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국정원 직원을 사칭한 영화 같은 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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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9 07:31  |  수정 2017-06-09 07:31  |  발행일 2017-06-09 제8면
[변호인 리포트] 국정원 직원을 사칭한 영화 같은 강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과 강동구 성내동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던 A씨는 평소 정보당국이 자신을 늘 감시 중이며 언젠가 잡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는 놈이 사기친다 했던가. 평소 이런 사정을 알고 있던 동네 토박이이자 지인인 B씨는 A씨의 금싸라기 땅에 눈이 멀었다. B씨는 몇 명의 지인과 공모해 A씨를 겁주어 땅을 뺏기로 했다. 일당은 A씨를 찾아가 국정원에서 나왔으니 함께 가자며 전기충격기를 들이댔고, A씨는 순순히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겁에 질린 A씨는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건넸고 일당은 땅을 매각해 30억원을 챙겼다. 더욱이 일당은 매수대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A씨를 강제로 끌고 다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까지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일당 4명을 구속했고 나머지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지능적 강도범도 실제 칼을 휘두른 강도 사건만큼 중한 벌을 받게 될까. 피의자들은 폭행·협박으로 재물을 강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 만약 그 행위가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해 범한 것이라면 특수강도죄에 해당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형법 제334조 제1항).

본 사건에서 야간에 침입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강도했으므로 특수강도를 범한 것이 맞다(동조 제2항). 만약 A씨가 다쳤다면 강도상해·치상죄(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집행유예는 불가하다.

겁주어 재물을 빼앗은 이들의 행위는 공갈을 넘어섰기 때문에 강도죄가 성립했다.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항거불능하게 할 정도라면 강도죄, 그 정도에 이르지 않고 의사를 제한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공갈죄가 되기 때문이다.

또 피의자들은 A씨에게 전기충격기로 겁주어 매각에 필요한 문서를 강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매각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감금했고, 단체·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감금한 특수감금죄를 저질렀으므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된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다쳤다면 1년 이상의 형으로 가중된다.

이 사건에서 B씨 등이 매매현장에 피해자를 데려가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의사표시를 강제했다면 문서죄가 성립되지 않지만, 그와 달리 인감증명서 등을 강취한 후 피의자들이 직접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도 별도로 해당될 수 있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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