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대구티엑스포…茶 고부가 산업으로 키우는 데 큰 역할 자부”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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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1   |  발행일 2017-04-21 제41면   |  수정 2017-04-21
■ 이진수 <사>국제티클럽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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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티엑스포를 12년째 이끌어온 <사>국제티클럽 이진수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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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티클럽이 지난해 연 ‘제23회 티클래스 콘서트’에서 이진수 총재(오른쪽에서 다섯째)가 배근희 대구 청백다례원장(왼쪽에서 다섯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제티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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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21∼24일 엑스코에서 열린 ‘2015 대구티엑스포’에서 <사>태정예다악문화협회의 선비다례 시범이 펼쳐지고 있다. <영남일보 DB>

차의 매력은 무엇일까. 차가 지니는 은은한 맛도 일품이지만 차를 마시는 동안 타인과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혼자서 느긋하게 여유와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어떤 이들은 차 값이 밥 값만큼 비싸다며 쓴소리를 하지만 차를 마시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을 생각해보면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앨리스 워커는 “영국사람들에게 차는 집에서 즐기는 소풍과 같다”고 했다. 그만큼 차 마시는 시간이 행복하고 설레는 시간이라는 의미다. 일상 속에서 일상을 벗어난 즐거움을 준다.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철학자인 알렉산드라 스토다드는 차에 대해 또 이런 말을 했다. “티파티는 영혼의 온천 같은 역할을 해준다. 차를 마시는 동안 우리는 근심과 일을 잠시 잊는다. 바쁜 사람들도 업무를 잊는다.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지고 감각이 살아난다.” 차를 마시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없애고 새로운 삶의 활력과 업무의 아이디어까지 얻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30여년간 한국 차문화 발전에 노력해온 <사>국제티클럽 이진수 총재(57)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는 “차 한 잔의 여유는 천년의 여유”라고 했다. 아주 작은 차 한 잔이 주는 큰 힘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차를 단순히 마시는 음료로만 보지 않는다. 차를 통해 인성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차문화콘텐츠를 계발하고 차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뚜렷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06년부터 대구에서 ‘대구티엑스포’를 개최해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티엑스포(5월8~21일 엑스코)를 앞두고 행사 준비에 바쁜 이 총재를 만나봤다.


“차 한 잔의 여유는 천년의 여유” 신념
30여년 茶문화 발전·교육·산업화 노력

학문적 체계·차문화 정립 필요성 절감
2003년 원광디지털대 차경영학과 개설
대구 배근희 청백다례원장과 의기투합

2006년엔 대구티엑스포 개최도 주도
올 박람회선 80∼100개 체험 부스 설치
英 왕실 홍차테이블 등 각국 차룸 운영
茶 쉽게 접하도록 해 일상화 되길 바라


▶총재님이 생각하시는 차의 매력은 무엇인지요.

“차는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 그 맛도 다양하고 좋지만 차를 통해 인격을 만들어가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차는 여러 사람이 함께 즐겨도 되고 혼자 마셔도 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시면 소통을 하면서 유대감을 돈독히 할 수 있지요. 혼자 마셔도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이 차인데 차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고 여유를 갖도록 해줍니다. 이 여유의 시간에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지요. 내면성찰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차교육과 차 산업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압니다.

“한국의 차문화가 우수하고 차인들의 활동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학문적 체계가 부족하고 학술적 정립이 제대로 안 되어 있지요. 그래서 차의 학문적 체계를 만들고 교육을 통해 차문화를 정립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2003년에 원광디지털대에 차문화경영학과를 제가 주도적으로 개설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차인은 물론 일반인에게 차를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차를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문화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차문화가 새로운 놀이문화가 되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차만이 아니라 티푸드 등 차 관련 산업이 전반적으로 발전돼 차를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지역분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지요.

