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뇌연구자원도 수집 시작…세계 최고의 뇌은행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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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호기자 손동욱기자
  •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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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3주년 한국뇌은행 어디까지 왔나

칠곡경북대병원 뇌은행 병리센터 박지영 교수가 포르말린에 보관중인 뇌 조직을 살펴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가족 전체의 불행으로 귀결되는 치매환자가 2024년이면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김광수(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수는 지난해 68만명으로 집계됐으며, 2024년 100만명, 2050년엔 200만명을 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이 진료 받은 질병은 입원의 경우 노년백내장(19만9천39명), 다음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9만3천414명)가 차지했다. 입원 진료비는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1조1천79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 중앙치매센터가 2014년 10대 이상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치매 인식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응답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1위가 치매였다. 이제 치매 등 뇌 질환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뇌 질환에 대한 치료 및 예방 연구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뇌 과학의 중심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정부 주도로 한국뇌연구원(원장 김경진·대구 동구) 산하에 한국뇌은행이 설립됐다.

국내 뇌연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한국뇌은행이 올해로 설립 3주년을 맞았다.

한국뇌은행은 전국 6개 협력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칠곡경북대병원·전남대병원·부산대병원·강원대병원)을 구축, 한국뇌은행네트워크(Korea Brain Bank Network·KBBN)를 형성하고 있다.


2024년 치매환자 100만명 넘어
뇌질환 예방·치료법 연구 시급
현재 29명의 사후뇌 기증받아
2022년까지 200명 뇌조직 확보
연구자 지원서비스 구축 예정
대구·경북선 경북대서 운영 중



뇌은행은 권역별 협력병원에 보존 중인 뇌연구자원의 정보(기증자·임상·병리 정보 등)를 통합 관리하고, 뇌기증 절차 및 뇌연구자원 분양 서비스는 올해 1월 오픈한 KBBN 포털사이트(http://kbbn.kbri.re.kr)를 통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뇌은행네트워크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29명으로부터 사후 뇌기증을 받아 협력병원에 보존하고 있다. 앞으로 충청도와 제주도 2개 권역만 확보하게 되면 명실상부한 전국망을 구축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200명 이상의 뇌조직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필요한 연구자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한국뇌은행이 왜 필요한 것일까. 먼저 뇌 연구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살아 있는 사람의 뇌조직을 연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동물의 뇌에서 얻은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선의 방법은 사망한 사람의 뇌연구자원(사후 인체에서 수집한 뇌·척수의 전체 또는 일부)을 기증받아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파킨슨·자폐증·우울증·뇌전증 등 다양한 뇌질환을 앓은 환자나 일반인의 뇌를 기증받게 된다.

이렇게 수집된 뇌는 영하 75~80℃의 초저온 상태로 동결 보관 또는 포르말린에 담가 두거나 파라핀 블록으로 만들게 된다.

대구·경북에선 칠곡경북대병원 뇌은행이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이곳에도 한 기증자의 전뇌(全腦)를 좌뇌와 우뇌로 분리해 특수 보관하고 있다. 좌뇌는 조직 변질을 막기 위해 초저온 상태로 동결 보관 중이다. 우뇌는 포르말린이라는 고정액에 담가 보존하고 있다. 뇌조직에 대한 병리적인 검사가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파라핀 블록상태로 관리 중이다.

파라핀 블록으로 만들어진 뇌조직은 연구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얇게 슬라이스해 표본화한 후 전달하게 된다. 슬라이드 형태의 뇌조직은 전자현미경으로 최대 1천배까지 확대해 관찰할 수 있다.

한국뇌은행은 올해부터 사후 뇌조직뿐 아니라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생전 뇌연구자원 수집도 시작했다. 그 첫 사례로 지난 5월18일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알츠하이머병과 퇴행성 뇌질환 환자의 혈액검체 200여건을 기탁 받아 다양한 공동 연구를 수행할 방침이다. 향후 사후 뇌기증을 한 사람에게도 혈액과 생활방식, 생전 병력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미래지향적인 뇌은행이 된다. 생전과 사후까지 일생의 전 과정을 생체 뇌조직, 혈액, 생전 질병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일상생활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면 다양한 뇌 질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은 물론 치료도 효과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뇌은행은 출범 후 3단계 중장기 발전 방안 로드맵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까지 뇌은행 운영 기반을 구축(뇌은행 1.0)한 데 이어 2019년까지 뇌자원 품질 향상을 위한 운영 표준을 정립(뇌은행 2.0)한다. 2022년까지는 연구자 맞춤형의 스마트 연구지원서비스를 구축(뇌은행 3.0)할 계획이다.

뇌은행은 △뇌자원 추가 확보 △뇌연구 플랫폼 구축 △뇌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을 당면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 사인 규명 및 병리학적 해부 이외에 연구 목적의 뇌조직 이용을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 발의될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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