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재벌2세의 일그러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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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9 07:23  |  수정 2017-05-19 07:23  |  발행일 2017-05-19 제8면
[변호인 리포트] 재벌2세의 일그러진 사랑

최근 미국 힐튼호텔그룹 상속자인 콘래드 힐튼은 사귀던 연인이 더 이상 만나주지 않자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앙심을 품고 행패를 부렸고 그녀의 아버지 소유 벤틀리 차량에 몰래 들어가기도 했다. LA경찰국 대변인에 따르면, 힐튼은 이날 오전 4시50분쯤 피해자 집 앞에 세워져 있던 벤틀리 안에서 검거됐다. 체포 당시 그는 피해자가 신청한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그에게 차량 절도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데이트 폭력의 법적 구성이 우리나라도 동일할까.

우선 우리나라에는 힐튼이 받은 접근금지 명령(민사집행법 제305조 제2항) 위반 시 처벌규정이 없다. 따라서 접근금지 가처분의 신청취지에 ‘위반 시 회당 얼마원’의 간접강제를 추가해 신청하고 있다.

다만 가정폭력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접근이 처벌되는 경우가 있다. 가해자가 법관의 보호처분이 확정됐는데 불이행한 경우 피해자 보호명령 또는 임시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어기면서까지 피해자에게 접근한 경우에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에 따라 처벌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9조도 그 취지가 같다.

다음으로 힐튼이 타인의 주거에 허락 없이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형법 제319조).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있었던 경우이므로 의사에 반해 사생활의 평온을 깨뜨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권한이 있거나 공공의 출입을 허용한 곳은 범죄의 목적을 갖고 들어갔는지가 처벌의 기준이 된다. 공공화장실에 성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 침입죄가 성립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시다.

마지막으로 힐튼이 피해자의 아버지 소유 차량에 몰래 들어간 행위는 미국에서와 같이 차량절도죄인가. 우리나라에서 절도란 배제의사 및 이용의사가 합쳐진 개념이다. 일시적으로 이용하고 돌려줄 마음으로 타인의 물건을 잠시 갖고 간 뒤 실제로 돌려주었다면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

처벌규정을 두는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자동차 등 불법사용죄 조문이다. 권리자의 동의 없이 타인의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일시 사용할 경우에는 가져간 자동차 등을 돌려주더라도 처벌된다(형법 제331조의2).

차량에 몰래 들어가 숨어있던 것이 침입죄에 해당할까. 형법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할 때에는 침입죄로 처벌하지만 차량에 몰래 들어간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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