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빈대만 잡아야 하는데…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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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0 08:15  |  수정 2017-04-20 08:16  |  발행일 2017-04-20 제30면
20170420
마창훈기자<경북본사>

흔히 교육을 일컬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한다.

그런데 19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사전에 의견을 조율이라도 한듯 교육부에 대한 기구 축소나 존폐론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교육부 역할 축소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 설치’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교육부 폐지와 함께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나라의 명운이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닐 교육문제를 대권후보들이 대놓고 존폐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동안 교육부가 추진해왔던 각종 정책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임을 알 수 있다. 교육의 주체 중 하나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보다, 행정의 효율성과 경제적 가치를 앞세운 정권의 논리에 휘둘려 본질을 놓쳐버린 사례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소규모 학교와 소규모 교육지원청의 통폐합을 꼽을 수 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저출산에 따른 학생수 감소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농촌벽지 소학교 기능이 단순히 교육기관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즉 보편적 복지 차원의 교육으로 접근하기보다, 교사 배치와 건물 관리에 따른 효율성과 경제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근혜정부가 통폐합에 대한 권고기준을 마련하고, 재정 인센티브를 강화해 자발적인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유도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부의 무책임한 행정은 소규모 학교에 이어, 지난해 6월 행·재정적 비효율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을 추진했다. 당시 소규모 교육지원청 조직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개정해 입법예고한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대한 규정’안에 따르면 ‘3년 연속 인구수 3만명, 학생수 3천명 이하’인 교육청은 ‘과’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하한선을 설정했다. 사실상 농촌지역 소규모 교육지원청의 통폐합을 강제한 셈이었다. 만약 원안대로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해당 지자체는 농촌교육의 구심점이 허물어지는 순간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교육의 세 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려 강행했던 국정교과서 채택 문제,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리 실패 등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모든 요인을 정리하면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불평등한 교육서비스 정책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농촌 지자체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권력자의 눈치만 살핀 교육 수뇌부의 무능이 불러일으킨 참사인 셈이다.

이처럼 교육의 주체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의 수족을 잘라내면서도 육신이 온전하기를 기대하는 교육부의 무능을 생각하면 답답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빈대 잡는다며 초가삼간을 송두리째 태울 수는 없는 노릇. 교육부에 대한 존폐론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마창훈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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