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넘어 역사·사상·문화·신화와 연결된 佛畵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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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5   |  발행일 2017-07-15 제16면   |  수정 2017-07-15
불화의 비밀
고려 불화인 아미타불·관세음보살
당시 고려 약탈했던 왜구 영향받아
승려의 두 형상 그린 지장보살 눈길
두건 쓴 승려, 中 환혼기 근거로 표현
불교를 넘어 역사·사상·문화·신화와 연결된 佛畵
통도사 ‘시왕도’ <통도사성보박물관 제공>

사찰에 가면 불상 못지않게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있다. 불교와 관련된 채색이나 회화 작품인 ‘불화(佛畵)’다. 종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불화를 ‘불교에서 기리는 인물들이 잔뜩 그려진 그림’ 정도로 인식한다. 실제 부처님과 그 주변 인물들이 그림에 등장하기 때문에 불화를 두고 ‘부처님의 가족사진’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옛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불화에 그려진 세계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이 대표적이다. 우리 전통 사상을 바탕으로 한 사후세계를 무대로 한 이야기인데 여기에 나오는 저승 세계와 지옥의 묘사는 통도사의 ‘시왕도’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불화의 비밀’은 ‘사찰의 비밀’ ‘스님의 비밀’ 등 불교 문화와 관련된 책을 내온 자현 스님의 ‘불교문화의 비밀’ 3번째 책이다. 출가수행자이면서 불교학, 동양철학, 역사, 미술을 전공해 온 저자는 불화를 역사, 문화, 종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다. 여기서 독자는 불화가 불교뿐만 아니라 인도·중국의 신화와 도교·유교 사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를 넘어 역사·사상·문화·신화와 연결된 佛畵
18세기 감로도 하단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책은 불화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최초의 불화가 무엇인지부터 불화의 기본적인 용도, 양식의 변화까지를 짚는다. 본격적으로 불교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래된 삼국시대부터 고려·조선시대까지 시대별 불화의 특징도 정리한다. 이 책은 각 시대의 역사적인 사건과 당시 사상에 따라 불화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한다.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불화의 역사는 고려 불화다. 현존하는 고려 불화 중 가장 많은 것이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인데, 당시 고려를 약탈했던 왜구의 기호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일본 불교가 아미타 신앙과 관련된 정토종(아미타불 및 그가 출현할 정토의 존재를 믿고, 죽은 후 그 정토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대승불교의 한 파)이 강했기 때문이다.

불교를 넘어 역사·사상·문화·신화와 연결된 佛畵
자현 지음/ 조계종출판사/ 552쪽/ 3만원

저자는 불화의 역사를 설명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불화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국 불화를 대표하는 9개의 카테고리인 ‘영산회상도’ ‘아미타불회도’ ‘삼신불도’ ‘삼계불도’ ‘신중도’ ‘감로도’ ‘지장보살도’ ‘시왕도’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

불화를 겉 핥기식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불화 하나를 놓고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여기에 모든 지옥의 중생을 반드시 구제하겠다는 지장보살과 그 주변 인물을 담은 ‘지장보살도’에 표현된 지장보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지장보살은 두 가지 승려의 형상으로 표현된다. 첫째는 삭발한 파란 머리의 지장보살이다. 부처님의 신체적 특징인 32상 80종호에 언급되는 아리안족, 백인들에게서 보이는 파르스름한 감청색의 머리카락을 표현한 것이다. 둘째는 삭발한 머리에 두건을 착용하고 있는 형상이다. 중국 불교의 영험을 다룬 ‘환혼기’에서 당나라의 승려 도명이 죽어 저승에서 지장보살을 친견했는데, 그가 두건을 쓰고 있었다는 내용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승려들이 삭발을 하면 머리가 햇빛이나 외부 온도에 취약한데, 이 때문에 고대의 승려 중에서는 두건을 착용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동화사의 지장삼존도에 그려진 지장보살이 여기에 속한다.

부처님의 감로(죽음을 극복하는 불사의 음료)를 통해 조상들이 천도되는 장면을 그린 ‘감로도’의 하단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제대로 보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거기에 다양한 인간의 생활 군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로도의 하단 부분에 대해 “조성 당시의 실생활과 풍속을 그려 넣게 되어있기 때문에 현대에 제작되는 감로도에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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