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치매 노인의 행복해질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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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5 07:54  |  수정 2017-04-25 07:54  |  발행일 2017-04-25 제19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치매 노인의 행복해질 권리
<최희순 선임연구원>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보다 알게 된 네덜란드의 호그벡 마을. 이곳은 치매마을로 알려진 치매노인요양 시설이다. 2009년 설립된 이곳은 전액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고 주민의 대부분은 중증치매 환자이며 전문요양사와 의료진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환자의 일상생활을 돕는다. 치매 환자들은 직접 쇼핑을 하고 여가생활뿐 아니라 파티를 즐기기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즐긴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 생활하는 치매노인들은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 고립되어 있는 환자들보다 스트레스나 복용 약의 양도 줄었다. 장수 비율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여년간 유럽이나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는 요양원 같은 시설을 지어 치매환자를 격리하면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시설 중심 정책을 포기했고 대신 환자들이 가족, 이웃과 함께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정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가 ‘치매안심마을’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치매환자들이 격리되지 않고, 동네 주민과 어울리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정부가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인지건강을 강화하는 환경조성 사업이다. 치매는 성장기에는 정상적인 지적수준을 유지하다가 후천적으로 인지기능의 손상 및 인격의 변화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매의 종류 중 노인들의 분포가 가장 많은 것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이는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침착하면서 뇌세포가 죽어 기억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러한 치매에 관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책을 읽거나 퍼즐을 맞추거나 여가 생활을 즐기거나 사회 활동을 유지하는 등의 지속적인 뇌 자극이 좀 더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버드 의대의 연구진은 뇌에 대한 지속적인 지적 자극을 주거나 사회 활동을 계속 유지할 때 기억력 감퇴나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인지적으로 자극이 되기 때문에 노년기에도 꾸준히 친구들을 만나고 친목도모나 동호회, 봉사활동과 같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이 뇌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호그벡 마을을 계획한 사람은 치매환자들의 평범한 삶을 지켜주고 싶었던 이본느 반 아메룽겐이라는 치매요양병원의 한 간호사였다. 치매 환자라고 해서 격리되어 남은 인생을 외롭고 인간답지 않게 보내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 없다. 사회적으로 서로 보듬어주는 문화가 정착될 때 치매 환자도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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