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철판에도 척척…창조형 기술로 인쇄 고부가화 선도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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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07:49  |  수정 2017-03-29 15:26  |  발행일 2017-03-28 제17면
■ 디지털 프린팅 업체 대일스크린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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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서구에 위치한 ‘대일스크린인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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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스크린 인쇄를 활용해 제품에 부착될 스티커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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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스크린인쇄의 디지털UV평판출력기가 부산 사상구의 가로등 표찰을 인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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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한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기 사용법 안내판. 유리에 프라이머를 바른 후 인쇄해 색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대일스크린인쇄 제공>


종이에 인쇄를 하면 신문, 잡지, 책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유리에도 인쇄가 가능할까? 할 수 있다면 어떤 제품으로 만들어질까? 첫 질문의 답은 ‘할 수 있다’다.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디지털 프린팅 기술은 잉크를 이용해 필름, 유리, 종이, 금속호일, 철판 등에 인쇄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프린팅 기술은 모든 소재에 응용이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수요에 기반해 다양한 응용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어 중소기업의 창조형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둘째 질문의 답은 대구·경북의 한 인쇄업체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일스크린인쇄’는 유리를 포함해 출력 대상의 소재에 제한없이 출력물을 인쇄해 주방아트보드, 각종 공공 안내판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실크와 UV를 활용한 인쇄

대일스크린인쇄는 1995년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해 22년째 인쇄업을 이어오고 있는 업체다.

대구 달서구에 자리를 잡은 대일스크린인쇄는 실크스크린인쇄 기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실크스크린인쇄는 고전적인 인쇄 방법 중 하나로 실크를 이용해 인쇄한다. 나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틀에 실크를 씌운 뒤 원하는 그림의 모양만 남겨두고 나머지 부분은 특수처리를 해 잉크가 배지 않도록 한다. 잉크가 실크로 새어들어가 원하는 모양으로 인쇄가 되는 것이다. 실크스크린인쇄 방식은 사용자가 원하는 색에 가장 근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인쇄 방식보다 색 선명도도 높으며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인쇄할 수 있다.

지난 24일 방문한 대일스크린인쇄 공장에선 실크스크린인쇄에 자외선(UV)을 활용해 스티커를 인쇄하고 있었다. ‘UV코팅용 잉크’가 실크 사이로 금새 스며들어 선명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UV코팅용 잉크는 잘 마르지 않지만, UV램프를 통과하며 UV를 쐬이면 0.4초 안에 건조된다. 순식간에 인쇄가 이뤄지고 건조가 돼 출력이 완성됐다.

22년째 지역서 인쇄업 외길 주력
프라이머 분사 기술 2년간 연구
내구성 높이기 지속적인 노력

지역서는 처음 디지털출력기 도입
지역 출판단지 2공장 운영도 준비

◆기술력 바탕으로 유리인쇄 나서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일스크린인쇄는 지난해부터 유리인쇄를 시작했다. 비슬산·와룡산 등 전국의 산 정상에 설치돼 있는 정상 안내판,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 사용 방법 안내판, 가스레인지 뒤편에 부착하는 주방아트보드까지 다양한 유리제품을 인쇄하고 있다.

주방아트보드는 요리를 할 때 음식물이 튀기 쉬운 가스레인지 뒤편에 부착해 깔끔하고 예쁜 주방을 만든다.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 지난해 홈쇼핑을 통해 4천개 이상 판매됐다. 주방아트보드는 개별 소비자들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기도 한다. 하루에 50~70건은 개별 주문으로 만들고, 보드에 들어갈 디자인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 사이즈는 80X50㎝를 포함해 총 6가지가 있으며 가격은 6만~8만원대다.

유리에 잉크만 분사했을 땐 잉크가 유리표면에 떠있게 돼 사실상 인쇄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프라이머’를 유리에 먼저 분사한 후 인쇄하면 유리에 선명하게 인쇄가 된다. 대일스크린인쇄는 프라이머를 개발하기 위해 2년의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계속해서 보완 중에 있다. 인쇄를 마친 유리제품은 주로 산·놀이터·공원 등 야외에 안내판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빛에 바래거나 훼손될 수 있어 잉크가 좀더 오래 그리고 강력하게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계속 연구를 하는 것이다.

우태주 대표는 “샘플을 가지고 칼로 긁어보기도 한다”며 “설치한 지 오래된 산 정상 안내판의 경우 빛으로 색이 바래면 직접 수거하고 수정해서 다시 설치하기도 했다.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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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시 보안등 표찰.

◆지역 최초 디지털출력기 도입

최근엔 인쇄업계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면서 제품을 디지털출력기를 통해 출력하고 있다.

대일스크린인쇄에서도 디지털UV평판출력기를 도입해 인쇄 위치·색 등을 컴퓨터에 입력해 인쇄를 하고 있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해당 디지털출력기를 도입했다. 일반 실크스크린인쇄는 출력물에 들어가는 색의 개수에 맞춰 여러 번의 인쇄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디지털인쇄는 그 과정이 한 번으로 압축돼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렇게 출력한 대일스크린인쇄의 제품들은 길거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별 캐릭터 및 로고가 적힌 스티커, 가로등 표찰 등이 대일스크린인쇄에서 출력한 제품이다. 안동시·태백시·춘천시 등의 가로등 표찰을 생산했고, 태백시에 부착된 가로등 표찰의 90%는 대일스크린인쇄에서 출력한 제품이다. 양평시와 창원시에는 금연 표찰 등을 판매했다.

대일스크린인쇄는 앞으로 이런 디지털출력기를 더 도입해 출판단지 인근에 제2공장도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실크스크린인쇄와 디지털인쇄를 접목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심 중에 있다.

우 대표는 “지역에서 유리에 인쇄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앞으로 기술력뿐만 아니라 디자인 쪽으로도 보완을 거듭해 지역을 대표하는 인쇄업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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