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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신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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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팀기자
  •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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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

★파도가 지나간 자리
이성과 감정의 갈림길에서 당신이라면…


등대지기 부부와 파도에 떠내려온 아기
생모 나타나면서 잔혹한 운명의 선택 기로
레이첼 와이즈 등 연기파 배우 환상 호흡


1차 세계대전의 화마에서 돌아온 톰(마이클 패스벤더)은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 섬, ‘야누스’의 등대지기로 자원한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충격,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자책과 슬픔에 빠져있던 그는 이 한적한 섬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나간다. 혼자 6개월을 버틴 후 정직원으로 3년을 더 있게 되었을 때, 섬 건너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이 그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전쟁의 상처를 공유한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푸른 바다는 때로 거칠고 황량한 얼굴을 보이기도 하지만 붉은 석양, 고아한 섬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지는 두 남녀의 사랑은 매우 고전적으로 묘사된다. 톰과 이자벨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편지로 소식과 감정을 전달하는데,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는 편지들이 그들 각자의 삶을 설렘과 활기로 가득하게 만든다. 마침내 톰의 청혼을 받은 이자벨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인용하여 답장한다. “대답은 ‘네’예요. 네, 천 번도 더 대답할게요.” 바다와 섬, 생채기를 간직한 두 남녀, 편지,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파도가 지나간 자리’(감독 데릭 시엔프랜스)는 작정한 듯 로맨티시즘을 표방하며 감성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 낭만성은 후반부 펼쳐질 비극에 무게를 더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등대와 몇 마리의 가축, 아담한 사택만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에게 뱃속의 아이를 두 번이나 잃는 시련이 찾아온다. 부부가 절망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섬에 작은 나룻배가 표류하고, 여기에는 마치 신의 선물처럼 갓난아기(루시)가 실려 있다. 아기를 키우자는 이사벨과 관청에 보고해야 한다는 톰은 처음으로 대립각을 세운다.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라 법과 윤리의 문제가 걸쳐 있는 갈등이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얼굴을 바꾼다. 앞뒤의 구별이 없는, ‘문의 수호신’이라는 ‘야누스’의 어원처럼 이 섬은 행복과 불행을 모두 내재하고 있는 공간이다. 마냥 행복했던 톰과 이자벨 부부는 이제 같은 문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톰은 이자벨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그녀에게 아기를 안겨준다. 그러나 직업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가책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마을에 아기의 생모(한나)가 있음을 알게 되자 그는 혼자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법적 문제를 잠시 떼어놓고 보면 한국고전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정소영, 1968)의 딜레마가 중첩된다. ‘미워도 다시 한 번’보다 더 가혹한 점은 톰과 이자벨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루시를 둘러싼 세 어른들 중 한나는 마지막으로 도덕적 번민에 빠지는 인물이다. 더욱이 애끓는 모성을 제외하면 그녀는 모든 상황을 조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무자비한 법이 집행되도록 놔둘 것인가. 포용력을 발휘할 것인가. 지금 그녀에게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은 선물이 아니라 재앙이다.

여기서 한나가 세계대전 중 독일인과 결혼했다는 사실은 새삼 중요해진다. 후반부 한나를 등장시키면서 삽입된 플래시 백은 그녀가 남편과 루시를 잃게 된 상황을 설명해주는데, 극의 흐름상 매끄럽게 처리되지는 못했으나 영화의 주제를 집약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독일인을 차별하고 핍박할 때 한나는 그를 도와주고 믿어준 유일한 여인이었다. 루시는 그렇게 편견 없는 사랑으로 낳은 아이임과 동시에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톰 부부가 조건 없이 사랑한 딸이기도 하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이 지점에서 진부한 로맨스 혹은 신파적 멜로드라마의 서사를 벗어나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게 만드는 관용과 박애에 대해 피력한다.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레이첼 와이즈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이 영화를 선택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다루어야 할 파도, 마음을 할퀴고 간 상처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장르: 멜로,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신고질라
‘4단계 변이’ 더 크고 세진 괴수의 귀환



‘신고질라’(감독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는 1954년부터 스크린을 누벼왔던 괴수의 왕 ‘고질라’ 시리즈의 2016년판이다. 스태프, CG 기술, 제작비 면에서 최대 규모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역대 고질라 시리즈 29편 중 일본에서 흥행 수입 1위를 기록하며 반세기 넘도록 관객들을 흥분시켜온 괴수, 곧 ‘신의 화신’(‘고질라’의 뜻)의 인기를 입증했다. ‘에반게리온’으로 잘 알려진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연출 의도대로 ‘신고질라’는 1954년판 고질라의 리부트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서사는 ‘만약 현대 일본에 정체불명의 괴수가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괴수의 출몰 원인 등 동시대 일본의 상황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54년 첫선 보인 고질라 리메이크작
시리즈 29편 중 CG기술·제작비 최고


초대 고질라(1954)는 미국의 수중 수폭실험으로 심해에 있던 고대 생명체가 깨어난다는 설정이었으나, 이번 고질라는 심해에 버려진 핵폐기물에 의해 변이된 생명체로서 어류에서 진화된 존재다. ‘신고질라’에는 2011년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와 공포감이 오롯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고질라 출몰 직후 관료주의적 회의만 거듭할 뿐 아무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행정부의 무능함이 폭로된다. 오락 영화로만 치부할 수 없는 예리한 시선과 현실 감각이 내재되어 있는 대목이다.

한편, 신고질라는 4단계로 자가 진화하고 온몸이 무기화되는 등 어느 때보다 강력한 괴수의 면모를 과시한다. (장르: 액션, SF,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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