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서욱경 플라이투게더 대표

  • 최보규
  • |
  • 입력 2017-06-27 08:07  |  수정 2017-06-27 08:07  |  발행일 2017-06-27 제29면
“환경·현지인 우선…‘공정여행’ 활성화될 거예요”
청소년 위주로 프로그램 운영
‘코끼리 타기 즐겼던 자신 반성’
동물과 교감한 중학생의 일기
8월 성인 대상 부탄여행 예정
[이 사람] 서욱경 플라이투게더 대표
지난 21일 대구시 중구 대안동 여행사 카페 Go에서 서욱경 대표를 만났다. 서 대표가 공정여행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만들어 준 여행앨범을 든 채 미소짓고 있다. <서욱경 대표 제공>

10년간 몸 담았던 여행업을 벗어나기로 했다. 대형 여행사에서 짜는 여행 프로그램은 전형성을 깨지 못했다. 그만큼 일도 지루해졌다.

서욱경 <주>플라이투게더 대표(40)는 2010년 사표를 던졌다. 더 이상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조카와 조카 친구와 함께 미국으로 가 두 달 넘게 돌아다녔다. 소소하게 적었던 여행기는 어느 날 대형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걸렸다. 한국에 돌아오자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거기가 공정여행사인가요?”

서 대표는 이 문의전화를 계기로 ‘공정여행’을 접하게 됐다.

“이전까지 공정여행이라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당시 제 여행이 한국사회에서 말하던 공정여행과 많이 닮았었나 봐요. 이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자연스럽게 공정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이후 2013년 플라이투게더라는 공정여행사를 차렸다. 대구시 창조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서 대표는 공정여행을 여행비용에 상응하는 가치를 경험할 뿐 아니라 현지인과 자연에도 도움이 되는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나 혼자 즐겁자고 현지 환경을 훼손하거나 현지인을 힘들게 하는 건 옳지 않죠. 얼마나 돈을 쓰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어떻게 돈을 쓰냐잖아요. 공정여행은 1회용 소비를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말 그대로 착한 여행이에요.”

서 대표가 계획하는 공정여행에는 크게 네 가지의 실행 원칙이 있다.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는 것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숙소를 이용하는 것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 것 등이다. 동물쇼를 관람하지 않고 동물에 올라타 경치를 즐기는 트레킹을 금지한다. 대신 동물보호단체에서 코끼리를 산책·목욕시키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준비물 목록에는 항상 물통이 포함된다. 나뭇가지를 꺾는 것도 금지다.

서 대표는 지금껏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짜왔다. 아이들은 한 번의 여행으로도 겪는 변화가 극적이기 때문이다.

“같이 태국에 갔던 중학생이 있었어요. 가족들과 이미 태국을 다녀온 애였는데 그때는 코끼리를 타고 호랑이쇼를 본 게 즐거웠대요. 그런데 공정여행으로 동물과 교감하더니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날 일기장에 ‘즐거워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적은 걸 보고 저도 감동받았어요. 또 다른 친구는 메콩강을 건너던 중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깨달았다’고 말하더군요.”

현재 짜여 있는 여행 일정의 테마는 모두 ‘자연’ 혹은 ‘사람’이다. 오는 8월에는 처음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공정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행복국가’ 부탄이다. 그곳에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를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앞서 다음 달 13일에는 부탄여행기를 쓴 김경희 작가와의 북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공정여행을 떠나기 전 부탄을 간접경험하고 가슴으로 느끼라는 것이다.

“이미 여행 패턴은 바뀌었어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여행을 통한 가치를 찾는 시대로 가고 있지요. 불편하지만 의미있는 여행들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거라고 봐요.”

최근에는 ‘제2의 도약’도 꿈꾸기 시작했다. 지난달 대구시 중구 북성로에 여행사 카페를 열었다. 시민들과 접촉을 늘리는 한편 북성로를 테마로 하는 도심공정여행도 가을쯤 계획하고 있다.

“북성로에 문학로드라는 게 있는데, 이걸 새롭게 바꿔보려고 해요. 대구의 공정여행 참여도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저희 가게를 지나는 분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네요.”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