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대구 릴레이 기고 .5]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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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3   |  발행일 2017-03-13 제30면   |  수정 2017-03-13
[창조도시 대구 릴레이 기고 .5] 젠트리피케이션
전은호 토지자유연구소 시민자산화지원센터장

지난해 도시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는 단연코 ‘젠트리피케이션’일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 단어가 우리사회에 이미 깊숙하게 파고들어와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구도심지 또는 낙후된 지역이 여러 요인으로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거주자와 활성화의 주체들이 쫓겨나는 현상으로 읽히고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은 그 단어에서도 보이듯 신사화된다는 의미에서 환경개선이나 고급화의 의미, 즉 공간의 긍정적인 변화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흔히 우리가 ‘재생’ ‘활성화’라는 의미로 공간을 다룰 때에는 부정적 현상으로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떼어내고 싶은 혹 같은 존재일 것이다. 부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사회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하고 막기 위한 측면에서 볼 때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인 공간의 활성화나 재생과 같은 시도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두 관점이 함께 공존하기 어려운 것인 양 느껴질 때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근본적으로 우리 도시가 저장해 왔고 앞으로 저장해 갈 가치를 다루는 문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사회적 장치(제도)와 직·간접적인 삶(참여)을 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간의 가치를 높여간다. 발생하는 가치는 부동산에 축적되고 소유자의 의도에 따라 이동한다. 발생해야 가치가 값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손바뀜이 잦아지고 그 과정에서 실현되지 않은 가치까지도 교환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존의 간접적 참여자나 직접적 이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사용료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공간의 지역적 정체성과 사회문화적 가치는 상실되기 시작한다.

이 진행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공간의 가치는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며 공간에 담겨진 ‘함께 만든 가치’가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못한 채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일도 긍정적인 가치고 축적되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나 가치가 공유되지 못하고 거래되는 지점이 부정적 현상의 핵심 지점이다.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는 상가 지역이나 살고 싶은 주거지역, 문화예술 활동이나 혁신가들이 모여들고 있는 지역, 그리고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될 지역 등 우리사회에 발전이 예상되는 지역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수반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은 가장 핵심적인 이해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함께 만든 가치의 공유’라고 하는 회복력 있는 공동체를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공간의 생성과 발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해가는 지점마다 시민 주도의 대안을 시도해야 한다.

‘함께 만든 가치의 공유’를 경험하는 일이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도시에서 시민들의 공유지를 확대하고 공유자산을 만들기 위한 실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도시,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공동체와 창조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하여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우리가 창조하려는 도시가 회복을 위한 것인가, 욕망을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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