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여름…‘대프리카’도 놀란 지구온난화 충격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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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8 07:16  |  수정 2017-05-18 10:04  |  발행일 2017-05-18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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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덥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까.’. 올해도 어김없이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여름 폭염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구지역은 더욱 그렇다. 올해는 더위가 심상치 않다. 봄부터 초여름 수준의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상 관측 이래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한 탓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기압의 영향으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서 기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더위가 계절을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날씨가 어떻게 변해가는 걸까? 지난 30여년간 대구지역의 기후변화를 살펴봤다.

대구·경북 4월 평균 14.5℃
19년만에 최고 수치 기록
평균 최고기온은 21.2℃
관측 사상 가장 높게 나와

이른 더위, 봄꽃 개화 앞당겨
“식목일 3월로 옮겨야”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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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1일 (평년 대비 빨라진 개화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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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4일

◆4월 평균기온 19년 만에 가장 높아

지난 4월 평균기온이 19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지난 1일 발표한 ‘4월 기상특성’ 자료를 보면, 대구·경북지역 월평균기온은 14.5℃로, 평년(12.6℃·30년 평균)보다 1.9℃ 높았다. 1973년 기상청이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확충한 이후 둘째로 높은 온도다. 4월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1998년으로 당시 15.0℃를 기록했다. 지난달 평균 최고기온(21.2℃)은 역대 가장 높았고, 평균 최저기온(8.1℃)은 둘째로 높았다.

특히 대구지역 4월 평균기온은 15.7℃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기온(13.9℃)보다 1.8℃ 높고 평년값(12.6℃)에 견줘서는 3.1℃나 차이가 난다.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대구(31.1℃)와 경북 의성(31.5℃), 영덕(31.4℃), 울진(31.2℃), 포항(31.3℃), 영천(30.7℃), 상주(30.8℃), 안동(30.6℃), 영주(29.3℃), 문경(29.4℃) 등 10곳의 기온이 30℃ 안팎까지 오르면서, 4월 일 최고기온 극값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지난 4월의 고온 현상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한 남서기류가 유입됐기 때문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특히 남서기류 유입으로 동해안과 남해안 부근 기온이 크게 상승했다.

5월에도 고온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1~9일 평균기온은 20℃ 안팎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3·4·7일은 최고기온이 28℃를 넘어섰다.

올해만이 아니라 봄철 기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대구의 평균기온은 14.9℃로 46년 전인 1970년(12.4℃)과 비교해서 2.5℃나 올랐다. 5월 평균기온은 1990년대까지는 20℃ 이하로 유지됐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20℃를 넘는 해가 7번이나 있었다. 6월도 2000년 이후로 평균기온이 과거보다 1~2℃가량 높은 23~24℃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른 더위는 월별 평균 최고기온으로 살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 4월 평균 최고기온은 22℃로 1970년(18.3℃)보다 3.7℃나 높다. 5월의 경우 46년 동안 2.9℃ 상승했다. 대구는 1990년대까지는 5월 평균기온이 24~25℃의 분포를 보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26℃ 이상 오르는 해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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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3일

◆때 이른 더위에 봄꽃 개화 시기도 앞당겨져

때 이른 더위는 식물의 생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간 기상사업체인 케이웨더가 대구와 서울 등 6개 도시의 기온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대구의 식목일 평균기온은 식목일이 제정됐던 1940년대보다 3.7℃ 상승했다. 상승폭은 강릉(3.9℃)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식목일 제정 당시 4월5일의 기온은 훨씬 앞당겨져 최근에는 3월 중순경에 나타나고 있다.

대구의 경우 40년대 식목일 기온이 현재의 평년값(1981~2010년 30년 평균값)보다 16일 이른 3월20일경에 나타났고, 최근 10년 동안에는 21일 이른 3월15일경으로 조사됐다. 식물학자들은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4월에는 이미 꽃이 피고 눈이 트기 시작해 뿌리를 건드리면 나무가 고사하기 때문에 3월27~28일경으로 식목일을 바꾸는 게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봄꽃의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기상청은 1971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의 봄꽃 개화 시기를 비교한 결과 개나리의 개화 시기는 평균 4.17일 빨라졌다고 25일 밝혔다. 진달래도 4.38일, 벚꽃은 6.96일 개화 시점이 앞당겨졌다. 올해 대구의 개나리, 진달래, 벚꽃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각각 1일, 4일, 3일 빨랐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진 것은 40년간의 기후변화가 봄꽃의 개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 최저기온·평균기온과 함께 봄꽃 개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2~3월 기온은 1970년대 평균 2.87℃에서 2000년대 4.26℃로 1.39℃가량 올라갔다는 것이다. 40년 사이에 개나리는 지역에 따라 3월19일~4월9일에서 3월12일~4월7일로, 진달래는 3월18일~4월16일에서 3월14일~4월7일로, 가장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벚꽃은 3월29일~4월19일에서 3월23일~4월12일로 개화 시점이 앞당겨졌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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