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그림 그리는 청년, 화가 데뷔하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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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0  |  수정 2017-03-20 14:05  |  발행일 2017-03-20 제28면
1급지체장애 발가락화가 표형민씨
21∼26일 한영아트센터 첫 개인전
인물화·세밀한 에펠탑 그림 등 눈길
발로 그림 그리는 청년, 화가 데뷔하다
첫 전시회를 앞둔 구족화가 표형민씨가 발가락으로 에펠탑을 그리고 있다.

‘위대한 도전’이다.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린다. 대충 그리는 게 아니다. 사실적이다. ‘구족화가’ 표형민씨(29)의 이야기다. 표씨는 두 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표씨의 도전은 TV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표씨가 개인전을 갖는다. 공식 데뷔다. 표씨는 21~26일 대구한영아트센터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햇살 같은 미소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노블리쥬클럽이 주관한다.

노블리쥬클럽 심선희 회장은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새로운 도전을 보여준 표형민씨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화가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새로운 시작을 노블리쥬클럽이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여성기업인, 교수,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으로 구성된 노블리쥬클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모자라는 점을 함께 채우고 어우러져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기부와 후원을 하고 있다. 대구의 8개 특수학교 장애학생들이 출연한 창작뮤지컬을 주최하기도 했다.

표씨는 “장애는 불편할 뿐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번 개인전은 표씨의 건강하고 강인한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표씨는 태어나면서부터 팔과 다리에 장애가 있었다. 1급 지체장애인인 표씨는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맡겨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비관했던 표씨는 음악과 그림을 접하면서 달라졌다. 발가락 운동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표씨는 “그림에 몰두하는 동안 행복감과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었다.

현재 성보재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표씨는 2009년 결성된 성보학교의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표씨는 서양화가 이일남씨의 지도로 기존의 캐리커처 위주에서 사실적 표현의 인물화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표씨의 자화상을 비롯해 많은 인물화를 볼 수 있다. 섬세하게 그린 에펠탑도 눈길을 끈다.

표씨는 연필, 색연필, 수채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발가락에 붓이나 파스텔을 끼우고 작업했다. 수채물감과 파스텔의 번짐을 막기 위해 받침도 없이 발을 들고 그렸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엄청나게 힘겨운 작업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표씨는 “선 하나에 다른 인물이 될 수도 있는 인물화는 제가 그려왔던 많은 그림 중에서 가장 어려운 그림이고, 그만큼 정성도 많이 들었다”며 “장애가 제 삶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개인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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