“대구의 대표 차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청백다례원 배근희 원장님과의 인연이 시초가 됐습니다. 20대 초반 우연찮게 대구에 오게 돼 몇년간 지냈지만 본격적으로 대구에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2002년 배 원장님을 처음 뵙고 난 뒤 배 원장님이 2004년 원광디지털대 차문화경영학과에 입학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차문화경영학과에 한국의 대표적인 차인들을 모시고 싶었는데 배 원장님이 제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셔서 원장님은 물론 따님(김길령 대구티엑스포 사무총장), 제자분들도 함께 입학해 공부했습니다. 이분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현재 대구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의미에서 대구와 대구차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대구에 와서 차인들과 만나고 티엑스포를 내실 있게 꾸려나가기 위한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도움으로 대구티엑스포까지 열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대구티엑스포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배근희 원장님의 공이 가장 컸습니다. 배 원장님은 30년 넘게 차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온 원로차인입니다. 이런 분이 뒤늦게 대학에 입학해 차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2006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차박람회인 대구티엑스포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이 티엑스포의 개최를 제안했고 현재는 옆에서 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 배 원장님의 따님이 티엑스포조직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없었으면 아마 이런 큰 행사를 12년째 열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행사는 차를 취미로 마시던 데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 대구티엑스포가 확 달라진다던데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올해 대구티엑스포는 차를 포함한 관련용품을 판매하는 박람회에서 한 걸음 나아가 차를 체험하는 체험형 축제로 이끌어가려 합니다. 예년보다 상품판매부스를 1/3 정도 줄여서 80~100개 정도 부스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부스가 줄어든 공간에는 다양한 나라의 차를 즐길 수 있는 차룸을 만들어 관람자들이 차를 직접 덖어 만들고 우려마실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차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려마시는 과정을 통해 차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이를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중국·일본 등의 차문화를 체험하고 스콘·쿠키 등 티푸드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영국왕실의 홍차테이블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있지요.”

▶아직 한국에는 커피가 우위를 점하고 홍차·녹차 등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차 등의 음식문화는 그 나라의 국민소득과 함께 발전합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정도일 때는 커피, 1만5천달러 정도는 와인, 2만달러는 홍차 등의 차가 발전한다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에서도 커피·와인을 넘어서 차문화가 발전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실제 대형커피숍 등에서 판매되는 음료를 보면 차음료가 다양해지고 그 판매량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차를 문화콘텐츠화하고 차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분명 실현가능한 계획입니다.”

▶한국차문화의 발전방안이 있으신지요.

“차가 단순히 마시는 음료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차가 가장 발전한 영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차는 역사·문화와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이런 차문화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현대생활에 접목시켜 나가는 방안을 차인들이 힘을 모아 함께 연구해야 합니다. 대구티엑스포가 그런 기회를 마련해주는 행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차가 인성교육에도 좋은 역할을 해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한국에서는 차 마시는 것을 흔히 ‘다례’라고 많이 표현합니다. 다례 중에 어른이나 임금 등에 차를 올리는 진다례가 60~70%를 차지합니다. 윗어른들께 차대접을 하는 것처럼 극진한 예를 갖추는 것입니다. 다례가 흔히 차를 대접하는 의식이라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한국의 역사, 선조들의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다례를 교육하면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나아가 자신 스스로의 자부심도 갖게 도와줍니다. 영국에서 과거에 차 단체를 지원해 교도소,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등에게 차 대접을 하게 한 것도 아마 차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람의 인격을 수양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행다법을 강조해 차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차를 쉽게 접하도록 해서 일상생활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저와 대구티엑스포의 큰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이진수 총재는 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문학석사이며 원광대 원불교학과 철학박사이다. 시인이기도 한 이 총재는 현재 원광디지털대 차문화경영학과 교수, 국제티클럽 총재, 한국복식과학재단 총재, 국제선명상문화재단 총재, 대구 티엑스포 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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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19∼22일 엑스코에서 열렸던 ‘제11회 대구티엑스포’에서 차동호인들이 백인진다 시범을 보이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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