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아이들에게 경쟁이 아닌 협동을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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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7   |  발행일 2017-03-07 제31면   |  수정 2017-03-07
[CEO 칼럼] 아이들에게 경쟁이 아닌 협동을 가르치자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주말에 우연히 페이스북을 훑어보다가 눈에 번쩍 띄는 기사를 보았다. “서울시교육청, 사람 중심의 경제, 사회적경제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초중등 교원 대상 연수 실시”라는 보도였다. 서둘러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메인화면에 뜬 팝업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실업문제, 고용불안, 극심해지는 빈부격차, 환경과 생태문제 등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가지각색의 사회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사회적경제가 등장했습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성장과 분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개념인데요! 경제 문제를 협동과 연대를 통해 인간 중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담았다는 측면에서 사회적경제를 ‘사람 중심의 경제’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지역에서도 사회적경제가 공생경제, 협력경제, 살림살이경제 등의 개념과 함께 시대적 화두처럼 거론되고 있다.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들이 산적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경제를 통한 해결의 모색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돈 중심의 승자독식의 원리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났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의 현실은 돈의 힘에 모든 것이 억눌려 있다. 오죽하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며칠 전 대구에서도 지역 청년의료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던 커뮤니티 카페가 폐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본주의적 인술을 꿈꾸던 의료 관련 친구들이 시내 한가운데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청년활동의 아지트 역할을 할 실험적 공간을 운영하고, 투자 및 수익금은 매주 일요일 외국인 근로자들의 치료를 위해 사용해왔던 카페였다. 그런데 그 카페가 바로 건물 1층에 유명한 대자본 카페가 들어오면서 버텨나가기가 너무도 힘들었던 것이다. 오랜 기간 좋은 뜻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대구 젊은이들의 모임공간과 학습공간으로서 쉼터·놀이터·공부터·나눔터로서, 고유한 공동체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던 그 공간이, 새로운 멋지고 큰 시설을 갖춘 외국 브랜드 커피 공간에 ‘무기력하게’ 패배한 것이다.

사회가 이럴진대 협력해서 돈벌이 외 공동의 가치를 만들고 공동을 위한 활동을 하라는 이야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현재 다양한 사회·환경·빈곤·일자리 등의 문제가 산적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함께’ 새로운 일들을 상상하고 벌여나가는 실험은 더 시도되어야 되지 않을까.

이제 승자독식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동체라는 감각, 공동체 의식의 회복, 그리고 협동하는 기술이다. 상생관계에 있는 친구들을 협력 상대가 아닌 경쟁 상대로 보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옆의 동지를 내가 밟고 지나가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도록 하는 교육으로는 국제적인 창의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사람을 쓸데없이 초조하게 만들어 협업과 소통을 통해 창조적인 사고를 배워야 하는 귀중한 시점을 놓치게 하는 등수 경쟁보다는 장차 창의적인 인적 자원으로 성장할 아이들에게 협동을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세상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복잡다단하다. 현 시대적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하는 기성세대로서의 우리의 과제는 상생과 협력의 지혜를 먼저 배우게 하는 장을 만드는데 있다.

대구는 2013년 ‘대구시 협동조합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에 따라 학생들에게 협동조합교육을 하기로 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서울에서의 실험이 대구에서도 확장돼 학생들이 사회적경제 교육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협력과 공생의 감각을 배우는 기회가 열리길 기대한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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