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때묻지 않은 자연과 文香이 가득…국내 최고의 웰빙 여행지로 인기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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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4  |  수정 2017-05-04 08:32  |  발행일 2017-05-04 제12면
[자연과 사람, 맛의 고장]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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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 수비면에 위치한 영양반딧불이생태공원에서 촬영한 별 궤적이 장관이다. 이 생태공원 일대 390만㎡는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인정받았다. <영양군 제공>

영양은 멀다. 영덕에서 당진까지 고속도로가 뚫리는 등 전국 어디에서나 30분 내 고속도로 진입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영양은 아직 고속도로는커녕 4차로 도로도 없다. ‘육지 속의 섬’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터무니없는 것만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영양을 바라보면 새로운 영양을 볼 수 있게 된다. 개발과는 거리가 먼,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이 가득한 영양이 보인다. 탁한 미세먼지와 찌든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최고의 웰빙 여행지로서 영양이 거기 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그 자연 속에서 나오는 음식을 테마로 한, 전국 어디에도 없는 ‘영양문화’를 만나 보자.

◆영양만이 간직한 청정 자연

영양을 한 번 찾은 사람이라면 영양이 하늘과 바람과 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데 놀란다. 개발에서 밀려난 덕(?)에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가 없고, 굴뚝산업의 부재로 인해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맑은 공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에서 사라지고 있는 밤하늘이 영양에서는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음에 경탄한다. 여름철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무수한 별은 가히 인상적이다. 수비면 수하계곡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구 일부를 포함한 반딧불이 생태공원 일대 390만㎡는 국제밤하늘협회(IDA)로부터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IDS Park)으로 인정받았다.


반딧불이생태공원 등 볼거리
고추·산채는 전국적으로 유명

조지훈·이문열 등 문인들 배출
주실·두들마을 관광명소 각광



여름에 청정한 밤하늘의 별, 그리고 사라져 가는 반딧불이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며 낭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영양이다. 어린 시절 여름밤의 꿈과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면 반딧불이 생태체험마을특구를 가면 된다. 기억에도 아스라한 반딧불이를 생태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킨 이곳에는 반딧불이천문대와 반딧불이생태학교도 있다. 이 밖에 감마산자연휴양림이나 외씨버선길도 영양의 맑은 공기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경북에서 셋째로 슬로시티에 지정된 것이 도리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자연이 만들어준 웰빙식품

청정 자연 속에서 자란 영양의 작물은 웰빙식품으로 손꼽힌다. 영양고추와 산채는 영양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친환경 자연에서 자란 고추는 영양군민의 자랑이자 생명줄이다. ‘육지 속의 섬’이라는 자조 속에서도 영양군민임에 자부심을 갖는 데에는 고추가 있기 때문이다. 영양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인근 시·군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농사짓는 3천800여 가구 가운데 2천500가구가 고추를 키운다. 농사 인구의 10% 이상은 연소득 1억원 이상인 부농이다.

영양은 낙후된 만큼 참나물·곰취·어수리 등 때묻지 않은 청정 산채자원이 풍부하다. 영양군이 발간한 ‘산채도감’에 따르면 영양에는 모두 800여종의 산채가 자라고 있다. 자연에서 그대로 자란 영양의 산채와 작물은 맛과 건강을 담은 훌륭한 요리재료가 되어 왔다. 조선시대에 쓰인 대표적인 요리서인 음식디미방에도 영양의 것들로 만든 음식이 등장한다. 음식디미방에 등장하는 음식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영양군은 음식디미방 보존회를 결성해 당시 음식을 재현하는 한편 음식디미방 레시피 표준화 작업을 완성해 왔다. 자연을 담은 영양의 식재료가 전통을 만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과거·현대 사람 향기 가득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영양에는 이름난 문인이 많다. 특히 시인 조지훈과 국민작가 이문열은 영양의 자랑이다. 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재가 되고 있다.

400여 년 된 일월면 주실마을은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1630년 조선 중기 조광조의 친족 후손인 한양인 조전 선생이 사화를 피해 정착한 곳이다. 원래 이곳은 주씨가 살던 곳이어서 주실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됐다.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경북도기념물 제78호)이 마을 한복판에 널찍이 자리 잡고 있다. 한양조씨 동족마을인 주실마을은 옥천종택(경북도 민속자료 제42호) 등 숱한 문화자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석보면 두들마을은 이문열의 향기가 진하게 전해지는 곳이다. 석계 이시명 선생과 그 후손인 재령이씨 집성촌인 두들마을은 항일 시인인 이병각과 이병철, 소설가 이문열을 배출했으며, 조선시대 양반가의 음식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정부인 장씨의 자녀 교육에 대한 덕행과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낙안오씨가 400여 년을 살아온 감천마을은 마을 한가운데 웅장한 44칸 기와집이 예스러움과 과거의 영화를 대변하고 있다. 감천마을도 항일 시인 오일도를 배출했다. 마을에는 유서 깊은 고택의 정취에 어울리는 북카페와 시인의 ‘저녁놀’ 시비가 있는 소공원이 있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밤하늘 등 영양의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명품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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