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김대곤 한영아트센터 대표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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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31   |  발행일 2017-03-31 제35면   |  수정 2017-03-31
“30여년 아내와 모은 축음기·종…더 많이 보러 오면 좋겠어요”
[이사람] 김대곤 한영아트센터 대표
한영아트센터 김대곤 대표가 축음기박물관을 배경으로 섰다.

한영산업<주> 김대곤 회장(72)은 젊은 시절부터 줄곧 꿈꿔온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대학과 군대시절 다양한 음악활동에 참여했다.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뒤 지역음악인을 위한 후원활동을 적극 펼쳐왔던 그의 꿈은 400~500석 규모의 멋진 콘서트홀을 만드는 것이었다. 개인이 대형극장을 만드는 것은 무리인 데다 대구지역에 대형극장과 소극장은 꽤나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중형 극장을 건립하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역시 꿈은 꿈으로 끝나는 것인가’ 하며 바쁜 업무에 쫓겨 극장 건립의 꿈을 접고 말았다. 하지만 막내아들이 던진 한마디 말이 계기가 돼 콘서트홀은 물론 갤러리, 박물관까지 갖춘 한영아트센터라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게 됐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한영아트센터(대구시 수성구)는 지하철 2호선 대구은행역 부근에 있어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종박물관, 축음기박물관이라는 이색박물관이 시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유치원생, 학생 중심으로 단체관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사람] 김대곤 한영아트센터 대표
한영아트센터 김대곤 대표가 종박물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한 음악 여건 안돼 포기
사업가 되곤 물심양면 음악인 후원활동

선친 살던 곳 건물 짓던 중 아들 한마디
“아버지가 꿈꾼 음악홀 만들면…”에 용기
설계까지 바꿔 작년 복합문화공간 개관

최첨단 시설 갖춘 200석 규모 콘서트홀
200여 축음기와 2만 SP‘축음기박물관’
5천여점의 종박물관·갤러리 무료 개방

선친 유지 이어 우송재단·장학회 이사장
“힘닿는 데까지 많은 이에게 지원 노력”

좀처럼 언론에 얼굴을 내밀지 않던 김 회장은 박물관 홍보를 위해라는 기자의 설득에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지역민에게 받은 사랑을 박물관 건립을 통해 나눠주고 싶었다. 30여년간 아내와 함께 수집한 종과 축음기를 좀 더 많은 시민이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서도 박물관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한영아트센터의 시설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3층은 갤러리와 연회장, 4~5층은 콘서트홀, 6층은 축음기박물관과 종박물관, 7층은 브런치카페로 구성돼 있습니다. 1~2층은 임대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아트센터의 관리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아트센터를 수익시설로 지은 것이 아니라 사회환원을 목표로 건립했기 때문에 이에 걸맞도록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박물관, 갤러리 등의 관람료를 받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내와 제가 30여년간 많은 나라를 다니며 모아온 것을 이렇게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서 행복함을 느낍니다.”

▶이 건물을 처음 지을 때는 아트센터를 건립할 계획이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아트센터가 들어선 이곳은 선친이 수십년간 살던 곳으로 1971년 제가 직접 감독해 집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임대할 수 있는 일반 건물을 짓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문화공간을 짓고 싶었으나 부지가 마땅하지 않았고 문화공간이 수익이 나기는커녕 끝없이 돈이 들어가야 되는 것이다보니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지요. 그래서 꿈만 꾸었고, 용기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를 못했습니다. 이 건물이 3층쯤 올라갈 무렵이었습니다. 아들이 “건물의 부지는 작지만 아버지가 꿈꿔왔던 음악홀을 작게라도 지으면 좋을 것 같다”며 조언을 해서 마음이 변했습니다. 중형극장이 아닌 작은 극장이라도 짓자 싶어 설계를 부랴부랴 바꿔 3층과 4층에 걸쳐 소극장을 만들었습니다. 원래부터 극장 건립을 위해 지은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는 좀 미흡한 점이 있지만 시설은 최첨단으로 갖췄습니다. 소극장을 짓기로 마음먹으니 이왕 시작한 것,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자 싶어 박물관, 갤러리 등도 만들었지요.”

▶콘서트홀의 경우 이미 지역예술계에서 멋진 공간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콘서트홀은 200석 규모의 소극장입니다. 객석을 250석까지 넣을 수 있었지만 관객들이 좀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의자를 크게 하고 무대와 객석의 여유공간도 좀 더 넓혔습니다. 무대도 200석 규모의 극장치고는 크게 만들었지요. 세계 여러 극장의 시설을 참고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해 음악시설을 최첨단으로 갖춰놓았습니다. 극장 안 전체를 나무로 한 것도 특징입니다. 천장은 편백나무, 무대와 객석은 단풍나무, 벽은 밤나무, 밑바닥은 오크입니다. 극장 안에 들어서면 숲에 들어온 듯 나무 냄새가 많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피아노도 풀사이즈의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로 했습니다.”

