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우혜영 뮤발레컴퍼니 대표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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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7   |  발행일 2017-07-07 제35면   |  수정 2017-07-07
“가족발레극·찾아가는 공연…대구경북 ‘모든 이를 위한 발레’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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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발레인구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는 우혜영 교수가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안에 있는 무용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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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혜영 뮤발레컴퍼니의 ‘스마일 마스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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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혜영 뮤발레컴퍼니의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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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 모던발레 ‘논개- 열가락지의 춤’. <영남일보 DB>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그것도 개인이 발레단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은 대구와 경북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와 경북지역에 몇 개의 발레단체가 있지만 대부분 왕성한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1년에 한두 차례 열리는 정기공연이나 겨우 해나갈 뿐 기획공연, 초청공연 등은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개인이 발레단을 꾸려가는 데 있어 재정적인 부담이 크고 무용수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서 지역에서 꾸준히 대형공연을 올리고 찾아가는 공연, 야외공연, 초청공연 등을 통해 발레인구 저변확대에 앞장서는 발레단이 있다. 바로 우혜영 영남대 교수(45·체육학부 발레전공)가 이끄는 ‘뮤발레컴퍼니(Myu Ballet Company)’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국내 최고의 발레단에서 활동했던 우 교수가 여러 측면에서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 발레 대중화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서 태어나 고교 시절 서울로 유학
국립·유니버설 등 韓 최고 발레단 활동
2005년 대구 개인공연 후 영남대 임용
10여년 발레 대중화·후진양성에 온힘

2009년 창작 ‘늑대와 빨간 두건’ 첫선
동화 가족발레로 가장 애착 가는 작품
클래식발레 ‘호두까기인형’ 등 재안무
처음 보는 이도 쉽게…他지역 잇단 초청

매년 늘어나는 관객·반응…‘무용 할 맛’
올해 지역출신 화가 이인성 모티브 작품
근대부터 강한 대구무용 저력 계승 노력
지역서 꾸준히 대형발레 올리는 게 소임


▶지역에서 발레단을 이끌어가는 데 어려움이 많은 줄로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사명감으로 발레단을 운영한다고 할 수 있다.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서울예술고) 때 서울로 올라가 그곳에서 발레를 깊이 있게 배우고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단에서 활동을 하면서 서울에서 나름 이름도 알렸다. 2002년 서울에서 첫 개인공연을 하고 2005년 대구에서 두 번째 개인공연을 펼쳤다. 그게 인연이 된 것인지 2006년 영남대에 임용됐다. 서울에서 배운 것을 고향에서 널리 펼치고 지역무용 발전에도 도움을 주라는 의미로 영남대에서 나를 부른 것 같다. 지역에서 꾸준히 대형발레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게 내게 주어진 소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달려 왔다. 그리고 나름 성과도 얻었다. 그게 보람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한다.”

▶그동안 지역에서 선보였던 작품은 어떤 게 있는가.

“지역에서 공연했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2009년 처음 선보였던 가족발레극 ‘늑대와 빨간두건’이다. 창작발레이지만 동화를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아 그동안 20여 차례 공연을 펼쳤고 뮤발레컴퍼니를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1시간짜리 창작발레로 ‘논개’ ‘스마일 마스크 신드롬’ 등도 선보였다. 클래식발레로는 ‘호두까기 인형’ ‘신데렐라’를 재안무해 전막공연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 중 호두까기 인형을 꾸준히 공연하고 있다. 이 작품의 경우 오는 11월4일 군산예술의전당과 12월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초청공연을 벌인다. 군산공연은 지역발레단이 다른 지역에서 초청받아 전막발레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찾아가는 공연, 야외공연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있는가.

“2007년 경북도 후원으로 이뤄진 ‘찾아가는 문화활동’으로 상주와 의성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시골이라 생각하고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발레를 처음 봤다는 사람이 많아서 찾아가는 공연의 필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 당시 영남대에서 교양수업에 들어가 발레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본 적이 없다고 답해서 놀랐다. 일반시민 상당수는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볼 기회도 잘 없는 것 같다. 찾아가는 공연이 이런 시민들에게는 공연관람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연을 좀 더 쉽게, 그리고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야외공연도 많이 했다. 야외공연 역시 이런 효과를 내는 데 아주 좋은 공연방식이다.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공연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이나 야외공연에 가급적 해설을 곁들인다. 내가 직접 해설을 맡는데 해설을 하고 안 하고가 큰 차이를 낸다. 해설을 듣고 작품을 관람하면 관객들의 반응이 더 뜨겁다.”

