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더 서클·파란나비효과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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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42면   |  수정 2017-06-23

더 서클
SNS, 소통이 악몽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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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작 ‘트루먼쇼’(감독 피터 위어)의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으로 길러진다. 거대한 스튜디오 안에 살고 있는 트루먼의 모든 일상은 5천 개의 카메라를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연기자이며, 그가 겪는 모든 사건은 연출된 것이다. “난 트루먼에게 특별한 삶을 살 기회를 줬다”고 주장하는 쇼의 연출자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에게는 일말의 죄책감도 엿보이지 않는다. 30년 만에 진실을 알게 된 트루먼이 카메라를 피해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자 크리스토프는 그를 만류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네 인생을 지켜봤어. 넌 떠나지 못해. 넌 내 세상에 속해있어.”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1984’(조지 오웰)로부터 예견된 것이었지만 ‘트루먼 쇼’의 중심에는 TV라는 미디어와 초소형 카메라, 통신 등의 기술이 있다. 트루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상품으로 쇼윈도 안에 서 있는 인물이다.


엠마 왓슨·톰 행크스 주연…SNS시대의 명암 조명
‘트루먼쇼’와 달리 주인공의 24시간 자발적 생중계
사생활과 알 권리 등 현대 사회를 통찰하는 메시지



20년 후, 영화의 상상력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더 서클’(감독 제임스 폰솔트)의 주인공 ‘메이’(엠마 왓슨)는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기업 ‘서클’에 입사한다. 모든 것을 공유함으로써 범죄와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CEO ‘에이몬’(톰 행크스)의 철학은 그녀를 매료시킨다. 카약을 타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서클의 ‘씨체인지’ 카메라 덕분에 구조된 메이는 24시간 자신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에 ‘자원’한다. 메이의 일상과 주변의 모든 사건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게 공개되고, 그녀는 스타가 된다. 트루먼 쇼와 달리 자발적 공개라는 점에서 메이의 방송은 윤리적인 비난을 피해간다. 자신의 잠재력을 썩히는 것을 두려워했던 메이는 이로써 큰 성취감을 맛본 후, 이제 씨체인지의 잠재력까지 실연해 보인다. 동전만한 카메라로 연결되어 있는 서클의 세상에서는 사용자들의 제보를 통해 단 몇 분 만에 수배중인 범죄자를 찾아내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그 기능이 크면 클수록 사생활을 보호해야 할 명분은 줄어들고 만다. 서클이 주장하는 바, ‘비밀은 곧 거짓’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투명성 이상으로 인간에게 왜 사생활이 필요한가 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 ‘더 서클’의 답변은 다소 구태의연하다. 성생활, 배설 등 타인에게 숨기고 싶은 무언가를 동물적인 영역으로 한정해 놓은 느낌도 든다. 어쩌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남들이 보지 않을 글을 쓰는 행위 또한 인간의 본능이라고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 서클’에서 보다 흥미롭고 중요한 지점은 공포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트루먼쇼’의 카메라와 달리, 메이의 몸에 밀착된 카메라는 친근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20년 동안 카메라는 완전히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서클에서는 카메라이면서 곧 SNS인 씨체인지를 얼마나 활용하는가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입사 초기에 메이가 SNS 활동을 거의 하지 않자 그녀는 동료들로부터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물로 평가당한다. SNS를 통해 자신의 삶을 공개하고 다른 사원들과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서클이 추구하는 기업 문화이기 때문이다. 현실도 서클과 거의 닮아가고 있다.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과 불만이 암암리에 존재한다. ‘버드맨’(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에서 퇴물이 된 배우에게 딸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도 안하는 아빠는 존재가 없다”라고 말한다.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삶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기술이 담고 있는 가치관인 것이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메이는 CEO들을 곤경에 몰아넣지만 그녀가 인간의 모든 욕구가 충족되는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술의 맹점을 넘어설 가능성이란 기술보다는 우리 심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삶과 밀착된 질문들이 끊이지 않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110 분)


파란나비효과
엄마들의 ‘사드 반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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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비효과’(감독 박문칠)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성주지역주민들의 투쟁 과정을 담고 있으며, 그 때문에 정계인사들도 ‘파란나비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다큐로 규정하기는 아쉽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인식이 변화되고, 그 변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가져오고, 그것이 주변에도 영향을 미쳐 다른 결과를 발생시키는 긍정적 연쇄 작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사드 이슈를 넘어서는 영화의 중요한 테마다.


사드 배치와 성주 주민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
박문칠 감독, 200여일 일상에서 투쟁상 고스란히
“정치는 생활이다” 주부의 마지막 인터뷰 큰 울림



영화에서 그것은 평범한 주부들이 그동안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통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성주에 편안함을 느껴 가족들과 함께 들어와 살고 있는 배미영씨, 성주로 시집와서 28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김정숙씨,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 친정으로 온 배정하씨 등은 사드 배치 발표가 난 후 큰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평생 일궈놓은 삶의 터전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피켓을 목에 걸고 촛불을 든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에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성향을 물려받고 자랐던 이들은 새삼 정부 시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무지했던 자신들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달라질 것을 다짐한다. 성주뿐 아니라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이들의 구호는 그러한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일 이상 지켜왔던 촛불의 염원이 무색하게도 지난 2월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되자 이제 뜻을 같이하는 여러 성주군민들이 사드배치철회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정치는 생활이다. 생활 속의 정치를 배제하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한 주부의 마지막 인터뷰가 그 어떤 극영화의 대사보다 통렬하게 머리와 가슴을 울린다. 나비의 날갯짓과도 같은 이 다큐멘터리 한 편에 잠재된 가능성이 궁금하다.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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