처럼 수면을 관장하는 유전자도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과학자들(텍사스와 일본의 공동 연구팀)은 이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로 유전자 변형이 된 쥐를 매주 30~100마리씩 총 8천마리의 뇌파와 근전도 측정 장비를 부착해 조사했다. 그 결과 SIK3와 NALCN 두 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의 발현 정도에 따라 각각 NREM과 REM 수면상태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두 유전자의 발견으로 인해 뇌 과학자들은 수면 연구에 강력한 도구를 얻게 됐고, 이를 활용한 수면 장애 치료에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본다.최준호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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