▶야외공연에서 특히 ‘꽃의 왈츠’를 즐겨 선보인다.

“‘꽃의 왈츠’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일부분이다. 9분짜리 작품인데 음악이 화려하고 경쾌해서 대중에게 잘 알려져있다. 음악이 잘 알려져있기 때문에 발레를 처음 보는 시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 ‘꽃의 왈츠’ 하나만으로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재안무했다. 예상대로 이 작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그렇다 보니 여러 야외공연에서 이 작품을 초대하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의 전막공연도 좋은 반응을 얻은 줄로 알고 있다.

“지역에서 여러 여건상 전막발레를 펼치기가 쉽지 않다. 클래식발레를 일부분이 아닌 전막발레로 선보이는 것은 재정상으로 엄청난 부담이고 발레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지역에서 무용수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지역발레단에서 전막공연을 별로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대학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무용수를 구하기가 조금 나은 편이다. 재정적으로도 전업 무용수들에 비하면 조금 여유가 있다. 그래서 그동안 전막발레를 몇 개나 선보일 수 있었다. 전막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운이 좋은 것이라 여긴다. 이 점에 감사하다.”

▶지역에서 발레단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용수를 구하기 힘든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요즘은 실력이 있다 싶으면 대부분 서울지역의 대학으로 입학한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대학원 진학 등을 위해 서울에 머무는 이들이 많다. 작품을 올리려 해도 지역무용수가 적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최근 발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좋은 학생이 많이 입학해 예전보다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덜 겪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대구에 처음 왔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시민들의 무용 사랑이 커진 것 같다고 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높아지고 지역에 좋은 무용공연이 많아지면서 무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 같다. 매년 몇 차례씩 작품을 올리는데 관객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 반응도 더 뜨거워지는 듯하다. 그래서 힘들지만 무용을 할 맛이 난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올해 색다른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구문화재단의 우수기획지원에 선정됐다. 대구가 배출한 위대한 인물을 콘텐츠화하는 작업인데 대구출신의 천재화가 이인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이인성은 뛰어난 화가였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보고 매료되었다. 화려한 색감이 발레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1909년 세르게이 댜길레프가 조직한 발레단인 발레뤼스가 있다. 게오르그 밸런친, 알렉산드라 다닐로바, 미첼 포킨, 바츨라프 니진스키 등의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활동한 유명한 발레단이었다. 이 발레단은 발레를 종합예술로 발전시켰다. 미술과 발레의 접목도 활발히 시도했다. 이런 시도를 이번 작품에서 하려 한다. 이인성의 그림은 야수파의 감각이 강한 듯하다. 이런 특징을 살린 작품을 만들려 한다. 이인성의 업적이나 삶보다 그의 작품이 주는 이미지를 표현할 예정이다.”

▶10여년 동안 지역문화계에서 발레 대중화에 앞장 서온 만큼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가 된다.

“10년 전 처음 영남대에 왔을 때만 해도 발레전공생이 10명밖에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많이 늘었다. 역량있는 학생들이 서울로만 향하면 지역발레단은 무용수를 구하기 힘들어 발레 전반이 침체될 수밖에 없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동안 지역무용계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고 발레전공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것에서 희망을 찾는다. 이렇게 조금씩 발전해 나가다 보면 대구의 발레를 전국에 알릴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된다. 근대부터 대구는 무용이 강했다. 뛰어난 선배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다. 이런 대구무용의 저력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된다. 좋은 무용수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후진 양성에 애를 쓰면서 뮤발레단의 역량도 키워나가겠다. 군산예술의전당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전국의 대표 공연장에서 초청공연을 벌일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겠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우혜영 교수는 이화여대 무용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석사, 단국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아콩쿠르 발레부문 동상, 차세대안무가전 우수상, 대구무용제 우수상 및 연기상, 한국발레아카데미상 등을 수상했다. 유니버설발레단원으로 활동했으며 현대 영남대 발레전공 교수, 뮤발레컴퍼니 예술감독 등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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