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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에 출연 중인 대구시립극단 차석단원 김미화씨가 대구 두류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몇년 전부터 대구 출신의 연극 배우들이 심심찮게 TV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성민, 권혁, 서영삼, 송재룡이 대표적이다. 최근 지역의 또 다른 배우가 TV 드라마에 도전하고 있다. JTBC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에 출연 중인 대구시립극단 차석단원 김미화씨(43)다. 영화 ‘밀양’ 등에 출연한 김미향 극단 원각사 대표가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에 출연한 여배우는 김씨가 처음이다.
김씨는 드라마에서 늘 작은 일에도 걱정이 많은 ‘명수 엄마’를 연기한다. 주인공 도봉순의 엄마, 재순 엄마와 호두파이 가게에서 수다를 떠는 동네 아줌마다.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16회 중 2회를 제외하고 모두 등장한다. 원래 제안받은 역할은 명수 엄마가 아니었다. 2회만 출연하는 점쟁이 역할이었는데, 대본 리딩에서 역할이 바뀌었다.
“명수 엄마 역할이 캐스팅이 아직 안 돼서 대신 제가 대사를 읽게 됐어요. 그냥 신나게 읽었는데 명수 엄마를 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사실 왜 다른 역할을 시키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연극 배우에게는 많이 나오는 것보다도 역할이 나한테 재미가 있는지, 캐릭터가 어떤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드라마 출연 지역 첫 女연극배우
대본리딩하다 단역서 역할 바뀌어
첫 드라마 고정출연 “운 좋았다”
김미화만의 대표작 만드는게 꿈
김씨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있는 드라마 촬영 날이면 첫 기차를 타고 대구에서 출발해 거의 하루 종일 촬영장에서 지내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 촬영하면서 만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연기하는 데 있어 얻는 것이 많다고 했다. 연극 무대에 오를 때에 비해 좀 더 집중해야 하고, 섬세하게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여러번 보면서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있다.
“연기하면서 디테일을 잘 살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제 연기가 오버하는 것 같더라고요. 연극은 무대에서 감정선이 쭉 이어지지만, 드라마는 신(scene)별로 찍다 보니 더 몰입하고 그 상황에 푹 빠져야 하더라고요.”
드라마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종종 실수도 한다. 카메라를 의식하고 연기해야 하지만 아직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김씨는 “연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카메라 앵글을 벗어나 있더라. 여러번 드라마 촬영한 사람이면 혼나겠지만, 대놓고 큰 목소리로 ‘지금 저 찍어요?’라고 물었더니 카메라 방향도 알려주더라”며 웃었다.
자연스러운 경상도 사투리는 김씨의 강점이다. 원래 대본에서 명수 엄마는 서울말을 쓰지만, 김씨가 연기하면서 ‘경상도 아줌마’로 바뀌었다. 작가들이 어설프게 바꿔놓은 사투리 대사는 김씨가 애드리브로 선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20세 때 우연히 들어간 연기학원에서 처음 연기를 배웠다. 그때는 그냥 취미로 시작했기에 연극배우가 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이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2003년 대구시립극단에 들어왔다. 2015년 대구시립극단의 ‘아이스하우스’, 지난해 대구연극제 대상을 수상한 ‘우체부가 된 천사’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운이 좋았다고 했다. 첫 드라마 촬영에 고정 출연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최주환 예술감독님을 포함해 시립극단 식구들이 다 도와준 덕분인 것 같아요. 전무송 선생님 하면 ‘세일즈맨의 죽음’을 떠올리듯 김미화 하면 생각나는 대표작을 만들고 싶은 게 꿈입니다.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고 싶기도 하고요.”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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