▶콘서트홀을 이처럼 최고급으로 꾸민 이유가 있었을 듯합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전공할 정도의 실력도, 여건도 되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늘 음악을 가까이에 두고 즐겼습니다. 30여년 전 축음기에 빠져 세계를 돌며 100년이 훨씬 지난 희귀한 축음기를 수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6년간 대구음악협회 후원회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필그림미션콰이어합창단 이사장, 대구YMCA 여성합창단 단장 등으로 활동한 것도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지요. 2004년부터는 분기별로 수성구 들안로에 있는 저의 사업장 건물에서 소규모 클래식 공연을 펼쳐왔습니다. 지인 40~50명을 초청해 살롱음악회를 열었지요. 그런데 이 음악회가 입소문이 나면서 100명이 넘는 관객이 오다 보니 장소가 협소해 음악회를 여는 데 어려움이 뒤따랐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콘서트홀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영아트센터에 2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지었는데 지난해 가을 개관기념 음악회에 300명이나 찾아왔습니다. 그 후 송년음악회부터 초청장을 보내 관객을 200명에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신춘음악회까지 총 35차례 음악회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무료공연을 이렇게 꾸준히 기획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전문가에게 의뢰해 음악회를 기획하는데 매년 4차례씩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좋은 연주자를 섭외하는 것도, 재정적인 것도 수월한 일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지역 연주자를 중심으로 무대를 구성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서울 등 다른 지역 연주자들도 초청합니다. 좀 더 다양한 연주자들을 보여주고 싶어서이지요. 제가 마련한 ‘한영음악회’를 찾는 관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기쁘지만 연주자들이 살롱음악회를 통해 관객과 교감하며 행복해하는 것을 보는 것도 또 다른 보람입니다. 그리고 한영음악회 무대에 섰던 연주자들이 뛰어난 음악인으로 성장해가는 것도 큰 행복입니다. 그동안 원로음악가, 중견음악가들이 무대에 많이 섰는데 앞으로는 역량 있는 젊은 연주자도 많이 초대하고 싶습니다.”

▶축음기박물관과 종박물관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요.

“축음기박물관에는 1800년대 후반 생산된 것부터 다양한 시대와 국가에서 생산된 축음기 200여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축음기용 음반이라고 할 수 있는 SP판도 2만여장이나 소장돼 있습니다. 음반은 수록시간과 음질의 혁신에 따라 SP(Standard Play), LP(Long Play), 스테레오 및 CD(Compact Disk)로 나눌 수 있지요. 한영축음기박물관에 소장된 SP는 100년 전에 녹음된 음반이며 매우 귀한 것들입니다. 종박물관은 30여년 동안 아내가 세계 여러나라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구입한 5천여점의 종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처음 해외여행을 가서 인형, 티스푼 등 여러 가지 기념품을 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희 아이들 이름의 돌림자가 ‘쇠북 종(鐘)’이라는 것에 착안해서 종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종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 저와 아내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겪었던 추억 등이 스며 있습니다. 종박물관은 유치원생 등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갤러리 역시 꽤나 좋은 공간이라 여겨집니다.

“제 여동생(김성희)과 고모(김종복)가 모두 서양화가입니다. 특히 고모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화가이지요. 뛰어난 화가들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싶었습니다. 첫 전시로 고모님과 여동생의 2인전을 열었는데 앞으로는 기획전을 다양하게 마련하려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작가, 중견작가들의 초대전은 물론 신진작가 발굴전 등도 열어서 시민들에게 뛰어난 미술작품을 보여주고 전시공간이 부족한 작가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우송재단과 우송장학회의 이사장이기도 한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선친(우송 김학봉)이 살아계실 때 재단과 장학회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선친은 유도 선수로 경북유도회 회장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우송장학회에서는 유도특기자를 지원해주고 복지재단에서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과 중증질환자들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우송장학회의 지원을 받은 유도 선수로는 안병근, 최민호 등 금메달리스트도 많습니다. 우송재단의 경우 현금 100억원을 출연해 만들었지요. 예전에는 금리가 높아 3억원 정도를 지원해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금리가 떨어져 1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계가 있어 아쉬움이 듭니다. 힘 닿는 데까지 최대한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대곤 한영아트센터 대표는 대구음악협회 후원회장, 필그림미션콰이어 이사장, 대구YMCA여성합창단 단장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영산업 회장, 우송재단 및 우송장학회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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