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과 충주호가 만나 別味를 낳다

  • 이춘호
  • |
  • 입력 2017-03-10   |  발행일 2017-03-10 제33면   |  수정 2017-03-10
[이춘호기자의 푸드로드] 충북 충주
20170310
한국에서 가장 넓은 유역을 가진 충주호. 내륙의 바다라 해서 ‘중해’로도 불린다. 남한강의 수원이기도 한 충주호는 봄햇살을 받아 꼭 지중해 같다. 상종마을 근처 한 정자에 오르면 충주호 최고 트레킹 코스로 불리는 심항산까지 시야에 들어와 한폭의 무릉도원 같다.

그곳에 가면 ‘중해(中海)’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넓은 유역을 가진 충주호. 동·서·남해에 이은 ‘네 번째 바다’란 의미랄까. 식자들은 충주호를 중해라고 불렀다. 육지 속 항구 같은 충주(忠州).

충주의 상징물은 뭘까?

중앙탑, 탄금대, 충주호, 중원고구려비, 수안보온천, 사과 정도가 될 것 같다. 그 상징은 2명의 시인을 포개야 더 기운생동한다. ‘목계장터’와 ‘농무’란 시로 일찌감치 한국 농민시의 개척자가 된 신경림과 ‘강화도 칩거 시인’으로 알려진 함민복. 둘의 고향은 모두 충주다. 특히 ‘아침편지’로 유명해진 작가 고도원도 고향을 옮겼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지만 문성자연휴양림 내에 명상치유마을인 ‘깊은산속 옹달샘’과 ‘아침편지문화재단’을 열었다. 명예 충주시민이 된 셈이다.

대구를 떠난 지 2시간30분 만에 충주의 척추 같은 ‘중앙탑’(일명 탑평리 칠층석탑)에 도착했다. 이른 시각이라 한 떼의 유치원생만 보였다. 햇살로만 보면 완연한 봄, 하지만 바람은 겨울이었다. 탑은 흙으로 돋운 높다란 기단 위에 고고하게 홀로 서 있었다. 아직도 축조 당시 석공의 숨소리가 들렸다. 영성이 아주 성한 탑이었다.

중앙탑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통일신라 때 탑. 그래서 국보(6호)다. 전설에 따르면 걸음 속도가 똑같은 사내 둘을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중앙으로 걷게 해 그들이 만난 곳에 탑을 세웠다고 한다.

2014년 2월1일부터 가금면은 ‘중앙탑면’으로 개칭된다. 워낙 유명해 웬만한 상호에는 중앙탑이란 말이 들어간다. 시내 곳곳에 포진된 ‘중앙탑막국수’는 이제 이름만으로 충주의 대표 막국수가 돼버렸다. 중앙탑을 ‘국토정중앙탑’으로 우기긴 힘들 것 같다. 충북 괴산군은 청천면 이평리 350에 중앙탑을 건립하기로 했다. 양구군은 ‘국토정중앙천문대’란 상징 조형물을 세우고 해마다 ‘국토 정중앙 양구 배꼽축제’도 개최한다. 연천군은 전곡읍 마포리 일대가 국토 정중앙이라 주장한다.

아무튼 중앙탑 주변은 1992년부터 세계무술공원, 세계술문화박물관, 충주박물관 등과 맞물린 광대한 사적공원으로 치솟는다.

제천·단양까지 3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충주호
국내 최대 규모로 ‘中海’‘내륙의 바다’라 불려
월악산과는 문경새재 넘자마자 한몸이 된 풍광
‘산 좋고 물 좋아’ 食문화도 주변 비경만큼 풍성 

◆ 水樂山樂의 고장

충주는 수락산락(水樂山樂)!

그래, 물도 좋고 산도 좋다. 그 물과 산이 모여 충주만의 식문화를 만든다. 문경새재와 맞물려 돌아가는 월악산과 한몸이 되어버린 충주호. 충주호는 국내 최대 인공호수다. 주변에 월악산국립공원, 금수산, 옥순봉, 구담봉 등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충주호는 충주는 물론 제천과 단양 일대까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여러 지역에 걸쳐 있다 보니 제천에서는 충주호를 ‘청풍호’라고 부른다.

왕의 온천으로 불리는 수안보온천. 그 온천수는 월악산 암반을 통해 충주호로 흘러든다. 문경새재의 하늘재를 넘어가면 바로 충주의 하늘재와 만난다. ‘수안보(水安堡)’의 지명 유래를 보면 ‘보(洑) 안쪽의 물탕거리’라는 순수한 우리말이 한자로 변천된 것이다. 고려사에 ‘유온천(有溫泉)’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1천년 정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서들은 조선시대의 왕과 선비들도 수안보를 즐겨 찾았다고 전한다. 태조 이성계가 악성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았다. 1885년 노천식 욕조가 설치되면서 수안보온천은 근대 온천으로 발전했다. 1929년 온천공 굴착으로 대중탕과 여관이 생겨나면서 현대식 온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일반 지하수를 사용하는 곳도 있고 원탕의 온천수를 관로를 통해 공급받는 곳도 있었다. 토박이가 가장 즐겨 이용하는 곳은 수안보하이스파와 낙천탕 정도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