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파고든 인형뽑기방…학생 무차별 유혹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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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07:11  |  수정 2017-03-28 07:11  |  발행일 2017-03-28 제8면
중독성 강해 학업 악영향 끼쳐
사업장 대부분 무인시설 운영
밤늦게 드나들어도 통제 안돼

27일 밤 대구 수성구의 한 인형뽑기방.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학생들이 인형뽑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책가방에 소형 인형을 주렁주렁 단 중고생은 물론 혼자 온 초등생도 눈에 띈다. 대부분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을 마치고 인형뽑기방에 들른 학생이다.

“예전엔 인형뽑기를 하려면 동성로까지 나가야 했는데, 요즘엔 가까운 동네에도 많이 생겨서 집에 가기 전에 꼭 한번은 들릅니다”

동성로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대구지역 인형뽑기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네상권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3월 현재 대구지역에 문을 연 인형뽑기방은 총 168곳. 중구가 45곳으로 가장 많고 달서구 39곳, 동구 24곳, 북구 19곳, 달성군 14곳, 서구 12곳, 수성구 9곳, 남구 6곳으로 각각 나타났다.

문제는 학교나 학원이 밀집해 있는 곳에 인형뽑기방이 들어서면서 청소년들의 학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독성도 강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인형뽑기방에서 만난 중학생 A군은 “한 번만 더 하면 꼭 뽑힐 것 같아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들른다. 요즘엔 머릿속에 온통 인형뽑기 생각뿐이어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중학생 B군은 “본전 생각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10분도 안돼 1만~2만원은 금방 써버린다. 어떤 친구는 연초에 세뱃돈으로 받은 20만원을 하루에 다 날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동네 곳곳에 인형뽑기방이 생겨나면서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출입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인형뽑기’로 불리는 크레인게임기 사업장은 청소년 이용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인형뽑기방 대부분이 무인시설로 운영되다 보니,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밤늦게 드나들어도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

경찰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전수조사에 나섰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관련법상 청소년은 인형뽑기방에 밤 10시 이후에 출입할 수 없고, 소비자 가격 5천원 이상의 인형을 경품으로 제공할 수 없다”며 “경품 상한선과 청소년 출입시간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위반 업소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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