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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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8


도둑처럼 알박기한 사드나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론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어긴 것

조약의 한글본 잘못된 표현

이번 기회에 재협상 요구를

6·25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1일 미국 워싱턴에서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글본과 영문본 두 벌로 작성되었다. 그런데 한글본에는 사소하지 않은 오류가 있다. 미군이 운용하는 미사일 요격 체계 사드(THAAD)를 한반도 내에 배치하는 문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근거하는데, 바로 이 조항의 한글본에 문제가 있다. 한글본은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되어 있어서, 어떤 병력을 어디에 배치하는지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양국이 상호합의한 것처럼 오해될 여지가 많다. 야당 정치인은 바로 이런 오해에 근거하여 사드 무기 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는 결정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서 사실 한국과 상의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전 정부의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하여 “사드배치는 주한미군이 우리에게 통보하면 협의하는 것”일 뿐이고, 한국 정부의 동의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어본에는 미국이 자신의 병력을 일방적으로 한국이나 그 부근에 배치할 권리는 없고 “양국이 상호합의로 결정한 바에 따라서(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 배치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드 배치에 관하여 한미 양국이 상호합의로 결정한 내용은 올해 발사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발사대 5기는 2018년에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은 지난 4월26일 새벽 성주 골프장에 발사대 2기를 배치했다. 기계만 배달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운용할 미군 병력도 배치되었음은 물론이다. 원래의 합의를 변경하는 새로운 합의가 양국 간에 이루어진 바 없다면 새벽에 도둑처럼 알박기한 은밀한 처사는 한국측 관련자들이 국내법 절차를 어긴 것일 뿐 아니라 양국 관계자 모두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를 어기고 불법적으로 행동한 것이 된다. 양국 관련자들이 어째서 조약을 무시하고 함부로 행동함으로써 한미동맹에 누를 끼쳤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관련자들끼리 은밀히 합의했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 보고체계를 거치거나 적법한 승인 또는 권한 수여가 없었다면 개인이 함부로 국가를 대표하여 행세할 수는 없다.

사드 배치와는 조금 다른 차원이긴 하지만 미국측이 자주 거론하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은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북한 선제타격론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례할 뿐 아니라(남한 주민 희생이 불가피하게 수반되더라도 미국의 안전만을 우선 도모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조에서 양국은 국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과 국제연합 헌장에 어긋나는 여하한 무력 행사 또는 무력 행사 위협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였다. 제2조는 한국이나 미국이 무력 공격의 위협을 받을 경우 양국은 반드시 협의해야 하며, 조약을 이행하고 조약의 목적을 증진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하에’ 수행하도록 규정한다. 유엔 결의로 뒷받침되지 않는 북한선제타격은 국제법에 위반될 뿐 아니라 한국의 합의 없이 북한을 선제타격하겠다는 발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노골적으로 무시함으로써 한미동맹을 파기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모든 국민과 모든 정부가 평화적으로 생활하고자 하는 희망’을 담아 체결된 것이었지만 최근 미국정부는 평화지향적이라 보기 어려운 언행을 반복했고, 급기야는 양국이 합의하지 않은 방법과 일정으로 미군의 병력과 무기가 한국내에 배치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방위조약 한글본의 잘못된 표현이 이 사태를 조장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 기회에 한미상호방위조약 한글본의 오류를 수정하고, 조약 내용을 보다 개선하기 위하여 재협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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